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지방대가 살 길은 ‘학생 친화적 대학’에 있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지방대가 살 길은 ‘학생 친화적 대학’에 있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세명대는 올해 고용노동부가 주재하는 ‘기업 직무체험 프로그램’에 3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전국 대학 중 독보적 1위다. 이 프로그램은 취업 전에 다양한 직장생활 기회를 제공해 취업 역량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는데, 정부와 대학이 학생 한 명당 매월 40만원씩을 지원한다. 학교 측으로선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부담이 되지만,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뚝심을 갖고 밀어붙였다.


학생 3000명 사로잡은 ‘1824 프로젝트’

“‘서울에 사는 게 가장 큰 스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문화 인프라와 취업 기회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요. ‘기업 직무체험 프로그램’처럼 그런 간극을 채우는 데 총장과 대학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8월 30일 오후 충북 제천시 신월동 185만㎡(약 56만평)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세명대 본관 총장실에서 만난 이 총장은 “지방대가 살 길은 ‘학생 친화적 대학’에 있다”며 “최근 세명대의 비전을 ‘학생 중심 대학’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세명대의 목표는 학생이 ‘만족’하고 ‘감동’하고 ‘매력’을 느끼는 대학이 되는 것”이라면서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용걸 총장의 이런 비전은 전국 어느 대학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을 만들었다. 3000명이 넘는 세명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방과 후 300여개의 동아리에서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장은 “그동안 수업 마치면 기숙사나 자취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던 학생들에게 ‘모여서 놀면 지원해준다’고 했더니, 모여서 공부하고 취업 준비까지 하더라”라고 했다.

‘1824(18시부터 24시까지) 커뮤니티 프로젝트’덕분에 상당수 학생들이 버스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서울까지의 통학을 마다하고 기숙사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도서관과 기숙사 등 캠퍼스도 ‘학생 친화적’으로 탈바꿈 중이다. 그룹 스터디와 토론 등 학생 중심 자율 학습 활동에 최적화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도서관이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카페처럼 변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장은 “리모델링 이후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기숙사는 전체 재학생의 42%가 이용할 만큼 넉넉하다.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통학버스 요금을 시중보다 30% 정도 낮게 책정했다.


세명대 기숙사는 재학생의 42%가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사진 : 세명대>
세명대 기숙사는 재학생의 42%가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사진 : 세명대>

‘학생 친화적 대학’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이유가 궁금하다.
“현재 지방대가 겪고 있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이 길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지방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펼칠 기회가 부족하다. 또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은 학생들이 매력을 느끼는 대학으로 탈바꿈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학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 친화적’으로 탈바꿈시켰나.
“학생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총장 취임 직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이 학생들의 방과 후 생활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 인근에 흩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동아리에 모여서 놀면 지원금을 준다고 했더니, 이제는 매일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300여개의 동아리 활동을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큰 보람을 느낀다.”

이 총장이 직접 창안한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는 세명대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동아리 가운데 선후배가 함께 소그룹으로 공부하는 ‘튜터링’과 공모전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필통(Feel이 통하는 학습이라는 뜻)’이 눈에 띈다. ‘필통’에서 활동하는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각종 공모전에서 327회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 방학 중에 운영하는 어학 프로그램만 해도 학생들이 4주 동안 집중적으로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수강료, 기숙사비, 교재비, 식비, 시험 접수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어학 성적이 평균 200~300점씩 올랐다. 방학 동안 전공 자격증이나 공모전 등을 준비하면 기숙사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학교를 ‘취업 중심’으로 이끌고 있는데.
“학생들이 학교에 가장 원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취업은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세명대 졸업생들이 1~2년 내에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취임 직후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학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과제다. 지역 기업과 연구 과정 및 내용을 공유하며 그 성과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명대는 충청북도가 주력산업으로 밀고 있는 바이오와 화장품, 뷰티 분야에서 산학협력을 펼치고 있다.”

그는 대표적 산학협력 사례로 세명대가 충청북도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오송 화장품 임상 지원센터’를 꼽았다. 여기서 세명대는 1200여개 화장품 업체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 평가, 신소재 연구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총장은 “앞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우리 교수를 1 대 1로 매칭해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바이오제약산업학부’를 신설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 인력 수요 등을 감안했을 때 바이오와 화장품, 뷰티 관련 전공을 더욱 활성화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세명대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한방과 바이오를 융합시켜 특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바이오제약산업학부와 화장품뷰티생명공학부, 바이오식품산업학부 등 관련 학과가 지역과 상호협력하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세명대는 최근 도서관을 그룹 스터디와 토론 등 학생 중심 자율 학습에 최적화한다는 목표 아래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카페처럼 탈바꿈시켰다. <사진 : 세명대>
세명대는 최근 도서관을 그룹 스터디와 토론 등 학생 중심 자율 학습에 최적화한다는 목표 아래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카페처럼 탈바꿈시켰다. <사진 : 세명대>

세명대가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재단으로부터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이 기업체와 함께 산학협력 교육과정을 개발해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 기업체에 취업하도록 돕는 정책사업이다. 세명대는 5년간 매년 9억원씩 총 45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세명대는 저널리즘스쿨이나 한의대 등 특성화 학과로 명성이 높은데.
“저널리즘스쿨은 설립 10년을 맞아 명실상부한 언론계 인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한다. 한의대 역시 올해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수석합격자를 배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학과 브랜드를 계속 높여서 우수한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할 것이다. 우수 학생들이 모이면 수준 높은 교육을 해 더 우수한 학생들을 불러 모으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세명대 학생들만의 특장점을 꼽는다면.
“세명대 신입생 전원은 입학하기 전 ‘꿈 설계학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2주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지도교수와 미리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대학생활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세명대 학생들은 자신의 비전을 학교와 함께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나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할 과제가 있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최고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전국 최고 수준의 참여도를 보이는 직무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학생들의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돕는 심리상담지원 체계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정부 고위공직자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국가 예산과 관련된 일을 오래 하면서 많은 사업을 검토해 예산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국가 발전과 복지 증진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있으면서 지역이 균형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에 일조한 것도 큰 보람이다.”


▒ 이용걸
1957년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1987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2008~09년), 기획재정부 제2차관(2009~10년), 국방부 차관(2010~13년), 방위사업청장(2013~14년), 세명대 총장(2015년~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장(2016년~현재)

Plus Point

‘교육은 투자(投自)다’… 창업자의 건학 이념

세명대 설립자 고(故)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의 유고자서전 표지. <사진 : 교보문고>
세명대 설립자 고(故)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의 유고자서전 표지. <사진 : 교보문고>

세명대는 고(故)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가 1991년 ‘위세광명(爲世光明·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세상을 밝힌다)’이라는 건학 이념 아래 설립했다. 권영우 박사는 교육자이자 사업가, 정치인이었다.

194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민송은 14세에 혼자 상경해 신문 배달원, 약국 점원, 가정교사 등을 하며 고학(苦學)했다. 1971년 버스 한 대로 시작한 사업을 대원여객과 경기고속 등 15개사, 5000여대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는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실천에 옮겼다. 운전기사와 버스 차장(안내양) 전용 기숙사 설립, 조수 제도 폐지를 시행했다. 기사 월급을 부인 계좌에 넣는 직불제도도 도입했다. 일부 직원들이 월급으로 유흥과 도박 등을 일삼는 악습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1970~80년대 기업들이 ‘창조’ ‘도전’ ‘희생’이나 ‘고객 제일’ ‘신용과 의리’등을 사훈으로 내걸 때 경기고속 사옥에는 ‘듣지 않는 곳에서 삼가며, 보지 않는 곳에서 진실하자’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중용’ 제1장에 나오는 ‘신기독(愼其獨)’의 표현이다. 그는 또 운전기사가 원하는 만큼 급여를 올려주고 버스 안내양들에게도 양질의 숙식을 제공하는 등 ‘상생 경영’과 ‘인본주의 경영’에 진력했다.

민송은 1980년대 중반 40대 재선 의원으로 건설분과위원장을 지내며 활약하던 중, 3선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정계를 떠나 교육사업에 투신했다. 그는 1991년 세명대를 시작으로 대원대(1995년), 성희여고, 세명고, 세명컴퓨터고 등을 설립했다.

2006년 향년 65세에 타계한 민송은 생전에 “교육은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투자(投自)’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세명대 관계자는 “민송의 상생과 인간을 중시하는 고귀한 유지를 받들어 재단이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데도 불구하고 통학버스를 다른 회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한국 최고로 자리잡은 저널리즘스쿨… 해외에서 ‘逆유학’도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은 ‘베테랑 언론인’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이봉수 대학원장이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모습. <사진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은 ‘베테랑 언론인’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이봉수 대학원장이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모습. <사진 : 세명대>

세명대에서 가장 유명한 학과 중 하나는 대학원 과정인 ‘저널리즘스쿨’이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언론인 양성을 목표로 출범한 저널리즘스쿨은 지금까지 167명의 현역 언론인을 배출했다. 서울의 다른 언론대학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과다. 조선일보를 거쳐 한겨레신문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이봉수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국내 유명 대학은 물론 해외 대학 출신들도 언론인이 되기 위해 세명대로 ‘역(逆)유학’을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은 탐사 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 등을 포함한 취재·보도 실습, 첨삭 지도에 이르기까지 실제 언론사 수습 교육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은 실습 매체인 온라인 미디어 ‘단비 뉴스’의 취재 편집진으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은 매주 한 번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단비 회의’에서 기사 아이디어를 내 동료와 담당 교수의 평가 속에 취재 계획을 세우고 기사를 완성한다. 단비 뉴스에 실린 기사들은 기성 매체에도 게재돼 취업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쌓게 된다.

교수진은 ‘베테랑 언론인’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이봉수 대학원장을 비롯해 책 ‘안철수의 생각’의 대담자로 유명한 제정임 교수(경향신문·국민일보 기자 출신), KBS 탐사보도팀장을 지낸 김용진 교수와 KBS에서 ‘추적60분’을 연출한 이상요 교수 등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영어 매체 모니터링과 인터뷰 실습을 위한 원어민 교수도 있다.

저널리즘스쿨 재학생에 대한 지원은 파격적이다. 입학생 전원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재학생 3분의 2는 장학생으로 선정돼 등록금 40%를 감면받는다. 외부 장학금도 상당하다.

이용걸 총장은 “저널리즘스쿨은 세명대를 대표하는 학과로 자리매김했다”며 “학생들 스스로가 기자 양성 교육은 우리 학교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