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예연세대 산업공학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전략 컨설팅, 코오롱 FnC 패션 빅데이터 기획 / 사진 최상현 기자
정지예
연세대 산업공학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전략 컨설팅, 코오롱 FnC 패션 빅데이터 기획 / 사진 최상현 기자

평일 오전 7시, 선전포고처럼 울리는 알람 소리를 시작으로 워킹맘의 하루는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어느새 오전 9시. 꽉꽉 막힌 출근길 도로에 이날도 지각을 피하지 못하고, 직장 상사는 “아이 키운다고 고생하는 건 알겠지만…” 하며 눈칫밥을 준다. 점심까지 걸러가며 업무에 매진했건만, 무섭게 다가온 퇴근 시간에 산더미 같은 잔업을 마주한다. 남편은 일이 있어 늦는다고 하고, 친정엄마도 ‘지금은 바쁘다’고 한다. 곧 전화가 한 통 온다. “아이가 지금 혼자 남아 있어요.”

어린이집 놀이방 구석에 있던 아이는 뒤늦게 도착한 워킹맘을 보자마자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펑펑 운다. ‘맛있는 것’으로 겨우 웃음을 되찾은 아이는 서툰 말솜씨로 오늘 있었던 일을 떠드는 한편, 읽어달라며 동화책을 들고 온다. 하지만 워킹맘의 야속한 스마트폰은 업무 관련 전화와 메시지로 쉴 새 없이 울리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한다. 똑같은 전쟁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아이에게 죄를 짓는 일처럼 느껴진다. 엄마를 포기할 순 없으니,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통계청에 따르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집·유치원·학교가 휴업하며 아이 맡길 곳이 사라지고, 온라인 개학으로 학습 대란까지 촉발된 상황이다. ‘워킹’과 ‘맘’의 양립이 더욱 불안해졌다는 얘기다.

아이 돌봄 매칭 플랫폼 맘시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창립한 회사다. 12만 명에 달하는 바로 활동가능한 시터(돌보미) 인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시터를 연결해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돌봄 공백’에 대처하게 한다. 4월 21일 서울 염리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정지예 맘시터 대표는 “등·하원부터 실내외 놀이, 책 읽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플랫폼의 장점이다”라며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최근에는 학습 시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맘시터가 기존의 아이 돌보미 소개 업체와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아이 돌봄 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었다. 매달 수백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풀타임 고용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우리 아이를 맡을 돌보미에 대한 정보도, 선택권도 거의 없었다. 맘시터는 돌봄 시간대와 시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월·화·수 오전 8시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 4시에 픽업해서 8시까지만 봐주세요’라는 주문이 가능하다는 거다. 시터 풀이 넓기 때문에 ‘당장 오늘 저녁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시터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고, 어떤 전문 능력이 있으며, 다른 가정에서 모습은 어땠는지 등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로 조건이 맞으면 ‘인터뷰’라는 절차를 거쳐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와 시터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분란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 인터뷰 사전 체크리스트에는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할지, 스마트폰은 몇 분이나 쓰게 해줄지까지 정하게 돼 있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인 비용 문제는 어떤가.
“맘시터는 파견 업체가 아닌 매칭 플랫폼이다. 일단 비용의 20%까지 차지하는 알선료를 떼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모와 시터의 프로필에 각각 명시된 희망 시급을 바탕으로 상황과 사정에 맞게 협의하면 된다. 희망 시급은 최저시급부터 2만원대까지 다양한데, 보육교사 자격증이나 특별한 경력이 있으면 희망시급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종류의 돌봄 서비스가 이뤄지나.
“기본적으로 종일 돌봄부터 입주, 등·하원 돕기나 학원 픽업 등 희망하는 근무형식은 모두 가능하다. 실내 놀이나 야외 활동, 체육 놀이 등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도 선택할 수 있다. 피아노나 그림 그리기, 한글 놀이, 책 읽기, 영어 동요 등 학습을 동반한 놀이를 요청하는 부모도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육아 대란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아이 맡길 곳이 없어진 상황이지만 ‘밖에서 온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컸을 것 같은데.
“업계 전체가 혼란을 많이 겪었다. 돌봄 공백은 심해졌지만, 하루에 몇백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국면에서 공포감도 상당했다. 코로나19 긴급 예방수칙을 배포하고 실내 소독제를 지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감동적인 부분은 시터들이 스스로 취한 행동이다.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들어 와서 가족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가는 분들도 있더라. 육아 대란이 길어지고,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언제까지 아이 맡아줄 곳을 찾아 전전할 수는 없지 않나.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전업주부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4개월 넘게 24시간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았나.”

코로나19는 잦아들었지만, 온라인 개학이 부모들의 또 다른 고민인데.
“기존에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돌봄이 많았는데,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고 나서는 초등학생 학습 시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4월 초에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이 95%나 됐다. 성인도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기 힘든데, 아이가 혼자서 제대로 학습하는 게 가능하겠나.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시는 경우가 흔한데, 이건 할머니 도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디지털 기기에 서툰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선생님 역할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돌봄을 제공한다’는 맘시터의 장점이 빛을 발한 것 같다. 타사는 40~50대 중장년층 시터가 대다수인 데 반해,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와 경험을 가진 시터들이 고르게 분포됐다는 점이 한몫 했다. 한 달 만에 초등학생 돌봄 건수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문화센터나 학원 등이 문을 닫으면서 휴무 상태가 된 분들도 많지 않나. 그런 선생님들이 맘시터로 상당수 유입됐다.”

앞으로의 포부는.
“부모와 아이, 시터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라고, 부모는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되지 않는 사회가 목표다. 또,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이 된 엄마들을 포함해 아이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유휴시간을 이용해 아이 돌봄으로 수입을 창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