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CEO는 “한국 기업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제품 설명과 이미지 사용 등 모든 부분에서 현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 : 라자다>
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CEO는 “한국 기업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제품 설명과 이미지 사용 등 모든 부분에서 현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 : 라자다>

“세대를 초월한 한류 열풍 덕분에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이미지는 더없이 좋다.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지금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의 적기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인 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최고경영자(CEO)는 메릴린치와 HSBC 등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라자다 크로스보더로 자리를 옮긴 것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라자다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6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취급 품목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생활용품과 의류·스포츠용품·식료품 등 약 2억1000만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알리바바가 10억달러(약 1조1150억원)를 투자하면서 라자다의 최대 주주가 됐다. 라자다 크로스보더는 라자다의 국가 간 거래를 총괄하는 주력 자회사다. 국내 고객 유치를 위해 한국에 온 로스 대표를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징은.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1만4000개가 넘는 섬들로 이뤄진 세계 최대의 ‘군도 국가’다.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이 그다음이다. 말레이시아도 바다를 사이에 두고 국토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과거에는 쇼핑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불교 국가인 태국과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가톨릭이 절대 다수인 필리핀이 공존하는 등 종교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국가와 문화권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크다. 이슬람 최대 쇼핑 성수기인 ‘라마단’ 기간 전후에는 할랄 음식(이슬람의 율법에 따라 허용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이슬람 전통 복장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 좋은 예다.”

지난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74억달러(약 8조2500억원)다. 구글은 동남아 온라인 소매시장이 소비자 구매력 상승과 더불어 연평균 32%씩 상승해 오는 2025년 87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자다가 한국 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중국의 전체 소매 판매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14% 정도인데 동남아의 경우 이 비율이 3%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소비의 중심도 점차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라자다의 경우 주문의 75%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 마인드가 강한 젊은층이 주 고객인데, 이들 중에는 한류 드라마와 가요 팬들이 많다.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고객층의 소득이 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할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한류 마케팅은 여전히 효과적인가.
“동남아 1세대 한류팬들의 자녀들이 어느덧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동남아의 할리우드’다. 한류 콘텐츠를 이용한 마케팅도 당연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을 통해 청바지가 멋진 패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처럼 한국도 한류 콘텐츠를 이용해 다양한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라인이 태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것도 한류 콘텐츠를 통해 ‘코리안 쿨(Korean Cool∙멋진 한국)’ 이미지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자다는 한류 열풍을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기업 ‘지니웍스’, CJ E&M 계열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글로벌 아티스트 에이전시 ‘휴맵컨텐츠’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물류 부문에선 CJ대한통운과 협업해 한국 판매자들이 원활하게 국제 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위해 조언한다면.
“제품 설명과 이미지 사용 등 모든 부분에서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언어는 물론이고 정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발달해도 구매 결정을 하는 건 여전히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품 구성과 가격 전략도 현지 상황에 맞게 방향을 잡아야 하며, 배송이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현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검색엔진에서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라자다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지난 5년간 동남아 소비자들의 구매 정보를 빅데이터로 축적해 세세한 내용까지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선호 상품과 적절한 가격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필요한 마케팅 활동도 지원한다. 국가와 산업별로 현지화를 돕는 별도 조직도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 해당 국가 어디로든 제시간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물류망도 갖추고 있다.”

라자다 쇼핑몰에서 인기 있는 한국 기업들은.
“너무 많지만, 라네즈·토니모리 등 화장품 브랜드가 떠오른다. 삼성도 빼놓을 수 없다. 제품 촬영 전문 카메라 앱인 스토어카메라(STORE Camera) 서비스도 인기다.”

알리바바 파트너십에서 기대하는 것은 뭔가.
“알리바바는 말레이시아에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 이외 지역에선 처음 건설되는 eWTP 전자 허브로, 말레이시아의 디지털자유무역지대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를 통해 현재 8일 이상 걸리는 한국~말레이시아 배송 시간도 1~2일로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성공 노하우 전수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 윌 로스(Will Ross)
캐나다 퀸스대, HSBC 홍콩 자본시장 담당 이사, 네스트 홍콩 대표


keyword


eWTP(전자세계무역플랫폼) ‘인터넷 실크로드’로 불리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구상이다. 지난해 3월 보아오 포럼에서 처음 제창했다. 인터넷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교역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각국 중소기업들에 공평하고 개방된 무역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