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매장 간판.이 업체는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 속여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9월 22일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 연합뉴스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매장 간판.이 업체는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 속여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9월 22일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 연합뉴스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수입⋅판매한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라고 속여 팔다 적발된 ‘미미쿠키’ 사건이 추석 연휴 전국을 달궜다. 이번 사태는 불법을 저지른 미미쿠키 사장 부부를 넘어 온라인 장터에서 검증 없이 입소문만으로 식품을 구매한 소비자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며 여성 혐오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사기꾼 부부와 소비자를 탓하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 미미쿠키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의 맹점과 허술한 법체계 등 왜곡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코노미조선’이 미미쿠키 사태를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했다.

“제가 나쁜 짓을 작정하고 이런 짓을 벌인 건 아닙니다. 저희 제품 구매를 원하는 분은 많고, 주문 물량이 늘다 보니 시판용도 섞어 팔게 됐습니다. 정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충북 음성의 제과점 ‘미미쿠키’를 운영한 김모씨 부부가 9월 22일 온라인 직거래 장터인 인터넷 카페에 올린 사과문이다. 미미쿠키는 ‘시골 부부가 본인 자녀의 태명을 걸고 유기농 재료로 만든 수제 쿠키’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판매했다. 하지만 실상은 코스트코가 수입한 이탈리아 비첸시(Vicenzi)의 ‘로마쿠키’와 삼립제과가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양산빵(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하는 빵)이었다.


1│소비자
믿었던 생산자 직거래에 ‘뒤통수’

사건 발생 2주가 지났지만 소비자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10월 4일 현재 미미쿠키 사과글의 조회는 3만 건, 댓글은 292개가 달렸다. 카페에서 집계된 미미쿠키 총 피해액은 1000만원. 제품 환불 요청 메일은 약 370통이 들어왔다. 회원 10만3387명의 이 카페는 국내 최대 유기농 제조 식품 판매 직거래 장터로 통한다. 온라인 장터 중에서도 이 카페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품질이 보장된 곳이란 믿음이 형성돼 있었다. 이 카페는 판매자를 선정해 입점비를 받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 준다.

주부들은 대기업 공장표 식품을 믿지 못해 온라인 생산자 직거래 장터를 찾아왔다. 판매자 얼굴은 모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판매자가 대형마트 물건을 떼어, 그보다 더 비싼 값에 팔았다. 소비자는 이 지점에서 분노했다.

더욱이 미미쿠키 측은 ‘질 좋은 재료를 써서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도 잘 받지 않았다. 2만원대 쿠키세트를 100세트 한정으로 판매한다는 글을 카페에 올리면 30분 만에 매진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이 맛있다고 하면 먹어보고 싶은, 한정판이라고 하면 더 갖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J제과점의 임모씨는 “세상에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은 존재할 수가 없다”며 “칭찬 일색의 후기 글만 믿은 소비자들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2│생산자
성실하고 정직한 생산자 ‘좌절’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광고·판매되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직거래의 허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직거래 장터에서 불량식품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온라인 직거래 장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성실하게 식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한 식품 자영업자들은 좌절했다. J제과점 대표 임모씨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서 미미쿠키 비슷한 곳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며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사진으로 제과점 주방을 공개하고 허가증도 온라인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3년 전부터 제과점을 운영해 온 임씨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가스오븐 8대를 설치한 30㎡(10평) 주방에서 직원 두 명과 매일 빵을 굽는다. 그는 “온라인에서 한 소비자가 올린 ‘미미쿠키보다 비싸고 모양도 안 예쁘다’는 불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며 “그때 내가 더 부지런하지 못해서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자신을 탓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시 금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미미쿠키를 보면 절차에 따라 준비한 나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며 “통신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넉 달 동안 설비를 준비하고 위생교육까지 따로 받은 의미가 무엇인가 싶다”고 말했다.


3│사회
현실과 따로 노는 법체계도 문제

미미쿠키는 최근 ‘카카오스토리’를 폐쇄했다. 사진 SNS 캡처
미미쿠키는 최근 ‘카카오스토리’를 폐쇄했다. 사진 SNS 캡처

미미쿠키는 법을 동시다발적으로 어겼다. 시판 제품을 소분, 재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식품위생법을 어겼고,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고 유기농이라고 광고해 친환경농업법을 위반했다. 온라인에서 식품 판매를 하려면 받아야 하는 식품제조업 영업허가도 받지 않았다. 앞서 나열한 법들은 위반하면 각각 최대 5년 이하 징역형,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중한 범죄다.

하지만 미미쿠키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서 무허가로 식품을 판매하는 업자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국 유명 맛집 가운데 허가 없이 전국 택배 서비스를 하는 곳이 태반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을 알면서도 통신 판매를 감행한다. 허가 없이 통신 판매 영업을 한 것이 적발된다고 해도 처벌 강도가 세지 않고, 감독 시스템도 엉성하기 때문이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막상 법원에서 무허가 식품 기업들이 받는 처벌은 100만~200만원 수준의 과태료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식품 기업의 80%가 5인 이하 영세 사업장인데, 법원에서는 이 정도는 영세 영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미미쿠키 같은 사건이 터져 여론이 들끓어도, 그 당시만 주목받을 뿐 막상 위법한 행위 자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조윤미 대표는 “약간의 과태료만 내면 또다시 영업할 수 있다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이런 범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을 지키며 제대로 사업하는 판매자를 위해서라도 감시 처벌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허위 광고와 무허가 등록 업체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관련 기관이 더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진 식품안전협회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불법 식품 거래를 수수방관한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각성해야 한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소비자와 선량한 판매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