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제너(Jon Zehner)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JP모건체이스 부동산 투자부문 총괄,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데이비드(왼쪽) 아이언사이드(David Ironside)영국 페이즐리기술대 부동산경제학과, 왕립서베이어협회(RICS) 회원(오른쪽)
존 제너(Jon Zehner)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JP모건체이스 부동산 투자부문 총괄,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데이비드(왼쪽)
아이언사이드(David Ironside)
영국 페이즐리기술대 부동산경제학과, 왕립서베이어협회(RICS) 회원(오른쪽)

11월 13일 아마존이 제2 본사가 자리 잡을 도시로 뉴욕 퀸스와 버지니아주 워싱턴 D.C. 근교를 낙점하자마자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간 아마존이 투자할 5조원과 5만 개의 일자리를 보고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외신은 ‘아마존 골드러시(Amazon Gold Rush)’ ‘아마존 로또’라는 말로 표현했다.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라살자산운용은 아마존 효과를 짭짤하게 보고 있는 뉴욕 같은 세계 ‘관문 도시(gateway city)’의 부동산 자산을 좋은 투자처로 지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인상기에 있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유럽의 주요 대도시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11월 16일 방한한 존 제너 라살자산운용 투자유치 글로벌 총괄과 데이비드 아이언사이드 유럽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여의도 IFC에 있는 한국 지사에서 인터뷰했다. 라살자산운용은 시카고에 본부를 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2분기 기준 글로벌 운용 자산은 595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질문에는 배석한 박준범 한국 대표가 답했다.


최근 아마존의 제2 본사가 결정됐다. 해당 지역 부동산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는데.
제너 “그렇다. 아마존이 워싱턴 D.C. 교외와 뉴욕 퀸스를 제2 본사 설립 도시로 낙점했고,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 우리는 이런 세계의 ‘관문 도시’에 투자한다. 아마존처럼 큰 기업이 자리 잡을 만한 큰 도시 말이다. 대도시에는 사람이 몰리고 식당 등 각종 상업 시설과 에너지가 집중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아이언사이드 “내가 운용하는 ‘엔코어 개방형 펀드’의 투자처는 파리, 암스테르담, 뮌헨, 베를린, 마드리드 등 유럽 대도시 부동산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입지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유럽도 IT 기업이 부동산 가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장 비싸고 좋은 곳에 자리 잡는다. 좋은 도시일수록 사람이 선호하고 그런 도시는 인재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물류센터 투자는 어떻게 보는가.
아이언사이드 “세계 큰손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물류센터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달한 덕분이다. 특히 대도시 인근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다. 유럽에서는 최근 물류센터 임대료가 기록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한국 큰손들도 물류센터 투자를 선호하나.
“그렇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물류센터는 기관 투자자의 관심 밖이었지만, 지금은 주요 투자처가 됐다. 특히 한국에는 노후화된 물류센터가 많다. 층고(層高), 단위 면적당 수용 가능 무게, 트럭 상하차 시설 등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곳들이다. 현대화한 물류센터 수요에 맞춰 새로 개발하거나 기존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오피스빌딩보다 오히려 높다. 예컨대 시내 한복판 입지 좋은 오피스빌딩에 투자했을 때 4%대 초·중반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물류센터 투자로는 6%대까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부동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은.
“수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 투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보통 아시아 시장 투자처는 한국, 일본, 호주 정도인데, 일본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체 성격으로 한국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일본보다 1~2%포인트 높은 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율도 우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데다 경제 성장률도 2% 중후반으로 괜찮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해외 투자 자금이 유입돼 활황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12월 미국이 올해 네 번째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이 시중에 풀린 돈줄을 죄면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제너 “그렇지 않다. 우선 금리 인상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공포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릴 수 있게 된 배경이 미국 경제가 ‘매우 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회복기를 거쳐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조치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경기가 좋으면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임대 시장의 수요가 증가한다. 다시 말해 경제가 좋아진 덕분에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임대료가 상승했으니 결국 우리가 투자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 자체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임대료 상승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요인이 상쇄된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기를 맞아 유럽 부동산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언사이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의 핵심은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다.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해야 부동산 투자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기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때 헤지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고개를 돌린다.”

환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유럽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나.
아이언사이드 “안정성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할 가능성도, 그렇다고 갑자기 식을 가능성도 적다는 점이다. 유럽은 부동산 공급이 한정적인 데 비해 수요는 많은 편이다. 유럽 특성상 신규 빌딩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이 덕분에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다. 유럽 대도시 임대료가 연평균 3~4.5%씩 상승하고 있다. 꽤 높은 수준이다. 이 현상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럽 부동산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유럽 안에도 매우 다양한 지역이 있다는 점이다. 땅이 커 그 안에서 분산 투자할 수 있다.”

최근 위워크가 JP모건을 제치고 뉴욕 맨해튼 빌딩의 최대 임차인이 됐다. 공유 오피스 시장의 성장이 부동산 투자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이언사이드 “공유 오피스는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재택 근무의 보편화로 오피스빌딩 시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사람들은 모여서 함께 일하며 협업하고 그런 가운데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시장 성장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한국에서도 위워크가 지점을 늘리고 있는 데다, 경쟁 업체도 생기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가 많아질수록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는 이들로부터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재(再)임차 사업 모델 특성상 공유 오피스 사업 성패에 따라 우리의 투자 수익률이 오르내린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