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유 서강대 경영학과,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사원, 옥타곤 해외사업팀장
마크 유
서강대 경영학과,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사원, 옥타곤 해외사업팀장

버닝썬 사태 이후 ‘클럽’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클럽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클럽을 잘못 운영해 벌어진 문제에 가깝다. 클럽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이다. 클럽의 디제이는 공연장의 스타와 같다. 일회성 성격이 강한 콘서트와 달리 수시로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K팝(K-pop)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 한국의 클럽 문화가 젊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더 많이 찾게 만드는 매력을 줄 수도 있다. K팝 인기에 힘입어 이전보다 한국의 클럽을 찾는 해외 스타 디제이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클럽의 잘못은 엄벌해야 하지만 일부의 잘못 때문에 한국의 클럽 문화 자체가 지나치게 비판받고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클럽에서 ‘해외 디제이 섭외 담당’으로 활동 중인 마크 유도 그런 안타까움을 얘기한다. 한국 클럽 문화의 현실과 반성, 가능성을 그에게 들어봤다.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
“프리랜서로 클럽, 페스티벌에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하거나 국내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2015년까지 “클럽(서울 강남 소재 ‘옥타곤’)에서 해외 사업 팀장을 했고, 클럽에서 공연하는 해외 아티스트(디제이)를 섭외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그 외에도 해외 마케팅, 해외 네트워크 구축, 연락 메일 번역 등 영어를 써야 하는 거의 모든 일을 한다. 해외에서 온 아티스트의 국내 일정을 돌보는 일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다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일에 만족하나.
“지금의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SK텔레콤에 들어가 광고 프로모션 일을 했다. 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이건 정말 내 일이야’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다. 기획을 해도 중간에 여러 단계를 거쳐 보고하고 승인받고 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답답했다. 또 그런 긴 과정에서 처음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많이 봤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5년, 10년 뒤에도 이걸 한다고 했을 때 내게 남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길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았다. 학생 때 휴학하고 페스티벌 기획이나 해외 디제이 섭외 등의 일을 한 1년 했다. 그리고 인턴을 거쳐 회사를 2년 좀 넘게 다녔다. 그 이후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클럽 업계 지인이 ‘함께 일하자’고 해, 지금에 이르렀다.”

클럽과 콘서트가 많이 다른가.
“일반적인 콘서트와 클럽은 조금 다르다. 콘서트에는 주로 팝 아티스트들이 온다. 디제이는 다른 이의 음악을 자기 스타일로 리믹스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이라는 공간을 한 시간 반 정도 책임 지고 관객에게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원곡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디제이와 클럽에 모인 관객들은 서로 더 많이 교감한다.”

그런 교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연예인들이 팬이나 추종자들을 도구화한다는 비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일은 철저히 막는다. 다만 해외나 국내나 팬이 자신을 내던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 옛날에 비틀스 공연 때 10대 소녀팬들이 속옷을 벗어던지는 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해외 디제이가 왔는데, 그 디제이가 열성팬과 눈이 맞아 원나이트스탠드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건 남녀 간, 혹은 스타와 팬 간 교감의 일부로 보고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사회적 상식·도덕·규범에 반하는 행위, 성매매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아주 심각한 범죄다. 이런 것은 절대 안 된다.”

클럽은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매출을 더 높일 다른 유혹에 빠지기 쉬울 텐데.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논쟁이 벌어진다. 더 멋진 디제이를 데려와 더 멋진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데, 그런 것 말고 다른 요소를 남용해 돈을 벌려는 유혹이 물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클럽이 클럽에 대한 전반적인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이런 관행이 일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고쳤으면 좋겠다. 클럽이 위험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안전은 클럽 내에서도 만들어갈 수 있다. 다만 운영 시스템을 잘 만들면 된다. CCTV를 어디어디에 설치하고, 이걸 어떤 식으로 관리해서 기록을 남길지. 경호팀이 어떻게 순찰을 돌지, 만약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초동대응을 할지, 경찰이 출동해야 할 경우 어떻게 경찰과 협조해 문제를 해결할지 등이다. 그런 것을 제대로만 하면 된다. 그냥 막아버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닌가. 클럽을 지하로 숨어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리·버닝썬 사태로 클럽 문화 전반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플랫폼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 클럽도 결국 경험을 파는 곳이다. 경험에 가장 직결되는 건 음악이다. 이런 음악과 함께 클럽이 주는 총체적인 경험을 어떻게 더 잘 제공할 수 있는지가 승부의 포인트가 돼야 한다. 이걸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클럽도 하나의 사업이니까 밸런스는 있어야 겠지만. 그래도 제일 집중해야 하는 것은 콘텐츠다.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서 ‘술 마시고 여자 꼬시고 룸 잡는 게 클럽 가는 이유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바꿔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디제이를 보러 갔더니 이런 멋진 경험을 했어’라는 식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제도적으로는 어떤 보완책이 있어야 할까.
“내 업무가 외국인 초청이다 보니, 당장 생각나는 건 아무래도 비자 발급이다. 해외 디제이들의 비자를 받아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한국이 특히 그렇다. 국내에서 비자 발급에 요구되는 모든 필요 서류를 준비한 뒤 아티스트, 또는 대리인에게 보낸다. 그다음에 초청할 디제이의 여권이랑 모든 서류를 받아 한국 대사관에 가서 또 신청을 한다. 여권을 맡겨 놓고 1~3주 정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자는 여권에 찍혀 나오니까. 인기 디제이들은 투어 공연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우리나라 비자 발급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해 초청하고 싶은 디제이가 한국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나, 당장 3일 뒤에 출국해야 하는데 내 여권을 1주일씩이나 맡겨놓으면 어떡하냐’ 이런 식의 불만이 나온다. 클럽도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복잡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필요한 것이 있을까?
“세금 문제다. 클럽은 1종 유흥업소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금이 많다. 주류세부터 특별소비세까지. 그런 것 때문에 현금장사, 탈세와 불법 커넥션의 유혹에 빠진다. 독일 같은 나라는 음악적으로 뛰어난 클럽의 경우 지방정부가 지원해주기도 한다. 싱가포르도 클럽이 관광산업으로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원을 더 하는 대신에 철저히 관리하는 구조가 확립돼 있다. 자꾸 음성화하게 만들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업자들이 나쁜 마음을 안 갖도록 제도화해줄 필요도 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클럽에서 일한다고 다 나쁜 사람이겠나.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말았으면 한다. 일부 잘못된 것을 반드시 바로잡고, 정부도 클럽을 콘텐츠 생산지, 한국 관광산업의 또 다른 잠재력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클럽이 한국의 매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세금도 많이 내는, 제대로 된 산업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