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호 멀티캠퍼스 대표가 9월 24일 서울 멀티캠퍼스 선릉 3층 라운지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유연호 멀티캠퍼스 대표가 9월 24일 서울 멀티캠퍼스 선릉 3층 라운지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孔子)는 이 말을 통해 교육의 즐거움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교육도 기왕이면 즐겁게 받아야 합니다.”

유연호(55) 멀티캠퍼스 대표는 9월 24일 오후 서울 선릉역 인근 멀티캠퍼스 선릉 교육센터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반 정장과 달리 흰 티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걸치고 검정 스니커즈를 신었다.

그는 인터뷰 전, 교육센터를 함께 둘러보며 즐거운 교육 환경 제공을 위한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와 협업을 통해 지난 5월 서울 선릉역 인근에 오픈한 멀티캠퍼스 선릉은 총 5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딱딱한 분위기의 기업 연수원과는 달리 넓은 휴식 공간에 전자오락게임 기기, 다트 게임기 등 다양한 놀 거리가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실내의 알록달록한 색감도 일반 교육장과는 달랐다. 그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 특성에 따라 층마다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등으로 색상을 다양화해 일반 교육장 또는 연수원과 차별성을 강조했다”며 “이는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맞춘 ‘즐거운’ 도심형 연수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전직지원제도 의무화 추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기업 전직지원제도를 내년 5월 1일부터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50대 이상 비자발적 퇴직 직원에 대한 재취업 교육 및 취업 알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인 의무화 대상 기업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는데,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고령화 시대 노동자의 조기 퇴직을 막아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멀티캠퍼스는 HRD(인적자원개발· Human Resource Development) 전문기업으로, 정부 방침에 발 맞춰 전직지원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멀티캠퍼스는 ‘커리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업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세리 시이오(SERICEO) 지식 플랫폼’에서 재취업·창업에 필요한 직무 전문성 강화 교육을 골라서 수강할 수 있다. ‘SERICEO’에는 이미 국내외 기업 리더 1만5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8월 말 현재 서울 18곳, 부산 2곳에 있는 ‘위워크’의 커뮤니티 공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라이트 매니지먼트 소속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경력 목표에 따라 개인 맞춤형 생애 설계 컨설팅과 국내 80여 개 헤드헌팅 기업을 통한 재취업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유 대표는 “2015년 IBM에서 퇴직한 후 귀국해 보니 한국 은퇴자 대다수가 혼자 산에 다니는 등, 그들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멀티캠퍼스는 ‘커리어 클라우드’를 통해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이들이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등 보다 현실적인 전직지원제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 사업 롤모델에 대해 묻자 유 대표는 프랑스 컴퓨터프로그래밍 교육기관 ‘에콜 42’를 소개했다. 2013년 개교한 ‘에콜 42’는 프랑스 교육부가 인가한 정식 학위과정은 아니다.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IT 인재를 길러내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매년 5만 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입학생은 1000명가량으로 경쟁률은 50 대 1에 달한다.

이 교육기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교수와 교재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학교가 제시한 프로그래밍 과제를 스스로 수행하면서 3년 과정을 마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그룹 스터디를 함께하는 동료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학교는 프로그래밍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학습 연구팀이 수십 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는 게 전부다. 이곳을 나온 사람들은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 멀티캠퍼스 선릉 내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 김문관 차장
서울 멀티캠퍼스 선릉 내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 김문관 차장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B2C 확대

멀티캠퍼스의 최근 경영 실적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멀티캠퍼스는 2018년 매출액 2400억원, 당기순이익 17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9.3%, 41.1% 성장했다. 2019년 상반기 누적 매출액도 1363억원, 당기순이익 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 11.8% 성장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멀티캠퍼스의 주가도 유 대표 취임 당시인 2018년 3월 23일 3만1000원에서 2019년 9월 25일 현재 4만3350원으로 39.8% 상승했다. 그는 “현재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인 사업 구조에 그치지 않고 B2C(기업 대 개인) 분야로 영역을 넓혀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멀티캠퍼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멀티캠퍼스는 KT의 IPTV(인터넷TV) 채널 ‘올레 TV’에 SERICEO의 인문·역사·취미·건강 등 다양한 경영 주제를 담은 7~40분짜리 자체 제작 영상 200편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CJ헬로 ‘뷰잉(Viewing)’ 플랫폼과 SERICEO 콘텐츠를 결합한 ‘SERICEO TV’도 론칭했다.

아울러 공중파 EBS의 외국어 인터넷 강의 서비스 ‘EBSlang’에 아이와 부모가 같이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 대표는 “KT에서 추가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의뢰해 공동저작권을 가지는 형태로 획기적인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10월 중 ‘올레 TV’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10월 8일 기업 임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2020 HR 인사이트 포럼’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일반 기업 연수원 가동률 하락, 전직지원서비스 제공 의무화 등 관련 산업계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유연호는 누구?

정보기술(IT)과 교육 사업 전문가. 2002~2015년 미국 IBM 본사 글로벌 인더스트리얼프로덕트(제조업) 부문 대표, 2015~2017년 삼성SDS 솔루션사업부 부사장 역임. 2018년 삼성그룹 HRD 계열사인 멀티캠퍼스 대표이사 취임. 19세기 프랑스 공상과학소설가 쥘 베른의 고전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사랑한다. 최근에는 영화 ‘월터의 상상력은 현실이 된다(2013)’를 인상 깊게 봤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모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반영됐다고 소개한다. 1964년 서울 출생, 대원고, 서울대 영어영문과 학사·경영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