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한 12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택시와 타다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한 12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택시와 타다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 거냐 살릴 거냐’의 이분법적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 상생 협력할 기회를 달라고 한 타다는 택시 업계와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 (12월 11일 국토교통부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 브리핑)

“국토부의 실패한 정책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20만 명의 택시 기사가 싫어하니 타다에 상생안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12월 11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12월 6일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이후 정치권과 업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가 혁신을 막는다”는 모빌리티 업계와 “기존 산업과의 상생(相生)을 위한 것”이라는 정치권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2013년 우버의 한국 진출 이후 촉발한 승차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을 중재하고 상생과 혁신을 도와야 할 정부가 업체와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 렌트 시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현행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운영돼 왔다. 현행법상 택시 면허 없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유료 영업)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타다는 이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임대하면서 동시에 운전기사까지 알선하는 방식으로 촘촘한 규제의 틈을 비집고 나와 성장했다.

이번에 국토위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은 관광 목적이며 6시간 이상일 때에만 서비스를 허용하고 렌터카 대여·반납 장소도 공항·항만으로 제한하는 등 예외 허용 범위를 많이 축소했다. 사실상 타다 영업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르면 연내 임시 국회에서 여야의 이견이 없다면 개정안이 공포된다. 공포된 개정안은 1년 뒤 시행, 시행 이후 6개월 처벌 유예 기간을 두게 된다. 타다가 18개월짜리 시한부 서비스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웅 대표도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논란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다는 유독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비슷한 시기, 카풀 서비스로 같은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법인을 인수하며 정부의 상생 키워드에 발맞추는 것과 대조된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정부가 ‘차량 공유 업체는 택시 면허를 확보해 사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택시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서울 최대 택시 회사로 부상했다. 카풀 서비스가 막히자 택시업 진출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타다는 기존 산업과 협업을 거부하는 쪽을 택했다. 택시와 협업이 아니라 모회사 쏘카와 함께 소유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공유 인프라로 바꿔 파이를 키우고 이용자 편의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다는) 택시 기반 혁신을 꿈꾸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야구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축구 하라고 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와 정부 관계자, 정치인이 연일 날 선 비판을 주고받는 가운데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모빌리티 혁신이 규제에 가로막혀 뒷걸음질치는 사이, 해외 모빌리티 산업은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구글, 애플 등 수십 개 브랜드의 자율주행차 1400대 이상이 도심을 누비고 있다. 보잉과 포르셰는 하늘을 나는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의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 그랩은 은행 계좌나 카드번호가 필요 없는 신개념 신용카드를 출시하며 수퍼 앱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대로 타다 금지법이 촉발한 논란은 스타트업 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가 창업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탓에 혁신 시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 청년 창업 재단인 디캠프도 12월 1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은 타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바꾸고자 노력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혁신의 주인공은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고객이며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 곧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스타트업 키워준다더니 잘라버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모빌리티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신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 손으로는 스타트업에 지원금을 대면서 다른 손으로는 유니콘의 싹을 자르는 이 상황을 보니 목이 멘다”고 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혁신을 떠나 정부와 대립하다 철퇴를 맞는 것을 보니 입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plus point

규제에 가로막혀 사라진 혁신 서비스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서비스가 사라진 대표적인 사례로 콜버스랩의 ‘콜버스’가 있다. 2015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 앱으로 미니밴을 호출해 이동하는 카풀로 인기가 많았다. 승차 거부가 없고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시 택시사업자의 반발을 피하려다 오히려 각종 규제를 추가했고, 결국 지난해 서비스가 종료됐다. 우버보다 먼저 모빌리티 혁신 사례로 인정받던 콜버스랩은 콜버스 서비스를 버리고 전세버스 가격 비교·예약 서비스로 전환했다.

국내 카풀 스타트업 위츠모빌리티와 풀러스도 있다. 풀러스는 2016년 24시간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단기간에 6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등 소비자 호응을 얻었으나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국토부가 출퇴근 4시간만 카풀을 허용하는 식으로 택시 업계의 손을 들어주자 풀러스는 무상 카풀로 서비스를 전환했다.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풀러스는 택시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츠모빌리티의 ‘어디고’는 지난 8월 시범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는 비단 모빌리티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사례가 아니다. 11월 핀테크 스타트업 그레잇은 온라인 환전 서비스 ‘웨이즈’ 서비스를 중단했다. 앱으로 외화 환전을 신청하면 공항에서 현금을 전달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은행보다 싼 수수료와 편리함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각종 이해 관계자의 반발에 막혀 사업을 접었다.

지난 7월에는 빈집·숙박 연계 서비스 ‘다자요’도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을 10년간 무상 임대, 리모델링해 숙박과 연계하는 모델로 농어촌 빈집 문제와 숙박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만을 활용해 지역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현행 농어촌정비법에 가로막혀 사라졌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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