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첫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이 7월 20일 오전 6시58분 14초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사진 AFP연합
아랍에미리트(UAE)의 첫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이 7월 20일 오전 6시58분 14초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사진 AFP연합

오일 머니가 투입된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 통신사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 화성 탐사선이 7월 20일 오전 6시 58분 14초 일본 남서부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날 아말 탐사선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가 만든 우주발사체 ‘H2A’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H2A 발사체는 아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올렸고 아말 탐사선은 로켓 발사 한 시간 후 로켓 분리에 이어 태양 전지판을 펼치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지구와 교신까지 성공해 UAE는 화성 탐사 첫발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UAE는 아말 탐사선 발사를 계기로 이른바 ‘우주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로켓 발사 시 무함마드 빈 라시드우주센터(MBRSC)에 있던 파라즈 자베드 기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발사 직전에 어색한 침묵이 있었다”라며 “로켓이 발사되자 환호성과 기쁨이 가득했고 일부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라고 전했다.

아말 탐사선의 화성 여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약 7개월 후인 내년 2월쯤 화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말 탐사선이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UAE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인도에 이은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보낸 다섯 번째 국가가 된다. 이번 아말 탐사선의 발사체를 담당한 일본의 경우 2003년 노조미 탐사선을 화성에 보냈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앞으로 아말 탐사선은 55시간마다 한 번씩 총 1년 동안 화성 주위를 공전하며, 화성의 대기 정보를 분석해 화성 기후 상황을 알아낼 예정이다. 탐사선이 지구로 보내는 화성의 정보는 전 세계 약 200개 이상의 대학과 연구기관에 제공된다.

그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 우주국(ESA), 러시아 연방우주공사(Roscosmos) 등 전통적인 우주 강국들이 우주 탐사를 주도해왔지만, 이번 발사로 후발국의 소규모 우주 프로젝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사는 2014년 7월 시작된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The Emirates Mars Mission)’에 따른 것이다. 이후 UAE 우주청의 지원으로 MBRSC 엔지니어들이 미국 볼더대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 애리조나주립대 등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해 아말 탐사선을 설계·개발했다.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EMM 프로젝트 부총괄은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UAE 우주탐사 부문, 교육 및 과학계의 발전을 가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UAE의 과학적 목표에 도달하는 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9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두바이 월드 센트럴(DWC)’에서 열린 제14회 두바이 에어쇼에 UAE의 화성 개척 계획이 담긴 지도가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5년 11월 9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두바이 월드 센트럴(DWC)’에서 열린 제14회 두바이 에어쇼에 UAE의 화성 개척 계획이 담긴 지도가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 기술 개발은 아직 아쉬워

이번 발사 후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중국은 7월 23일 텐원(Tianwen) 1호 탐사선을 발사해 화성 탐사를 시작 했으며, NASA도 7월 30일 행성 탐사로봇(로버) 퍼시비어런스를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다만 한국의 기술은 아직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기에는 아쉬운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을 탐사하는 ‘시험용 달 궤도선’을 제작하고 있다. 누리호의 경우, 내년 2월 1차 시험 발사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로 잡혀 있다.

달 궤도선은 달의 표면과 자기장·지질 자원 정보를 얻고 심우주 탐사용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NASA 등과 협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화성 탐사는 독자적인 수행보다 국제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연구부 책임연구위원
“지식경제 국가로 나가겠다는 UAE의 선언”

최기혁인하공대 항공공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항공전공 석사, 영국 런던대 우주과학 박사, 한국우주과학회 회장
최기혁
인하공대 항공공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항공전공 석사, 영국 런던대 우주과학 박사, 한국우주과학회 회장

UAE는 우주기술 후발국이었으나 빠른 속도로 발전해 화성 탐사국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는 한국 기술력도 도움을 줬다. UAE는 한국 위성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와 협업해 개발한 소형 지구관측위성 두바이샛 1호와 두바이샛 2호를 각각 2009년, 2013년에 발사한 바 있다. 이때 전수한 기술과 위성 운용 경험으로 2018년 UAE가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 칼리파샛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조선’은 7월 21일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연구부 책임연구위원에게 전화로 이번 발사의 의미에 대해 듣고, 한국의 계획은 어떤지 물었다.


UAE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UAE는 석유 자원 의존 경제에서 지식경제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국가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240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아울러 부족한 우주기술과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 중심에서 과학 임무, 국제협력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우주탐사를 추진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한 부품 국산화와 핵심기술 개발보다는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한 것이다. 다만 탐사선의 주요 기술과 발사를 외국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독자 우주탐사 수행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화성 탐사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우주탐사를 비롯한 모든 우주 활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의해 진행된다. 이 계획에 따라 현재는 달 탐사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해 2022년에 달 궤도선을 보내는 것이 당면 목표다. 2030년까지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그다음 목표다. 화성 탐사는 국제 협력을 통해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 우주 개발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은.
“한국은 다른 우주 강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우주 개발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지속하려면 우주산업 활성화와 성장 그리고 고용 창출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과 산업에 도움이 되는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 세계적으로 2020년대는 유인 달 탐사, 2030년대는 유인 화성 탐사가 가장 큰 우주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경제력이 세계 10위인 한국은 이 프로그램에 초대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우리는 고유의 장비와 시스템을 개발해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우주 로봇팔을 개발해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 등에 로봇팔을 제공했다. 한국도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