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조 유닉스전자 사장은 ‘고객에게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회사’가 유닉스전자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양수열>
이한조 유닉스전자 사장은 ‘고객에게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회사’가 유닉스전자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양수열>

‘변호사 / 미용사 자격번호: 1380768001**’, 이한조(47) 유닉스전자 사장의 명함은 그의 독특한 이력을 보여준다. ‘법조인 출신 기업인’ 하나만도 유별난데, 거기에 미용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이한조 사장은 자신의 이력에 대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원체 좋아한다”며 “최근엔 필라테스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법조인의 삶이었지만 이한조 사장에겐 따분한 일상이었다. 1997년 사법고시를 패스한 그는 사법연수원과 법무관 복무를 거쳐 2003년 검사로 임관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4년 사표를 냈다.

검사 법복을 벗은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기업 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조지타운대 MBA 과정을 밟았다. MBA 수료 후 유닉스전자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그는 장인인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의 제의를 받고 경영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2007년 입사해 상무, 부사장을 지낸 그는 201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용사 자격증도 이때 취득했다.


취임 4년 매출 수직상승… 꾸준한 R&D 효과

이한조 사장이 취임한 후, 유닉스전자의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2013년 연 매출 356억원이던 회사가 2016년에는 6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5억5000만원에서 107억6000만원으로 성장했다.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이·미용기기의 공세가 거센 상황 속에서 거둔 성과다.

이한조 사장은 유닉스전자의 성공 요인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R&D)’을 꼽았다.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미니사이즈 제품 ‘테이크아웃’ 시리즈부터, 전문가급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특히 테이크아웃 제품은 ‘티몰(T-mall)’ 등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며 중국 내 ‘미니고데기’ 열풍을 일으켰다.


검사를 관두고 기업인이 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1년간 검사 생활을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큰 뜻엔 공감했지만 피로만 쌓여갔다. 검사라는 직업 특성상 죄를 지은 사람, 쉽게 말해 나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법조인의 특성은 살리되 보다 역동적인 일을 해보고자 기업 전문 변호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아닌 경영인이 됐다.
“장인인 이충구 회장과 미국 출장을 동행하던 중 입사 제의를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회사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활동적이고 현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영인의 삶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미용사 자격증은 어떤 계기로 도전하게 됐나.
“회사 경영을 맡게 되면서 이·미용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마케팅 차원으로 접근했다. ‘미용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미용기기 회사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싶었다. 또한 사업 이해도를 높이고 제품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미용사 자격증이 실제로 도움이 됐나.
“사실 기술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학원에서 나와 함께 수업을 받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미용 기술을 배웠다. 그들을 보면서 미용사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미용사들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008년 유닉스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평가했나.
“그때도 유닉스전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국내 대표 뷰티 전문기업의 명성을 갖고 있었다. ‘헤어드라이어 하면 유닉스’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의 위치에 있었다. 문제는 이게 40~50대 소비자에게 국한됐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 한계를 극복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 답을 어디에서 찾았나.
“소비자층의 다양화에 집중했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전문가급 라인업은 계속 유지한 채 젊은층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테이크아웃’ 시리즈를 선보였다. 미니헤어드라이어부터 미니플랫아이언, 미니고데기 등 작아서 휴대가 간편한 제품을 개발했다.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고객이 뷰티 매장에서 제품을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최근엔 USB 전원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시장 반응이 좋다.”

테이크아웃 제품 출시 성과가 상당한가 보다.
“2015년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6.9%, 영업이익은 61.3% 성장했다. 이걸 견인한 게 바로 테이크아웃 시리즈다. 작고 간편한데 제품이 예쁘다. 게다가 제품의 본 역할인 헤어 스타일링도 잘된다. 3박자를 고루 갖춘 제품이다.”

중국 시장에서 꽤 많은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드 갈등과 관련한 피해는 없는지.
“우리도 사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국내 판매량이 줄었고, 중국 내 ‘왕훙(파워블로거)’들의 리뷰도 사라지면서 온라인 마케팅이 힘들어졌다.”

그래도 최근 한·중 양국의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향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또 중국 시장 공략 방안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최근 들어 중국 내 도매상들로부터 구매 제안이 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진 제품 수출 시 한국산 제품을 알리는 표기를 지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요즘엔 그런 요구사항이 사라졌다. 중국 시장 공략은 왓슨스(watsons) 등 좋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발판 삼아 넓혀갈 계획이다.”

혹시 글로벌 기업 중 롤모델로 삼고 싶은 회사가 있나.
“애플이다. 애플은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하는 기업이다. 많은 품목을 취급하지도 않는다. 우리도 애플처럼 다품목보다는 소품목을 깊게 다루려고 한다. 난 ‘차별화’ 정도로는 이 시장을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월해야 한다.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이다. 변화를 넘어선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헤어드라이어를 만들어 파는 하드웨어 기업에 멈춰선 안 된다.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결합해 고객에게 스타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 이한조
1970년 서울 출생, 한양대 법학과, 사시 39회,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 미국 조지타운대 MBA 수료, 유닉스전자 사장(2013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