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셸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 UCSC 문화인류학 /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마이클 셸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
UCSC 문화인류학 /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원전 모범국인 한국이 탈(脫)원전에 나선 것은 ‘에너지 자립을 포기하고 노예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클 셸런버거 ‘환경 진보’ 창립자 겸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간의 탈원전 정책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셸런버거 대표는 미국에서 원전 폐쇄 반대 운동을 해온 환경운동가다. 2008년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환경 영웅’으로 뽑혔다. 그는 2017년에 방한해 미국 원자력‧기후학 과학자 13인과 공동 서명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2년 후 다시 한국을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6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미래 에너지 포럼’에서 셸런버거 대표를 인터뷰했다.


탈원전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험해졌다고 했는데. 
“탈원전은 한국 에너지 자립에 최악의 결정이다.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격 사건처럼 세계적인 분쟁이 증가하면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원전만이 에너지 자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희생한 대가는 비용 상승과 대기오염이었다.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손실액은 천문학적이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UAE 원전 유지보수 사업 독점권을 놓쳤다. 잘못된 공포로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한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을 10㎞ 단위 블록으로 쪼개면, 1000개 구역 중 8개 구역만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300만 가구를 위한 발전량을 얻기 위해 원전은 축구장 크기의 부지만을 필요로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이보다 478배, 625배의 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지난 2년 사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비중은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우리가 투자한 만큼 돌려주지 않는다.”

한국의 탈원전이 세계 원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서방’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이한 원전 건설국이다. 한국이 빠지면 러시아와 중국의 지배적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국 원전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300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세계적으로는 대기오염 때문에 1년에 700만 명이 세상을 뜬다. 유독 원전에 대해서만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 원전 업계에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나.
“원자력 전공 대학생들이 연합해 탈원전에 맞서고 있다. 대만이 원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젊은이들의 활동 덕분이다.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감명받아 1000달러를 기부했다. 이들을 돕는 것은 우리의 양심적 의무이기도 하다.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부로부터 원전을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