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출시된 ‘반다이남코코리아’의 다마고치 신작 ‘다마고치 썸’. 사진 네이버 블로그 Lisianthus
10월 출시된 ‘반다이남코코리아’의 다마고치 신작 ‘다마고치 썸’. 사진 네이버 블로그 Lisianthus

1990년대 중·후반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휴대용 디지털 애완동물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돌아왔다. 1996년 11월 일본의 종합 완구 회사 ‘반다이’에서 출시한 다마고치는 일본어로 달걀을 뜻하는 ‘다마고’와 ‘워치(watch)’의 합성어다. 달걀 모양 게임기의 구성은 액정 화면과 버튼 세 개가 전부다. 게임 방법도 간단하다. 사용자는 화면 속 캐릭터에게 밥을 주고, 배설물을 치우며 함께 놀아준다. 밤에는 캐릭터도 잠을 자는 등 사용자와 생활 패턴이 같아 실제 애완 캐릭터를 육성하는 듯한 재미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1997년 5월, 3일 만에 3만 개가 팔리기도 했으며,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약 8200만 개에 달하는 당대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승승장구하던 다마고치는 2000년대 중·후반 PC와 스마트폰 보급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았다. 다마고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외선 통신, 컬러 액정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현재까지 시리즈를 이어 오고 있다. 2019년 10월 반다이의 한국지사인 ‘반다이남코코리아’가 출시한 ‘다마고치 썸’은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다마고치 시리즈의 신작이다. 출시 한 달 전인 9월부터 예약 주문을 받을 만큼 제품 수요가 있었다. ‘다마고치 썸’은 현재 반다이남코코리아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반다이몰’과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판매 직후 소비자 반응도 좋다. 유튜브에서 ‘다마고치 썸’을 소개한 리뷰 영상은 2주 만에 조회 수 8만 건을 넘어섰다. 다마고치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기를 띠고 있다. 멤버 수 1만7000여 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다마고치 플러스’에는 매일 150건 이상의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오며, 멤버들은 정보를 공유한다. 1990년대 청소년들 사이 최고의 ‘인싸템(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이르는 말)’이었던 다마고치가 다시 주목받는 비결을 살펴봤다.


비결 1│사용자끼리 통신하며 ‘교감’

시리즈 최신작인 ‘다마고치 썸’은 다마고치 본래의 기능인 캐릭터 육성의 즐거움은 유지하면서 통신 기능을 더해 사용자 간 소통 기능을 추가했다. 과거에 출시한 다마고치는 사용자 혼자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에 기능이 국한됐다. 이런 기술적 한계로 게임 속 콘텐츠는 확장성이 부족했고, 사람들은 매번 반복되는 다마고치의 게임 패턴에 쉽게 질렸다.

‘다마고치 썸’은 적외선 통신과 스마트폰 연동 기능 등을 통해 다른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자신의 캐릭터를 다른 다마고치 캐릭터와 결혼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캐릭터 간 결혼이 성사되면 부모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녀 캐릭터가 탄생한다. 일정 확률로 쌍둥이가 나오기도 해, 재미를 더했다. 자녀 캐릭터의 외관은 부모 캐릭터 중 한 명을 닮을 수도 있고, 대를 건너 조부모를 닮을 수도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특색 있는 가족을 구성하는 등, 게임의 세계관이 확장됐다. 이 밖에도 다른 캐릭터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거나, 함께 외출하고 캐릭터의 애완동물인 ‘다마펫’을 분양받을 수도 있다. 상점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게임 화폐 ‘고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미니게임도 존재한다. 과거 다마고치의 기능이 크게 먹이 주기, 잠자기, 놀아 주기 정도에 국한한 것에 비해 다마고치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이다.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과거 사람들이 다마고치에 쉽게 질리는 단점을 보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다마고치 인기 확산에 영향을 줬다”며 “‘자신이 키운 캐릭터가 이렇게 변화했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면서 혼자 다마고치를 즐기던 1990년대와 환경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NS ‘인스타그램’에는 약 1만8000개의 게시글이 ‘다마고치’를 키워드로 해 올라와 있다.


비결 2│한글 지원으로 캐릭터와 소통

‘다마고치 썸’은 반다이에서 발매한 최초의 ‘한글화’ 다마고치다. 1990년대 발매한 다마고치는 일본어 기반이어서 국내 다마고치 사용자들이 게임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캐릭터가 사용하는 언어도 일본어였기 때문에 사용자와 캐릭터 간 심리적 거리감도 존재했다.

한글을 지원하는 ‘다마고치 썸’은 기기를 처음 구동했을 때 사용자의 이름을 한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부터 전작과 차별화된다. 사용자의 이름을 설정하면 다마고치 속 캐릭터가 사용자의 이름을 불러 준다. 가령 사용자 이름을 ‘철수’로 설정하면, 다마고치 속 캐릭터가 “철수야 우리 같이 놀까?”라고 말을 거는 식이다.

육성의 측면에서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하고 게임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다마고치 썸’을 판매하는 반다이의 온라인 쇼핑몰 ‘반다이몰’ 내 제품 상품평에는 한글화에 만족도를 나타내는 의견이 상품평의 50% 이상에서 나타났다.


비결 3│구매력 갖춘 성인 향수 자극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새롭게 변신한 다마고치는 1990년대 당시 청소년이었던 세대가 현재 20~30대로 성장해 구매력을 갖추면서 더욱더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를 분석하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30세대의 ‘다마고치’ 검색 건수는 10월 둘째 주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해, ‘다마고치 썸’이 출시된 10월 셋째 주 절정에 달했다. 10월 셋째 주 이후에도 ‘다마고치’ 검색 건수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20~30대는 다마고치 기기를 살 뿐 아니라 다마고치의 휴대성을 높여주는 스트랩(strap·끈)을 사거나, 맞춤 케이스를 제작하며 개성을 뽐낸다.

2019년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 키워드 중 하나인 ‘뉴트로(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흐름도 다마고치 인기에 영향을 줬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다마고치를 생일 선물로 사줬다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초등학생 자녀도 재미있게 다마고치를 즐기고 있지만, 나도 옛날 생각이 나서 자녀 못지않게 다마고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은희 교수는 “다마고치는 성인들에게 1990년대 복고의 향수를 주면서도 기능이 업그레이드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며 “당시 다마고치를 즐기던 세대가 현재 구매력을 갖춘 만큼 자신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마고치는 PC게임과는 또 다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오락 기기로서 2010년대생에게 신선함으로 어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