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둔 이치줘예망 대표는“수익만 생각했다면 금융업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육사업의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진 :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샤오둔 이치줘예망 대표는“수익만 생각했다면 금융업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육사업의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진 :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교육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1560억2000만위안(약 26조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이리서치는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동영상 플랫폼의 발전 등에 힘입어 관련 시장 규모가 2019년에는 2690억위안(약 44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주요 도시에 4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국 인터넷 교육 플랫폼 ‘이치줘예망(17zuoye.com)’의 샤오둔(肖盾)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관련 인프라와 장비에 만만치 않은 투자가 필요한 반면, 이익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샤오 대표는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전기․정보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파생상품 담당자로 근무했고,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기획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1년 이치줘예망을 창업했다. 이치줘예망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우르는 중국 최대 온라인 가정학습 플랫폼이다.


대교·청담러닝 등 한국기업과도 협력
대교·청담러닝 등 한국기업과도 협력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숙제(homework)’ 콘텐츠와 평가 솔루션으로 시작해 동영상 강의와 학부모․교사 커뮤니티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대교와 청담러닝 등 국내 주요 교육 기업들과도 협력 중이다. 조선일보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 참석차 방한한 샤오 대표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인터뷰했다.

창업 초기 숙제 콘텐츠로 차별화한 이유는.
“숙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숙제를 내주는 것은 교사이고 하는 주체는 학생이지만 학부모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숙제는 학습 도구이면서 평가 도구이기도 해서 방대한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숙제 콘텐츠는 무료인데 운영은 어떻게 하나.
“입시 준비 과정을 포함해 학습용 유료 콘텐츠를 별도로 제공한다. 유료라 해도 월 5~6달러(약 5600~6700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학습자의 필요와 수준에 따라 개별화된 과정을 제공한다. 강의 콘텐츠도 총 8개 강의로 구성된 두 달 과정이 50달러 정도다. 과외나 학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오프라인 강의와 달리 사무실 임대료 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고용 규모와 매출은.
“전체 직원은 1000명이 넘지만, 파트타임 인력이 많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정규직 콘텐츠 개발자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 그 밖에 발달심리 전문가와 교수법 전문가, 강사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력이 함께 근무 중이다. 매출은 월 500만달러(약 56억원) 정도다. 지난해 9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수익은 전액 재투자한다. 이제까지 투자한 금액만 1억5000만달러(약 1686억원)다. 중국 온라인 교육산업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성장이 빠른 시장은 아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앞으로 치열해질 경쟁에 대한 대책은.
“바이두(百度)와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등 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온라인 교육 시장에 관심이 많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고객의 필요를 더 잘 이해해 적시에 문제를 해결하고, 연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경쟁이 치열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치줘예망을 거액에 매각하는 것을 기대하나.
“아직 창업 당시 그렸던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인수·합병이든 전략적 투자든 상장(IPO)이든, 파트너십이든 간에 그 그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금융업계를 떠난 것을 후회하진 않나.
“수익만 생각했다면 금융업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사업의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중국 최초의 교육사업자가 누군지 아나? 바로 공자다. 생전에 그가 가르친 제자는 3000명 정도였지만 그의 가르침은 지금도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자는 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가치와 경제 가치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다. 균형을 찾을 수 있고, 또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ai)은 교육을 어떻게 바꿀까.
“AI를 얼굴 인식 기술과 결합해 온라인 학습자의 기분과 집중도, 이해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농담을 던지는 등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국의 IT 기업과 관련 기술 상용화를 위해 협력 중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도 중요한 교육 매개체가 될 것이다.”

온라인 교육이 발전하면 유학도 사라질까.
“기술 발달이 현지 경험의 매력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런던브리지 폴링 다운(London Bridge is falling down)’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런던브리지에서 듣는 것과 베이징에서 듣는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나(웃음).”


▒ 샤오둔(肖盾)
영국 케임브리지대 전기·정보공학 석사, UBS 파생상품 담당, 교육 전문 앱 둔앤드황(Dun & Huang) 공동 창업


Plus Point

불법 복제물 판치는 중국 온라인 교육업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교육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이다. 불법 해적판 인터넷 강의가 정품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유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적판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수익 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의 온라인 교육 기업 9500여개 중 4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보다 못한 중국 정부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섰다. 그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총 2118건의 인터넷 판권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됐고, 113개의 관련 웹페이지가 폐쇄됐다. 부과된 벌금은 450만위안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