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강행된 것이다. 사진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강행된 것이다. 사진 EPA연합뉴스

12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예상대로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과 정치권에서 금리 동결 압박이 이어졌는데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0~2.25%에서 연 2.25~2.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3월, 6월, 9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인상됐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같이 결정한 뒤 성명에서 “노동 시장과 경제 활동이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미 뉴욕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하루 사이 1.5% 하락, 올 들어 총 6%가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거래가 시작된 20일 한국 코스피 지수와 일본 닛케이 지수도 각각 0.9%, 2.8% 떨어지는 등 글로벌 증시는 동반 하락의 흐름을 보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연준을 압박해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는데, 금리 인상이 단행되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의 결정에 트럼프의 압박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옳다고 판단한 것의 실행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직전 FOMC에서 내놨던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미리 결정되지 않는다”면서 “연준은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해 (기준금리 동결·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 연준은 올해 견조하게 성장한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의 이번 발언도 기존 입장을 바꿀 만한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정도의 ‘속도 조절’로 시장이 만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0.5%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던 한·미 양국 간 금리 차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졌다(상단 기준). 한국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만큼 예상대로 미국이 금리를 두 차례 올리면, 한·미 간 금리 차는 1.2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금리 차 1%포인트 벌어지면 충격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실질 금리 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양국 간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경우 국내 시장에 충격이 될 만한 수준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전문가들이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국내 경기가 하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마저 나오고 있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 때문에 한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경기 부양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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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과 기준금리 결정의 구조 미국은 뉴욕, 보스턴, 애틀란타,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등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이 있고, 이를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가 통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제롬 파월은 이 FRB 의장을 맡고 있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FRB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FRB가 한국은행이라면, FOMC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FOMC는 의장을 포함해 연준 이사 7명 전원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5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당연직이다. 나머지 4명은 남은 11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4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서 1명씩 1년간 돌아가면서 맡는다. FOMC 위원들은 1년에 8차례 열리는 정례회의에 참석해 통화정책 등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한다. 기준금리는 단일 수치가 아니라 가장 높은 금리와 가장 낮은 금리를 0.25%포인트 차이를 두고 구간으로 제시한다. 여러 주가 합쳐진 연방국가인 미국의 특성상 각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각 주의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구간 내에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Plus Point

금리 인상 두고 한배 탄 트럼프와 유력지

‘가짜 뉴스(fake news)’ 논란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날을 세워 온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지가 잇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비판하며 이례적으로 입을 모았다.

WSJ는 ‘연준이 멈춰야 할 때’라는 제목의 18일 자 사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수개월 동안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경제와 금융은 그가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연준의 임무인데, 물가 상승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10월부터 연준 공격 수위를 높여 온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은 또 실수하기 전에 오늘 자 WSJ 사설을 읽어보길 바란다”며 “지금도 부족한 유동성을 더 부족하게 만들지 말라. 긴축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줄곧 비판해 온 NYT는 이 트위터에 대해 “연준이 긴축을 서두른다는 우려 때문에 지난 두 달 동안 금융시장이 흔들린 게 사실이고, 연준 때문에 부채가 많은 제조업, 금리에 민감한 주택·자동차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트위터 내용이) 연준 의장에게 매우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심지어 “트럼프가 ‘시장을 피부로 느껴라, 의미 없는 숫자만 들여다보지 말라’고 주문한 대목을 강조하면서,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천하는가로 중앙은행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