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일 회장은 “회복세에 있는 주택경기가 급랭하지 않도록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심광일 회장은 “회복세에 있는 주택경기가 급랭하지 않도록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임대주택 전문회사인 석미건설이 짓고 있는 동해북평 석미모닝파크는 전용면적 59~84㎡ 299가구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올 1월 임대 분양한 이곳은 2개월 만에 100% 분양률을 기록해 강원도 부동산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임대아파트는 투기나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선택한다는 특성상 분양아파트처럼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임대아파트가 2개월 만에 분양이 끝난 이유 중 하나는 ‘분양 전환형 임대아파트’로 전세, 월세로 5~10년 살아본 뒤 내 집으로 분양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근의 임대아파트보다 입주 비용이 10~20% 저렴한 것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석미건설이 짓고 있는 또 다른 임대아파트인 충북 진천의 광혜원석미모닝파크도 298가구의 임대아파트로 올 5월 임대분양을 완료하고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석미건설 심광일 회장을 만나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에 따른 중견·중소 건설 업체들의 애로점과 타개책을 들었다.


사업 시작 때부터 임대주택 사업을 전문영역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집을 재테크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인식하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임대주택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매매가가 하락하는 반면, 전셋값은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는 최대 5년간 임대보증금 상승에 따른 부담 없이 새 아파트에 살아본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 이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분양 전환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불황기 주택 매입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택 시장은 분양주택에서 다양한 임대주택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단일화된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임대주택의 형태로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려고 합니다.”

최근 정부의 규제 높은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응 방안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일부 과열지역에 대해 맞춤형 대책을 발표해, 수십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던 지역의 분양 청약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2~3년간 주택 시장은 저금리와 전세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활황세를 탄 것이 맞고, 숨고르기를 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 정책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경착륙을 한다면 많은 주택건설 사업자들에게는 크나큰 시련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건설 업체에 구조조정이라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석미건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임대주택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 합니다. 현재의 정책은 상위계층의 주택과 하위계층의 주택 정책으로 중산층을 위한 주택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주택 시장은 중산층을 위한 적정한 수준의 임대주택 공급이 핵심 사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봅니다.”

임대주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좋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의 임대주택은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는 정책 목표 때문에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무조건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력이 떨어지는 서민들만 사는 아파트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임대주택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적정 수준 가격에, 품질도 분양아파트에 떨어지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뉴 스테이 정책’이라 할 수 있고 저희 회사에서도 이 사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는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부동산은 한마디로 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부양책을 펼쳤던 정부가 갑자기 노선을 바꿔 부동산 강경책을 쓴다면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건설 투자가 전체 경제성장의 5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급랭은 내수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됩니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주택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쳐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이 이미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미분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회복세에 있는 주택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지 않고 상당기간 온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 유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올 1월 임대분양을 실시한 동해북평석미모닝파크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299가구 물량이 2달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사진 : 석미건설>
올 1월 임대분양을 실시한 동해북평석미모닝파크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299가구 물량이 2달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사진 : 석미건설>

올해 지방 일부 지역에 아파트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난 것처럼 내년에는 수도권에도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올해 주택 공급 물량 증가는 규제완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맞춰 공급이 증가하는 시장수급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저금리 기조 유지, 전세가 상승 지속 등 주택 시장의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적 증가로 보입니다. 정부의 이번 11·3, 11·24 부동산규제대책 등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어 주택 시장의 공급과잉 문제는 시장 기능에 의해 자동 조절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정부가 2014년 9·1조치 때 ‘더 이상 대규모 택지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주택 업체가 집을 짓고 싶어도 택지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공급이 많았던 것은 과거에 확보해 놓고도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인해 집을 짓지 못했던 재고 택지에 아파트를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택 업체 보유 택지가 점점 소진되면서 집 지을 땅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작년보다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중견 업체들이 스스로 해야 할 노력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중소‧중견주택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성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브랜드를 개발해 인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또한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주택의 품질을 높임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겠지요.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고효율‧친환경 주택을 위한 새로운 주택 평면과 내부설비, 인테리어를 개발, 급변하는 주택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주문설계 등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통해 주택 전문기업만의 독특한 틈새시장 개척도 필요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건실한 중견주택 업체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이나 주택단지, 평면설계 등에 있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덩치가 큰 대형 업체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력과 마케팅전략, 경영능력 등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우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이 있다면.
“정부가 그동안의 기조와 다른 ‘11·3, 11·24 부동산규제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계부채와 가수요는 관리하되 주택 시장에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선별적이고 탄력적인 세밀한 정책시행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향후 주택정책은 정부 부처 간 다원화돼 있는 주택 관련 규정을 일원화하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례로 주택건설공사 감리의 경우 건축, 전기, 정보통신, 소방 등 단일 사업장에 부문별로 다원화된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감리의 비효율 및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를 앞으로 주택법으로 일원화해 통합감리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주택건설공사 하자담보책임기간도 주택법과 집합건물법으로 이원화돼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주택법상 하자담보책임기간으로 일원화해 주택 업체의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또,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표준건축비를 자재 가격, 인건비 변동에 연동시켜 현실화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습니다.”

앞으로 중소 주택 업계는 신규 사업을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중소 주택 업계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떠오르는 것으로는 우선 소규모 도시 재생사업을 꼽고 싶습니다. 그중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손색없어 보입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단위의 소규모 노후주택 정비를 위한 ‘미니 재건축 사업’입니다. 전면 철거를 전제로 하는 기존 재건축·재개발과는 달리 기존 주거지의 도시기반시설을 유지하는 게 다른 점입니다. 중대형 건설사는 소규모 사업 특성상 수익을 맞추기 힘들지만 중소 주택 업체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소 주택 업체들의 사업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금융 지원과 각종 규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 심광일
중앙대 건축공학과, 한양대 건축공학 석사, 석미건설 창업,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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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전환형 임대아파트 내 집처럼 편하게 살다가 전환 시점에 분양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최초 구입 자금이 적을 뿐 아니라 임대 기간에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래 세금이 없고, 매년 납부하는 재산세도 없다. 먼저 임대로 살아보고 차후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투자 리스크를 줄인 실속형 아파트로 평가받는다.

Plus Point

모닝파크는 ‘해가 제일 일찍 뜨는 곳’

석미건설의 아파트 첫 브랜드는 개나리아파트였다. 사업 초기인 1994년 준공한 천안 쌍용동의 천안개나리아파트가 석미건설 첫 사업장이었다. 이후 산내들아파트, 한아름아파트 등 우리나라 고유의 한글 브랜드를 계속 사용해왔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다양한 아파트 브랜드가 봇물처럼 생겨남에 따라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사업을 준비하던 지역이 강원도 속초였다.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일찍 뜨는, 즉 아침이 일찍 시작하는 곳이라는 데 착안, ‘모닝파크’란 새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 준공된 ‘속초석미모닝파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석미건설의 대표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아파트 브랜드의 영향인지 석미건설은 유독 강원도 지역 사업장이 많아 ‘강원도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원도 진부, 양구, 삼척, 둔내, 속초, 동해, 강릉 등지에서 임대사업을 성공리에 완수했다. 석미건설 심광일 회장은 “석미모닝파크는 고객 ‘생활의 편리함과 행복한 여유가 가득한 아파트’를 모토로 고객 중심의 평면 설계와 단지 배치,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주거공간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