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에 정식 취임한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2016년 10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에 정식 취임한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언론사들이 2016년 한 해 가장 화제가 됐던 국제기사를 뽑은 결과,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뉴스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럭비공’ 같은 외교정책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정책이 그의 에너지정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포기하고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중시한 에너지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자의 에너지정책 공약이었다. 화석연료 중시 에너지정책은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에너지정책은 2016년 11월에 정식 발효된 파리기후협약과도 크게 상반된다. 따라서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너지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는 트럼프의 이 같은 과거지향적 에너지정책이 득이 될까, 실이 될까.

2016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세계에너지협의회(WEC·World Energy Council) 회장(임기 3년)에 취임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이에 대해 명료하게 대답했다. 김 회장은 “세계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는데, 이 같은 세계 흐름과는 거꾸로 화석연료 개발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대전환이 천천히 진행될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과의 신년 인터뷰는 2016년 말 대성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대성그룹은 대구, 경북 안동·영주, 예천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밖에 대성창업투자 등 금융회사를 갖고 있다. 2015년 기준 그룹 매출이 1조1000억원이었다.

김영훈 세계에너지총회(WEC) 신임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016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WEC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성그룹>
김영훈 세계에너지총회(WEC) 신임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016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WEC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성그룹>


2016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WEC총회에서 회장에 정식 취임했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째로, WEC 회장 임기 동안 제2의 마이클 패러데이(전기모터를 발명한 과학자) 같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과학 기술자들을 발굴해 이들이 마음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투자자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다양한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이는 WEC의 특성상 이러한 기술자들과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는 포럼을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에너지 다보스 포럼’을 구상한다는 거죠. 이러한 프로젝트를 가칭 ‘발명가와 투자자의 만남, IIE(Inventor-Investor-Encounter)’라고 하고, 2019년 제24차 아부다비 세계에너지총회에서 구체화해 에너지 대전환기를 이끌어가는 기술혁신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에너지, 식량, 물 등 연관 분야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각 분야별로 환경변화에 독자적으로 대응해왔다면, 앞으로는 세 분야가 기후변화, 자연재해 같은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강인하고 복원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 플랫폼을 회장 재임 기간에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총회 기간 중 몇개의 토론 세션에 머물던 에너지, 식량, 물 분야 협력에 관련한 논의를 제24차 아부다비 세계에너지총회의 주요테마로 잡아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에너지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기후변화와 급격한 기술발전 등으로 인해 세계 에너지시장은 과거 산업혁명에 필적할 만한 에너지 대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이러한 대전환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연소를 기반으로 하는 ‘Black energy economy’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비연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Blue energy economy’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비연소 에너지 보급확대와 에너지효율 향상으로 인해 OECD 국가들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2007년을 기점으로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수요 증가로 세계 에너지수요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석유만 하더라도 앞으로 길어야 15년 이내에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수요 피크(demand peak)’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2015년 11월 초에 대표적인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과 석유수출국 기구인 OPEC이 2030년 이내에 석유수요가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는, 자신들 입장으로 볼 때 매우 충격적이고 암울한 전망을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화석연료에 방점을 두는 에너지정책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죠. 저는 트럼프의 이런 행보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화석연료 시장이 가장 큰 나라는 미국인 만큼 화석연료 개발 확대는 갑작스러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투자 부족에 대한 쿠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에너지 대전환이 소프트랜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큰물이 흘러갈 때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더라도 묻히기 마련입니다.”

이 와중에 OPEC이 석유생산 감산을 결정한 배경은.
“OPEC은 2030년 이전에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수요 피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감산 결정은 너무 급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감산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탄력을 받게 됩니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감산 효과를 유지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촉진을 가져오고, 결국 에너지 대전환을 촉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세’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트럼프가 셰일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는데, 유가가 오르면 OPEC은 감산한 만큼 시장점유율만 빼앗기게 됩니다. OPEC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것도 감수해야 하고, 자산을 팔 수 없는 것도 감수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강화되는 것까지 모두 감수하고 급하게 감산 합의에 들어간 것입니다. 결국 OPEC의 감산합의는 에너지 대전환을 촉진시키고 수요피크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죠.”

2016년 11월 대성그룹이 본사가 있는 대구 시내 초등학교 5, 6학년들을 대상으로‘신재생에너지 청소년 과학캠프’를 열고 있다. <사진 : 대성그룹>
2016년 11월 대성그룹이 본사가 있는 대구 시내 초등학교 5, 6학년들을 대상으로‘신재생에너지 청소년 과학캠프’를 열고 있다. <사진 : 대성그룹>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를 덜 쓰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인가.
“원론적으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화석연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것이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 에너지 시장은 과거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본집약산업(resource-based,capital-intensiveindustry)에서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집약산업(knowledge-based,technology-intensive industry)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이 이러한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다방면에서 기술적인 기반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술이 당면한 에너지문제 해결책이라는 답변이군요.
“지금 전 세계가 쓰고 있는 전력도 20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에너지 아닙니까. 지금의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엔진이 나와야 합니다. 아직 일반화되진 않았지만 미생물에서 전자가 흘러나오는 시대가 왔습니다. 미생물이 무기물을 섭취해 전자를 생산하는 ‘살아있는 엔진’으로 각광받을 겁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경쟁력 있고 육성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우리나라는 이미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 분야에서 세계 5대 강국이며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단속성(intermittency)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틸리티 수준의 ESS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미 배터리 기술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ESS산업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수한 IT 기술력과 에너지기술을 융합한 스마트그리드 분야도 전망이 있다고 봅니다.”

대성그룹의 신년 사업 주요 현안은.
“신년에도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LNG 중심 기존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신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 화성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대구시의 ‘테크노폴리스 에너지 자족도시’ 조성 사업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과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효율 인프라를 확충해 테크노폴리스에 시간당 최대 100㎿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함께 ESS 분야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컨소시엄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여 향후 ESS 설계 및 시공 분야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저는 대성그룹이 ‘Total Energy Solution Provider’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에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물과 식량 부족 문제까지 아우르는 ‘Total Solution Provider for FEW(Food, Energy, Water) Nexus’로 자리매김했으면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 주민에게 전기뿐만 아니라 식수, 농업용수 공급을 통해 식량생산을 가능케 한 솔라윈(SolaWin) 프로젝트는 그 첫 단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영훈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미시간대 대학원 법학석사, 하버드대 대학원 신학석사,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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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너지협의회(WEC·World Energy Council) 1923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WEC는 UN의 공인을 받은 에너지 전문 국제 민간기구로 현재 9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에너지 분야의 생산국과 소비국, 수출국과 수입국이 모두 참여하는 세계 최대, 유일의 민간 에너지 기구다.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신기후체제로 기후변화에 대해 전 지구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 협약이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의 감축 의무만 부과했던 것과 달리 파리기후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95개 국가가 모두 참여하는 협약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55% 이상을 차지하는 55개 국가의 비준을 얻어 2016년 11월 4일 정식 발효됐다.

Plus Point

대성그룹 에너지사업 솔라윈

솔라윈 태양광 펌핑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보고 기뻐하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
솔라윈 태양광 펌핑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보고 기뻐하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

대성그룹의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중 솔라윈(SolaWin) 프로젝트는 공익을 추구하는 대성그룹의 기업철학을 가장 잘 반영한 모델이다. 솔라윈은 대성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태양광, 풍력 복합 발전 시스템으로서 에너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더 나아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직면한 FEW(Food, Energy, Water) 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됐다.

대성그룹이 한국에서 축적해온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 진행한 솔라윈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몽골,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에콰도르 총 5개국에 설치됐다.

특히, 솔라윈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특성이 상이한 각각의 지역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사막화 문제에 직면한 몽골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황사의 원인인 중국·몽골 고비사막의 녹지화를 위한 발전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지역에서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인 솔라홈 시스템을 보급했다. 가장 최근 프로젝트를 진행한 에콰도르에서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통해 이전까지 사용했던 디젤 발전기를 대체함으로써, 최근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청정 자연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의미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