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토 회장은 “자유무역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 자유의 수호, 투명성 제고 등이 우리가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 원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네토 회장은 “자유무역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 자유의 수호, 투명성 제고 등이 우리가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 원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세계 5위 경제 대국 영국은 지난해 6월 23일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복지 부담 증가, 유럽연합(EU)의 불합리한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결과였다.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31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우선’이라는 고립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총생산(GDP) 18조달러(약 2경1740조원, 영국 포함)가 넘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 EU의 결속력 약화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EU 회원국 출신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EBOWWN(유럽 비즈니스기구 세계 네트워크)의 레나토 네토 회장은 그러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출신의 네토 회장은 2001년 발족한 EBOWWN의 첫 비(非)유럽인 수장이다. EBOWWN은 전 세계 약 1만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스웨덴의 ‘가구 공룡’ 이케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럽 기업들이 대부분 EBOWWN 회원사다.

북미와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진출한 유럽 기업과 EU 본부 조직 간 정보 교환은 물론 현지 투자와 사회공헌, 인적 교류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네토 회장을 서울 남대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에서 인터뷰했다.


브렉시트의 경제 여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EU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U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을 모태로 시작해 회원국 수를 늘려왔습니다. 기술 발달로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들은 점점 더 긴밀하게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새로 가입을 원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EU보다 영국에 훨씬 큰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봅니다. EU는 회원국 하나를 잃을 뿐이지만 영국은 나머지 27개 회원국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브렉시트와 관계없이 자유무역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 EU 집행위원회(EC)의 입장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자유무역 퇴조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국과 유럽 간의 교역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미국은 EU의 중요한 수출 시장이면서 투자처이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유럽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스웨덴산 제품보다 자국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매출 규모가 더 큽니다. 미국과 유럽은 오랜 세월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보호주의가 EU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4년간의 (트럼프) 임기는 미국과 유럽의 협력 역사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미국이 반(反)국제화로 돌아선다면 EU가 그로 인한 빈자리를 채우면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 영향 등으로 유럽에서 반난민·반이민 정서가 퍼지고 있는 것도 유럽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보입니다.
“그 문제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난민 사태의 주요 진원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입니다. 본질적으로 유럽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난민들이 유럽에 몰리면서 유럽의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죠. 위기 상황에서 더 좋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어디 있을까요. 그들은 한결같이 평화로운 삶과 높은 수준의 교육, 안정된 일자리 등을 찾기 위해 유럽에 왔습니다. 지금까지 수백만명의 난민이 독일과 스웨덴 등에서 새 삶을 찾았지요.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 세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하지만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 후보가 극우 성향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것에서 ‘유럽적인 가치’에 대한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이던 독일과 스웨덴은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난민 입국 심사와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독일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극우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12월 4일(현지 시각)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유럽의 첫 극우 대통령 탄생 꿈을 무산시켰다.

‘유럽적인 가치’란 어떤 것인가요.
“자유무역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 자유의 수호, 투명성 제고 등이 우리가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 원하는 가치들입니다. 경제 상황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이런 가치를 수호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EU가 직면한 큰 도전이기도 합니다. 다양성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EU 회원국 중 최고 경제 대국은 독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유럽의 가치와 맞지 않습니다. 독일의 자동차산업, 프랑스의 문화산업처럼 나라마다 고유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개방을 통해 다양성을 극대화해 최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서 보듯 다양성의 힘은 엄청납니다.”

EU는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입니다.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요.
“한국과 중국·일본 세 나라 중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민주주의와 투명성 등 EU와 추구하는 가치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FTA 체결 후 5년 사이 변화를 두고 영향을 평가하긴 이르지만,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EU에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도 중요합니다.”

지난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 이후 5년간 우리나라의 교역량은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EU와의 교역은 14% 늘었다. EU와의 무역에서 적자 규모는 2014년 130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88억4000만달러로 감소했다.


▒ 레나토 네토(Renato Neto)
브라질 상파울루대 법학, 프랑스 파리1대학 경영학 석사, 브라질 유로상공회의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