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대표는 “프리미엄 독서실인 토즈 스터디센터 등 공부 공간을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해 ‘K-스터디(스터디 한류)’ 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김윤환 대표는 “프리미엄 독서실인 토즈 스터디센터 등 공부 공간을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해 ‘K-스터디(스터디 한류)’ 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공간 서비스 전문업체인 토즈의 김윤환(45) 대표는 6년간 공부한 끝에 대학을 졸업한 해인 1998년,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에 합격했다. 당초 한국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아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공인회계사 도전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회계사 공부를 하는 6년 동안 그가 거친 학습공간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학도서관, 독서실, 고시원, 사설학원 등이다. 그러나 그가 남들과 확실히 달랐던 것은 어렵게 합격했던 회계사 자격증을 안정적인 사회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회계사 공부를 하는 동안의 경험을 바로 사업화시켰다는 점이다.


학습·사업 등 목적에 맞는 공간 제공

“6년간이나 지겹도록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험공부 자체가 아니라 공부할 공간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야 했던 점입니다. 혼자 공부할 때야 도서관이나 독서실 정도면 괜찮았지만, 시험 과목별로 적게는 4명, 많게는 8명이 그룹스터디를 해야 할 때는 마땅한 학습공간이 없어 대학 혹은 수강하던 학원의 빈 강의실, 고시원의 스터디룸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이마저도 예약을 할 수도 없으니, 미리 가서 (스터디룸)자리 확보하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어요. 결국 자리를 못 구해 그룹스터디를 제대로 못한 경우도 허다했고요. 운 좋게 공동스터디 공간을 구하고서도 시끄럽다든지, 여하튼 공부하기 최적화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화이트보드가 필요한데 이런 소소한 시설마저 갖춘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김 대표는 “공부에만 전념해도 시원찮을 형편인데, 마땅히 공부할 공간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니, 공부하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을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02년 서울 신촌에 1호점을 내면서 공간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의 목적에 맞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공간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를 김윤환 대표가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한 것이다. 15년이 지난 2017년 5월 현재 김 대표의 사업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다양한 목적의 모임을 할 수 있는 모임센터 28개를 비롯해 비즈니스센터 5개, 워크센터 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독서실인 스터디센터(가맹사업)는 이미 270개로, 올해 안에 4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일 평균 4만여명이 이용하고, 누적고객은 1400만명에 이른다. 기업고객도 8700여개에 달한다. 작년 연간 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다. 김윤환 대표 인터뷰는 서울 상암동 팬택빌딩 17층 본사에서 진행됐다. 토즈(TOZ)는 ‘Time On Zest’의 약자로 ‘열정의 시간’이란 뜻이다.

어렵게 딴 회계사 자격증 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렵게 딴 회계사 자격증 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회계사 자격증을 땄을 때만 해도 ‘이제 이걸 갖고 먹고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제도권에 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부하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에 대한 갈증과 욕구가 막상 시험에 합격하니까 내 마음속에 확 일어나는 걸 느꼈다. 이걸 꼭 사업으로 해봐야겠다는 굉장히 강한 갈망이 있었다. 회사에 취직하면 다시 못할 것 같고, 그래서 부모님은 물론 주변에서 다들 반대했지만 결국 창업을 했다.”

긴 수험생 경험이 결국 사업 아이디어를 준 셈인가.
“수험생 시절 6년 동안 대학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학교 뒤에 있는 독서실, 여름이나 휴학했을 때는 고시원, 학원 수강 때는 학원에서도 공부했다. 성인이 공부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공부를 해 본 셈이다. 다양한 공부 공간을 경험하다 보니 공부에 최적화된 공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필요성도 느꼈다. 회계사 공부도 적게는 4명, 많게는 8명이 과목별로 공동스터디했다. 특히 그룹스터디 공간이 문제였다. 학원이나 학교의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이용해야 했다. 장소 찾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 피로도도 높았다. 이러다 보니 효율적인 공간 서비스를 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조금만 신경써서 공간 서비스를 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텐데, 왜 이런 서비스가 없나 안타까웠다.”

김 대표는 2001년 2월 사업을 결심한 후 10개월 동안 400여명의 고객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2000년 초반 당시 프리챌, 다음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던 시기여서,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을 하고 2002년 1월 서울 신촌에 토즈 1호점을 열었다. 그러나 창업 첫해 고객이 하루 10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호응이 낮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토즈를 찾는 고객의 재방문율이 90%를 넘는 것을 보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1년간의 준비 끝에 낸 토즈 1호점이 초기에 낭패를 본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의 목 좋은 길목에 냈는데, 결과적으로 위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간 서비스 체험 여부’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간 서비스에 대한 니즈(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부푼 기대를 안고 사업을 낙관했지만, 창업 첫해 고객이 하루 10명에 불과했다. 모임공간이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소비자에게 생소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간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가 편안하게 느끼고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 이는 실제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다. 또 모임은 목적에 따른 생성과 소멸이 있고, 모임이 오프라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주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결국 공간 서비스 사업은 고객의 체험을 통해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해서 서비스를 확대해나갔다.”

토즈의 주요사업은.
“고객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4개의 사업부를 운영 중이다. 미팅, 세미나 등의 전문 모임 공간인 ‘토즈 모임센터', 스타트업, 소호사무실 등의 사업 공간을 제공하는 ‘토즈 비즈니스·워크센터’, 수험생 등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전문 학습공간인 ‘토즈 스터디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1인 주거공간에 혁신을 가져올 ‘리브 토즈’도 올해 말 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공간 서비스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토즈는 공간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15년 전인 2002년에 국내 처음으로 ‘공간 서비스’라는 비즈니스를 개척했다. 토즈가 스스로의 업을 ‘공간 서비스’라고 규정지은 이유는 공간은 어떻게 제공되느냐에 따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달라지고 그 달라진 시간은 결국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태도와 마인드로 공간을 서비스하느냐에 따라 토즈를 이용한 고객의 꿈과 목표, 성공, 궁극적으로는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토즈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 지역, 목적, 형태에 따라 최적의 공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공간 서비스 플랫폼’ 제공이 목표다.”

국내 벤처기업들도 토즈를 많이 거쳐갔다고 들었다.
“실제 토즈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탄생에 많이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는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토즈에 모여 회의를 한 인연으로 사명을 선데이토즈로 정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로 성장한 쿠팡, 티켓몬스터 등도 토즈를 거쳐갔다.”

리브 토즈 사업은 언제 시작하나.
“1년 전부터 준비했다. 현재 연구개발(R&D) 단계에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R&D센터로 1호점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1인 주거에 대한 토즈식의 혁신적인 모델 공간이 들어설 것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방을 개별적으로 부여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집에서 하고 싶은 일, 가령 세탁, 음식, 운동, 커뮤니티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개인 공간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유공간이 주어진다. 과거 고시원은 개인공간밖에 없는 반면 리브 토즈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 특징이다. 방을 공유하는 셰어링하우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외롭지 않도록 각종 커뮤니티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굳이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 등을 이용할 필요 없이 토즈에 오면 1인 가구가 누릴 수 있는 복합적인 욕구들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임대계약은 최소 1개월 이상으로 할 것이다.”

2002년 공간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토즈는 10년 만인 2012년에 토즈 스터디센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연간 매출 신장률이 최근 4년 동안 50%를 상회할 정도로 사업확장에 탄력이 붙었다. 30년 이상 변하지 않았던 기존 독서실 공간을 개개인의 학습 유형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성한 프리미엄 독서실 토즈 스터디센터가 토즈 전체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토즈 스터디센터는 학습자들의 공부성향을 미리 파악해 그에 맞는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 토즈>
토즈 스터디센터는 학습자들의 공부성향을 미리 파악해 그에 맞는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 토즈>

스터디센터는 학습공간이 몇 가지로 나뉘어 있나.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기반으로 수요자들의 학습 유형을 감안, 4가지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각이 발달한 유형에게 안정감을 주며 다락방 느낌으로 꾸민 ‘크리에이티브 룸’, 밝고 개방된 공간으로 타인을 살피고 영향을 많이 받는 사회적인 유형에게는 ‘오픈 스터디 룸’, 내적 지능이 발달한 유형으로 기존 열람실처럼 큰 칸막이가 쳐져 남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게 한 ‘솔리터리 룸’, 타인과 완전 독립돼 학습자 혼자 독립공간을 쓸 수 있게 한 ‘인디비주얼 룸’ 등 4가지가 있다. 스터디센터를 방문하면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학습 유형에 맞는 공간을 추천해 준다.”

직원 복지 수준은.
“토즈 직원들을 토즈 가맹점주로 키울 생각이다. 토즈 가맹점주들은 자기 경영자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지점의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개인 사업을 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상 관리하고 있는 지역의 지점 하나를 직접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간사업의 비전은 뭐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공간사업이라 하면 지금까지는 매매 혹은 임대사업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이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가령, 공부는 어디서든 할 수 있다. 그러나 토즈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과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공간이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이용 목적에 맞게끔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빌딩, 사무실이라는 단순한 공간에 다양한 서비스를 부여함으로써 공간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공간 사업의 핵심이다.”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도 토즈의 경쟁자인가.
“스타벅스는 현실적으로 토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임에 틀림없다. 토즈도, 스타벅스도 공간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른 점은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만 우리는 시간을 판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무얼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이 무얼 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고객의 목적에 맞는 공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의를 하실 건가? 그럼 회의실 세팅을 어떻게 하지? 오늘 교육 일정이 있다는데 빔 프로젝트를 쓰실 건가? 고객이 구매한 시간에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있어 전문성 측면에서는 스타벅스와 완전히 차별성이 있다. 이런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게 토즈의 장점이자 역할이다.”


▒ 김윤환
1972년생,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졸업,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1998년), 공간서비스업체 토즈 설립(2002년)


Plus Point

건물주의 ‘빌딩 공실’ 고민 공간 서비스업이 해소한다

1인 사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토즈의 워크센터는 최근 늘고 있는 공유 사무실 흐름을 타고 확대 중에 있다. <사진 : 토즈>
1인 사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토즈의 워크센터는 최근 늘고 있는 공유 사무실 흐름을 타고 확대 중에 있다. <사진 : 토즈>

최근 도심을 비롯한 서울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유오피스가 부상하고 있다. 공유오피스란 기존 오피스를 잘게 쪼개 방을 여러 개 만들어 1인 기업이나 벤처기업에 각각 세를 줄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개인 사무공간은 최소화하고 기타 미팅룸이나 강의실, 휴게실 등은 공유공간으로 둬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다. 비어 있는 빌딩 사무실을 공유오피스로 전환해 공실률을 낮추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유오피스 지점을 운영 중인 업체인 르호봇을 비롯해 토즈, 현대카드 그리고 미국의 공유오피스업체인 위워크 등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진출해 있다. 업계에서는 10인 이하의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가 서울의 경우에만 연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도심의 빌딩 공실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말 예상되는 서울권의 공실률은 15.2%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토즈의 김윤환 대표는 “건물주 입장에서 공실률을 낮추는 방법은 임대료를 저렴하게 주는 것밖에 없는데, 굳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더라도 기존 공간에 고객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함으로써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높아가는 공실률과 장기침체와 상관없이 늘고 있는 신설 법인 등을 감안할 때 공유오피스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즈는 1인 창업, 소규모 기업 및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인 ‘워크 토즈(공유오피스)’를 올 하반기 새로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