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11%를 돌파했다. 서울 청년일자리센터로 한 청년이 들어가고 있다. / 조선일보 DB

5월 10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흘렀다.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사회 전반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경제 분야만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 친노동정책으로 인해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호소한다.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의 바탕이 되는 기업의 투자활동도 위축됐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하며 3년 만에 3%대 성장세로 올라섰다. 지난해 2만9745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은 올해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돼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끌어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소득이 개선돼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도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고용 성적표는 최악이다. 정부가 재난 수준이라고 자인할 정도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고용”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실업자는 약 103만 명,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래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과 3월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10만 명대 증가에 그쳤다. 3월 실업률은 4.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증가했으며 청년실업률은 11.6%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쏟아낸 고용·노동정책이 10개가 넘는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업무 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상징성을 더했으며, 곧이어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재정도 쏟아부었다.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8조285억원의 예산을 일자리 사업에 투입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19조2312억원을 편성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올해 들어 서민들이 대다수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18만 개 넘게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13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서민 자영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업의 일자리 감소 폭이 큰 것은 최저임금 부담이 가중된 결과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 감소는 기저효과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때문이라며 아직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반박한다.

이에 더해 오는 7월부터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이러한 노동친화정책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위협한다.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는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지만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밖에 실물경제 지표 중 건설과 설비 투자 증가세가 급격히 떨어졌다. 제조업 가동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4월에는 수출이 18개월 만에 하락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올해 3%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산업 투자 등이 경제성장률 3%대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수출과 내수 전망이 어두운 자동차·통신기기·전자 산업에서도 많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은 주로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인 중소기업의 현실에 맞지 않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년 동안 홀대받은 금융 산업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가장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금융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는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추진한 금융 개혁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금융을 재벌 개혁 도구로 사용하는 등 지난 1년간 금융 산업은 찬밥 신세였다”고 혹평했다.

노동이사제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창현 교수는 “노동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지금도 파워가 막강한 노동조합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노사 간 충돌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금융당국이 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가 가계부채”라며 “부동산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금융, 재정, 복지를 망라한 총체적인 경제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일자리 창출, 노동·금융정책뿐 아니라 미·중 통상 압박 속에서 새로운 통상정책도 수립해야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지난 3월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사실상 타결됐지만 미국의 통상압박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해야 하고,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후속 협상도 매듭지어야 한다. 게다가 지난 4월부터 꺾이고 있는 수출 성장세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성태윤 교수는 “반도체 산업 중심의 수출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시스템·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lus Point

서울 아파트와 주식은 고공 행진

2018년 1월 29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26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과 8월 다주택자의 투기를 겨냥한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급등세를 탔던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 4월 초부터 소폭 하락세로 반전했다. 그래도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급등한 수준이다. 강남 아파트 매매 가격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셋째 주와 비교해 보면 12.05%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활황이었다. 1년여 동안 코스피는 7%, 코스닥은 32%가량 올랐다. 특히 역대 대통령 임기 첫 1년 가운데 코스닥 상승률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10일 기준 주식 시황을 보면, 코스피는 2451.87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5월 8일보다 7% 넘게 상승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주주친화정책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기대감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 가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코스닥 지수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10일 848.70으로 마감했는데, 지난해 5월 8일보다 무려 32% 올랐다. 정부의 중소기업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