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욱 대표는 “해외에서 불고 있는 한류, 한식 열풍을 잘 활용해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중국 최대 규모의 교육재단인 신화그룹은 신화컴퓨터학원, 신동방요리학원, 만통차량정비학원 등 3대 전문학원을 비롯해 총 48개 직업학교를 두고 있다. 재학생수가 15만여명, 직원수만 6000명이 넘는다. 신화그룹 산하 신동방요리학원의 최고위 관계자가 지난 5월 서울의 한솔요리학원 본사를 방문했다. 한솔요리학원은 서울에만 9개 학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요리학원. 역사는 19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연간 수강생이 3만명에 달한다. 신동방 측은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한솔요리학원 강남점 등을 둘러봤다. 신동방요리학원 측은 이후 한솔요리학원 이서욱 대표에게 연락, “앞으로 신동방요리학원 수강생들 중 한식을 배우려는 학생들을 서울 한솔학원에서 교육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솔요리학원 이서욱 대표는 “한국에서 요리를 배우겠다는 신동방 수강생이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들었다”며 “아직 신동방 측과 정식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고 나중에 본 계약이 체결되면 신동방 수강생들은 최소 일주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한솔학원에서 한식 등 다양한 요리 실습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 직후인 1998년에 한솔요리학원을 설립한 이서욱 대표는 요리에 관한 한 비전문가다. 19년째 요리학원을 경영하고 있지만 흔한 요리 자격증 하나 없다. 가끔 집에서 스파게티로 가족들 점수를 따기도 하지만 남에게 내놓을 만한 수준은 못 된다. 요리학원을 하기 전 그는 출판사를 경영했다. 그러다 1997년 IMF 사태로 된서리를 맞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또 업계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업종을 모색하다 요리학원을 차렸다. 당시 국내 요리학원은 우리가 방송에서 자주 보던 원로 요리사들이 대표로 있는 요리학원 몇 개뿐이었다. 후발주자인 한솔요리학원은 기업 마인드로 학원을 운영, 20년도 안 돼 국내 최대 규모 요리학원으로 자리 잡아, 중국 등 해외로부터 업무 제휴 등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출판사를 경영하다 요리학원을 차리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1990년에 출판사에 다니다 1993년에 창업, 자격증 취득에 대비한 수험서 전문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출판업은 도박과 같아서 잘나갈 때는 돈을 끌어모으지만 아닐 때는 완전 쪽박을 차게 됩니다. 한번은 1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책이 하도 안 팔려 무게로 달아 16만원을 받은 적도 있어요. 마침 IMF 사태가 터져 업종 전환이 부득이해 출판사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요리학원은 대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적고 기존 요리학원들은 우리가 기업 마인드로 무장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1998년 한솔학원을 시작한 이서욱 대표는 처음부터 ‘다점포 전략’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해 1월 종로점을 처음 열어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두 달 주기로 강남, 강동, 노원, 영등포 지점을 잇따라 열었다. 또 기존 학원과 달리 학원 강의실 바닥을 목재로 바꿔 실제 가정 주방 바닥 분위기가 나도록 하는 등 인테리어에도 차별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요리학원으로서는 드물게 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강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솔요리학원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접근성, 인지도, 가격순이었습니다. 가까워서 온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어요. 한솔요리학원 수강생 중 차로 30분 이상 걸려서 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권을 키울 수 있을까? 부산,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 우리 학원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만든 것이 창업아카데미, 외식창업연구소입니다.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비 창업자들에게 점포 입지, 상권 분석 등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자는 것이지요. 근데 이게 대박을 쳤습니다. 중국, 베트남, 미국 LA에서도 창업아카데미 수강생이 몰려왔습니다.”

요리는 못하지만 요리에 대한 철학은 있을 것 같습니다.
“요리는 사랑이고 행복입니다. 일전에 기아자동차 어느 지점 영업소장이 저희 강동지점을 찾아왔습니다. 결혼 30주년 두 달을 앞두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두 달 동안 학원에서 요리를 열심히 배워 기념일 만찬을 직접 준비하는 걸 봤어요. 아, 정말 요리는 사랑이면서 또 행복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새롭게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나요.
“요리도 나이에 따라 배우는 아이템이 다릅니다. 저희는 수강생들이 어떤 연령이든 나이에 걸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 단계별 요리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요리사를 꿈꾸면서 방학 때 하는 조리캠프부터, 조리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정, 또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해외요리캠프, 직장인들이 성공적인 이모작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한 창업요리아카데미 등 다양한 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올해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의 요리사들이 해외로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입니다.”


▒ 이서욱
경기대, 외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조리학회 부회장


plus point

요리학원 최초의 이동수강제

한솔요리학원은 후발 주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학원들과 차별화한 학원 운영 시스템을 여럿 도입했다. 우선 강좌수를 크게 늘렸다. 요리학원의 특성상 한번에 4시간씩(이론 1시간 반, 실습 2시간 반) 오전, 오후 2개의 강좌뿐이던 것을 하루 6개 정도로 늘려 직장인들도 학원 수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론과 실습을 분리해 한번에 4시간이던 강의 시간을 2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또 새벽반을 개설한 것도 직장인 수강생을 모으는 데 큰 효과를 봤다. 둘째, 요리학원 중 처음으로 이동수강을 가능하도록 했다. 요리학원을 시작하자마자 일 년도 안 돼 서울에 5개 학원을 운영한 한솔은 수강생들이 집 혹은 직장에서 가까운 지점을 수시로 바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는 회원제 도입. 한솔 수강생 중 일정 금액을 추가로 선납한 이들에게 회원증을 주고 재료비만 내면 언제든지 추가 수강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회원제는 자격증을 여럿 따려는 수강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가 됐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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