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사장은 “실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이우현 사장은 “실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의 원재료는 ‘폴리실리콘’이다.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린다. 2015년 기준 세계 폴리실리콘 1위 기업은 중국 GCL(시장점유율 24%), 2위는 독일 바커(23%)다. 한국의 OCI는 두 회사를 추격하며 3위(18%)를 달리고 있다. 2006년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 OCI는 매출의 10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우현(48) 사장은 OCI의 3세 경영인이다. 할아버지 고 이회림 명예회장은 동양제철화학을 창업했고 아버지 이수영(74) 회장은 오늘날 OCI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를 이어 태양광 시장 개척에 나서는 이우현 OCI 사장을 6월 13일 서울 소공동 OCI 본사 18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이 사장은 “앞으로 폴리실리콘 수량은 태양광 산업 성장에 힘입어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 3~4년 동안 공급과잉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생산이 판매를 못 쫓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실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까요.
“사장이 되고 한 번도 흑자를 못 냈으니(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 올해는 달성해야 합니다. 실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2005년 8월 회사에 입사했는데, 가장 먼저 한 것이 폴리실리콘 투자 검토입니다. 당시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가 540메가와트(MW)였습니다. 작년에는 54기가와트(GW)로 10년 만에 시장이 100배 커졌습니다. 폴리실리콘이 지난 3~4년간 공급과잉 상황이었다면 앞으로는 수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생산이 판매를 못 쫓아갈 정도입니다. 폴리실리콘 수량은 1년에 20% 이상 늘어날 것입니다.”

폴리실리콘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봅니까.
“세계에서 10개 회사만 공장을 돌리고 있고 상위 3~4개 회사가 과점하는 상황입니다. OCI는 주로 중국 회사에 폴리실리콘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100%가 해외에서 나옵니다. 대만, 일본, 미국, 독일 등의 회사와도 거래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이고 수요처가 많아 수주 역량이 중요합니다.”

어느 지역이 유망한가요.
“2010년까지는 유럽이 태양광 산업을 먹여살렸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후 일본 태양광 시장이 커졌고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 시장도 확대됐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최대 시장입니다. 인도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외에는 전기공급 문제를 해소할 방법이 없습니다. OCI가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18%의 점유율을 확보했는데, 수요를 따라가는 게 고민입니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OCI머티리얼즈 등을 매각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요.
“솔직히 OCI머티리얼즈는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과 카본소재(흑색의 탄소 분말)사업에서 최고의 회사가 되겠다고 하면 집중을 해야 합니다. 회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팔 수 있는 건 자산으로 만들었습니다.”

중국에서 태양광 보조금을 줄인다고 하던데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축소해도 수익이 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태양광 수요는 늘어날 것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일조량이 중요한데, 중국 동부는 일조량이 좋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 서부는 일조량이 좋습니다. 서울은 1년에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일조시간이 1000시간이 안 됩니다. 국내에서 가장 여건이 좋은 해남 땅끝마을이 1100시간 정도입니다. 미국 텍사스는 1900시간, 인도는 1800~2000시간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좋은 여건입니다.”

3조4000억원의 투자계획(국내 4·5공장)을 철회했습니다.
“2011년 국내 4·5공장 투자를 발표할 때보다 전기료가 40% 이상 올랐습니다. 회사에서 지출하는 전기 관련 비용이 1300억~1400억원 늘어났습니다. 새로운 공장 투자처는 국내 전기료 대비 3분의 1 수준인 곳을 찾고 있습니다. 4공장은 이미 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한 상태에서 중지했습니다. 이걸 완공하려면 수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싼 곳에 투자를 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해외는 전기료가 저렴한가요.
“중국 운남성은 수력발전이 활발해 전기료가 쌉니다. 신장, 내몽고 같은 지역도 한국 대비 전기료가 40% 이하 수준입니다. 경쟁사인 독일 바커가 새로 공장을 짓는 미국 테네시만 해도 우리의 3분의 1 가격이고 수력발전을 많이 하는 말레이시아는 한국 대비 전기료가 40%밖에 안 됩니다. 경쟁을 하려면 에너지 비용 등 조건이 같은 곳에서 공장을 운영해야 합니다. 한국 공장은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특화시키고 해외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카본블랙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인데.
“카본블랙은 타이어뿐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검은색이 나오는 모든 제품에 다 들어갑니다. 마스카라, 프린터의 검은색 잉크도 카본블랙입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같은 회사들이 국내에는 더 이상 공장을 안 짓습니다. OCI도 같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카본블랙 생산국이자 수요처입니다. 중국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해야 합니다.”

작년 군산 폴리실리콘 2공장에서 염화규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아무리 조심해도 일어납니다. 작년에 사고를 겪고 얻은 교훈은 ‘선제적으로 사고를 막자’는 것입니다. 우리 직원들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장을 철저히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태양광 발전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일본은 주택에서 태양광 발전을 많이 합니다. 우리도 정부에서 건축허가를 내줄 때 아파트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신규로 주택을 건설할 경우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넣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옥상은 텅텅 비어있는데 이를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 이우현
서강대 화학공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홍콩지사, 동양제철화학(현 OCI)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OCI 사업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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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실리콘(Polysilicon) 태양전지의 1차 소재로 규소가 주성분이다. 조그만 실리콘 결정체들이 모여 이뤄진 일반 실리콘 결정과 비정질 실리콘의 중간 형태 물질.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원기둥 모양의 2차 소재인 ‘잉곳’을 만들고 잉곳을 얇게 절단하면 ‘웨이퍼’라는 얇은 기판이 나온다. 이 웨이퍼를 가공해 만든 태양광 셀을 수십개씩 모아 하나의 태양광 발전용 모듈을 만든다.

설성인 기자

전효진 조선비즈 산업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