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한국경제에는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이 벌어져 왔을까. 인터넷 검색사이트의 검색어들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키워드들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경제 검색어 순위를 통해 2005년 한해 한국경제의 흐름을 정리해 봤다.

 로또와 부동산이란 두 단어는 2005년 한해 경제뉴스 검색 분야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두드린 낱말이다. 로또가 단 한번 ‘베팅’을 통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서민들의 ‘꿈’이라면, 부동산은 한국인 재테크의 ‘현실적’ 수단임이 증명된 셈이다. 특히 8·31대책으로 요약되는 ‘부동산대책’(8위)까지 감안하면, 부동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배용준이 일본에서 일으킨 ‘욘사마’ 열풍은 올해엔 이영애의 ‘대장금’으로 간판을 바꿔 달며 중국과 동남아로 남하, 한류(3위) 열풍을 이어갔다. 지난 10월1일 복원된 청계천(4위)도 네티즌 표적이 된 키워드. 지난 9월 미국 뉴올리온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5위)와, 같은 9월 한국 동해안에 몰아친 ‘태풍 나비’(9위)도 국민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 전 세계 뉴스 초점이 된 조류독감(6위), 지난 3월 위성DMB 사업자 선정이 끝난 DMB(7위)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기업으로는 올 여름 장기간 조종사 파업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는 아시아나(10위)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인물로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총책에서 물러난 김윤규(15위) 전 현대아산 부회장,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16위) 삼성 회장, 올해 6월 5년8개월간 야인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우중(24위) 전 대우그룹 회장이 뉴스메이커가 됐다.

 다음은 월별로 파악해 본 2005년 한국경제다.



 1월 올해 새해 벽두엔 ‘연예인 X파일’(1위)이 광풍처럼 몰아닥쳤다. 기업 광고 모델 성향파악을 위해 개인 사생활과 성격까지 파헤친 X파일 사건은 네티즌뿐 아니라 전 국민의 초유의 관심사였다. 동아건설이 검색어 2위에 오른 건 뜻밖이다. 1월15일 동아건설 채권매각에 영국계 사모 펀드인 ‘월드스타 펀드’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월드스타 펀드는 2월 채권매각을 포기한 후 입찰보증금 10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4년 12월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9위)에도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2월 2월엔 판교(1위)와 부동산(3위)이 상위권을 휩쓴 한 달. 키워드 판교가 많았던 까닭은 판교 분양을 11월로 연기한다는 ‘2·17 대책’이 이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교 분양은 여전히 훗날 얘기다. 한류(2위), 로또(4위) 등 검색어 상위권 단골메뉴가 많았던 2월은 조용한 한 달이었던 듯.



 3월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 선정이 있었던 3월엔 DMB(1위)가 최다 검색어였다. 지난해 12월 TU미디어의 위성DMB 사업자 선정에 이어 지상파 DMB 사업자 6개가 확정돼 본격적인 ‘손 안의 TV’ 시대를 열게 됐다. 3월에도 한류(2위), 로또(3위), 부동산(4위)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4월 4월30일부터 5월8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모터쇼(1위)가 4월의 히트어였다. 킨텍스 개장 첫 행사였던 서울모터쇼는 현장 관람객도 많아 그야말로 북새통을 방불. 위폐방지 새 은행권 발행계획을 발표했던 4월엔 ‘새 지폐’(2위)도 인기 검색어였다. 당초 지폐 인물을 바꾸자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론은 1만원권(세종대왕), 5000원권(이이), 1000원권(이황) 등 기존 도안만 유지했다. 다만 위폐 방지를 위해 기존 도안을 바꿨다. 철도청의 유전개발 인수건과 관련된 인사로 지목받았던 이광재 의원(8위)도 상위권.



 5월 5월엔 경제계 사건 사고가 많았다. 네티즌 표적이 된 검색어는 단연 행담도(1위). 충청남도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에 딸린 섬인 행담도 개발과 관련, 문정인(12위)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옷을 벗고 불구속 기소됐다. 국내 PC 메이커 빅 3로 꼽히던 삼보컴퓨터(5위)가 부도 후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사실에도 네티즌 손길이 많이 닿았다. 한국 자동차업계에 ‘포니신화’를 일으킨 정세영(6위)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사망도 관심이 많았다. 



 6월 6월14일 대우그룹 부도 후 5년8개월간 야인생활을 하던 김우중(1위) 전 회장이 귀국한 건 당시 핫이슈였다. 4~5월에 터졌던 유전개발(9위), 행담도(8위) 의혹은 6월까지 여진이 계속됐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6위)와 에버랜드 증여로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이재용(12위) 삼성전자 상무는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된 그의 장인 임창욱(14위)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나란히 순위에 올랐다. 

 7월 7월엔 로또(1위), 부동산(2위), 토지공개념(3위) 등 상위권 검색어보다 오히려 후순위로 밀린 이상호 MBC기자(8위)가 세간 관심을 더 끌었다. 정치, 언론, 재벌, 검찰의 총체적 사회 부패 고리에 연루된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보도한 주인공이다.

결과적으로 홍석현 주미대사를 옷 벗게 한 X파일 보도는 이 기자를 ‘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참언모)’의 ‘2005 참 언론인상’을 수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인터넷게임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넥슨(9위)이 순위에 오른 점도 특징.



 8월 8월 한여름을 달군 최대 이슈는 단연 부동산(1위)이었다. 8월31일 이른바 ‘8·31대책’으로 불리는 초강력 부동산가격 억제정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아파트에선 급매가 흘러나오는 약효를 보인 바 있다. 담뱃값 인상(3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단 내년 1월부터 담뱃값 인상을 위해 현재 국민건강진흥법을 제출해 놓고 있다. 2005년판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두산그룹(4위) 비리도 네티즌들의 손길이 많이 머문 키워드. 그러나 횡령이 드러난 박용오,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형제 등에 ‘국익’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한 검찰에 대해 ‘봐 주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8월 세계 항공 조종사 파업 중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아시아나파업’(5위)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9월 9월엔 ‘8·31대책’ 후폭풍으로 부동산(2위)이 상위를 지킨 가운데 ‘태풍 나비’(1위)가 최대 검색어가 됐다. 태풍 나비는 9월4일~8일까지 4박5일간 삼척, 울릉도, 포항 등 동해안 일부에 큰 타격을 줬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의혹을 샀던 이건희(3위) 삼성 회장이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출국한 것도 9월4일 일이다. 



 10월 10월1일 복원된 청계천(1위)이 10월의 핵심 키워드였다. 개장 후 11월 10일까지 805만명(추산인원)이 다녀갔다는 청계천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파가 몰리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의해 현대아산 대표에서 물러난 김윤규(3위) 전 현대아산 부회장은 10월엔 부회장 자리마저 박탈당하며 뉴스메이커가 됐다.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고조시켰던 조류독감(2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많았다.

이밖에 자칫 한-중 간 무역마찰 불씨로 번질 뻔한 기생충김치(7위)가 순위에 올랐다. 김치파동은 중국산 김치(14위)라는 검색어도 순위에 포함됐고, 11월 개최된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APEC(17위)도 순위에 올랐다.



 11월 11월7일까지 조사된 이번 검색어 랭킹에서 11월은 경북 경주시가 방폐장(1위) 부지로 확정된 뉴스에 네티즌들 손길이 가장 많이 닿았다. 경주는 주민 70.8%, 투표율이 89.5%의 가장 높은 찬성률로 영덕과 포항, 군산을 제치고 방폐장 부지를 유치한 지자체가 됐다. 10월의 유력 검색어였던 조류독감(2위)과 기생충김치(3위)는 11월 초까지 끊이지 않고 주목받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