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영 대표는 “환승 할인, 거리 병산제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은 어느 선진국 시스템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신승영 대표는 “환승 할인, 거리 병산제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은 어느 선진국 시스템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경기도 판교의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에이텍티앤 본사 10층 꼭대기층은 전망이 아주 좋다. 주변에 우거진 숲이 내려다보일 뿐 아니라 주변에 10층 이상 높은 빌딩이 별로 없어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전망 좋은 10층은 사장·임원 사무실이 아니라 회사 구내식당과 옥상공원이 다 차지하고 있다. 또 1층 로비에는 임직원 전용 카페도 마련돼 있다. “회사 안의 제일 좋은 공간은 직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신승영(61) 에이텍티앤 대표이사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교통카드시스템 전문회사인 에이텍티앤은 에이텍에서 분할된 자회사다. 모기업 에이텍은 1993년 설립해서 일체형 PC, LCD 모니터 등을 개발·생산해 정부 및 교육기관 등에 제공하는 기업으로 2007년 교통카드시스템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하철·버스·택시 등에 사용되는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했다. 2015년에 에이텍은 컴퓨터 관련 사업을 맡고, 교통카드 관련 사업은 에이텍티앤으로 넘겨 분할했다. 현재 관련 회사는 에이텍, 에이텍티앤 외에 시스템 통합 사업을 하는 에이텍INS, 시스템 설치와 유지 보수 회사인 에이텍시스템 등이 있어 모두 4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4개 회사 전체 직원은 750명, 총매출은 230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에이텍티앤은 어떤 회사인가요.
“저희 회사는 교통카드시스템 전문회사입니다. 2007년 교통카드시스템 시장에 진출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버스, 지하철, 택시 등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국호환 T-Money 교통카드를 비롯해 전국의 교통요금을 정산하는 한국 스마트카드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LG-CNS와 함께 3대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민이 하루에만 3000만건 이상 교통카드를 접촉하는데, 그때마다 저희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장률은 거의 제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교통카드 천국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선진화돼 있습니다. 온라인 충전도 가능하고 편의점에서 사용도 가능합니다. 외국은 우리처럼 환승 할인 제도가 거의 없어 시스템이 아주 단순합니다.”

해외 진출은 몇개 나라입니까.
“해외 사업으로는 2010년 뉴질랜드 웰링턴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오클랜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콜롬비아 보고타에 이어 2015년에 몽골 울란바토르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구축했습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창업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고향인 영주 근처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졸업 후 서울에 있는 LG전자 컴퓨터사업부 기술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제가 입사했을 당시에 모든 기업은 학벌과 연공 서열에 따라 평가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9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학벌과 스펙에 따라서 인재를 양성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은 지방대 출신인 제가 꿈을 펼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게다가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직원들 중에 아이디어도 좋고 재능도 뛰어난 이들이 많은데, 그 당시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기업 인사 시스템이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학벌에 따라서 직위가 결정되는 것을 보고 평범한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면 학력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초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지만 사업에서 실패하면, 나는 전자제품 수리공으로 일하겠다는 각오와 아내는 김밥 가게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무상으로 사용하라는 용산 전자상가의 3층 구석방(7평)에서 직원 2명과 컴퓨터 부품 수리를 시작하면서 창업했습니다.”

신승영 대표는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일체형 PC 개발에 성공하는 등 회사 사이즈를 차곡차곡 키워나갔으나, 2007년 일대 위기를 맞게 된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LCD TV 사업에서 철수하는 아픔을 겪은 것이다. 한때 연간 400억원 이상 팔리던 효자 품목이던 LCD TV가 대기업들이 가격을 크게 내리는 바람에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독일 드레스덴 생산 공장까지 닫아야 했다. 초기에는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25% 정도 싸서 판매가 잘됐지만 대기업들이 브라운관 사업을 접으면서 대기업 제품 LCD TV 가격을 20% 이상 인하해 중소기업인 에이텍 제품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에이텍티앤은 전체 직원의 80~90%가 연구개발 직원일 정도로 R&D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 <사진:에이텍티앤>
에이텍티앤은 전체 직원의 80~90%가 연구개발 직원일 정도로 R&D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 <사진:에이텍티앤>

LCD TV 사업에서 큰 실패를 보셨는데, 실패 원인은 뭐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한마디로 해외 사업에 대한 경험 부족과 마케팅 전략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도 독일월드컵에 맞춰서 커진 LCD TV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재고가 쌓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도 그때 창업 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면서 해외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냉철하게 판단해 보면 글로벌 시장에 대한 B2C(최종 소비재 제품 생산)를 할 준비가 미처 덜 된 상태에서 진입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것이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소비재 시장은 세계 곳곳에 물류창고, 서비스망이 필요한데, 이런 방식의 사업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LCD TV 매출이 빠진 만큼의 매출을 찾아 나섰지요. 그 당시 한창 각광받던 태양광 사업과 교통카드시스템 사업 중 시장 규모가 작은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이 작정하고 뛰어들기에는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거의 저희 회사가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CD TV 사업 실패를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으로 만회했으니 결국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회사 매출도 2008년 에이텍 매출이 590억원 정도였는데 작년 총매출(에이텍과 3개 자회사 포함)이 4배 수준인 2300억원까지 뛰었습니다.”

해외의 교통카드시스템 수준은 우리와 어느 정도 차이 납니까.
“북미와 유럽지역은 교통카드시스템이 우리보다 먼저 보급됐지만, 우리나라 서울의 교통카드시스템은 환승과 거리병산제 등 가장 복잡하고 선진화돼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러시아,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대중교통 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고, 해외 소규모 도시들이 적합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솔루션들을 요구하고 있어서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 버스 진동 문제로 애로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노후 버스는 진동이 많습니다. 이 진동으로 인한 떨림 현상 때문에 교통카드시스템이 자꾸 꺼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버스 승객 요금 결제가 제때 안 되니 버스 회사들이 난리가 났죠. 원인은 단말기 안에 들어 있는 기판이 버스 진동으로 접촉 불량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기판 하나에 필요한 기능을 다 담아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한 2년 걸렸습니다.”

에이텍과 에이텍티앤 회사를 분할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에이텍은 기존의 일체형 PC, 데스크톱 PC, LCD 모니터 및 디스플레이 응용 제품 개발과 제조 등 디스플레이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에이텍에서 분리된 에이텍티앤은 지하철 1회용 교통카드 발매∙충전기, 버스단말기, 택시결제단말기 등의 교통카드솔루션 사업을 맡기로 한 거죠. 사업의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시장에서 교통카드 솔루션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에이텍티앤을 분리 상장하게 됐습니다. 현재 매출은 에이텍(2015년 기준 1000억원)이 에이텍티앤(2015년 기준 400억원)보다 훨씬 높지만 앞으로는 역전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사업을 하는 에이텍은 내수가 절대적이지만 에이텍티앤은 해외 매출이 점점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신기술기업협의회 11대 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 협회장으로서 포부는.
“저희가 창업한 지 23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것들을 이 사회로부터 받아왔기에 그동안 받아온 것들에 대해서 이제는 사회에 돌려주고,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신기술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저희 같은 기술기반 회사는 정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그럴 경우 관공서 수의 계약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짧은 업체들이 신기술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서,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이 매출로 연결되도록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독일처럼 국가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에이텍티앤은 주요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은 에이텍티앤이 201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 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에 참가한 모습. <사진 : 에이텍티앤>
에이텍티앤은 주요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은 에이텍티앤이 201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 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에 참가한 모습. <사진 : 에이텍티앤>

회사 로비에 있는 모니터에는 ‘가족 기업’을 강조하셨던데요.
“시장경제에서는 이윤을 많이 내는 회사가 좋은 기업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그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회사가 더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운영은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우보천리(牛步千里)처럼 꾸준히 한발 한발 내디디며 성장해 가는 거죠. 벤처 정신으로 일하지만 기업문화는 ‘가족 같은 회사’를 지향합니다. 지금 저희 회사 연구소장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회사 심부름하던 임시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지원으로 대학, 대학원 마치고 회사 연구소에 들어와 지금 최고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 의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의 생계가 막막해지잖아요. 직원들의 생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무리한 확장 경영을 하지 않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기술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창업에 앞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신중히 검토하고 창업할 분야의 전문 역량도 갖춰야 합니다. 눈앞에 밝은 시장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죠.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만큼, 일단 시작했으면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으면 수년이 아니라 수십년을 생존해야 하며, 남은 생애를 모두 바치고 싶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도와줄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서, 문제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 나간다는 각오로 창업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창업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할지 반드시 자문해봐야 합니다. 창업도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죠.”

마라톤을 수차례 완주하셨다. 마라톤 경영의 의미는.
“요즘은 마라톤보다 자전거 타기를 많이 합니다. 집인 서울 강남 일원동에서 판교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자전거로 출근하는 날이 많습니다. 마라톤은 중독 현상이 생겨 의사가 자제하라고 해서요. 아침에 10㎞ 정도 뛰지 않으면 하루 종일 불안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조선일보 주최 춘천마라톤의 제 기록은 3시간 40분입니다. 아마 2004년 기록일 겁니다. 춘천국제마라톤에 직원 140명이 함께 한 적도 있습니다. 마라톤은 대회 출전도 중요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팀워크도 만들고, 사업도 마라톤 완주처럼 꾸준히 해나가자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5년간 평균 27%씩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왔습니다. 이 속도가 이어져 현재 400억원인 에이텍티앤의 매출이 2020년에 현재의 에이텍 규모인 1000억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 비전을 달성하고 2020년에는 직접 수출에 나서 ‘World Class 300기업’의 위상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 신승영
영남대 전자공학과, LG전자 근무, 에이텍 설립(1993년), 에이텍티앤 대표(2015년~현재), 신기술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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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PC LCD 또는 LED 모니터와 PC 본체가 하나로 디자인 된 개인용 컴퓨터를 말한다. All in One(AIO)이라고도 한다.

Plus Point

택시비, 삼성·시럽 페이도 OK

에이텍티앤은 최근 시내 택시에 장착할 카드 결제 단말기 신제품을 내놓았다. 에이텍티앤 측은 “카드 결제 관련 기관인 여신금융협회에서 보안 기준을 만족하는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협의가 있어 EMV(Euro Master Visa Card)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단말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신제품은 4.98인치의 대형 LCD를 적용했고 스마트폰 수준의 기능을 갖췄다. 터치 기반의 앱 기술 적용으로 사용성과 편의성도 기존 제품보다 크게 증대됐다.

그뿐 아니다. 삼성페이, 티머니페이, 시럽페이 결제가 가능하며 내비게이션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별도의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게 됐다. 현재 서울과 울산 등지에서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