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킨우미 아데시나 총재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인 20개 주요 국가들은 올해도 평균 6%를 웃도는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아킨우미 아데시나 총재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인 20개 주요 국가들은 올해도 평균 6%를 웃도는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현재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는 한국 기업은 많습니다. 삼성은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천연가스·헬스케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광산업과 건설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지난 14년 동안(2000~2014년) 한·아프리카 간 교역량 증가율이 300%를 상회하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다만 아프리카 총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2%, 한국 총수출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아프리카 간 무역과 투자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황과 앞으로의 협력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킨우미 아데시나(Akinwumi A. Adesina)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듯 큰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는 “삼성의 경우 아프리카 문화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현지 사람들을 고용함으로써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여타 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 진출하기에 아프리카는 아직 어려운 시장이 아니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중소기업들에도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부족한 것은 ‘정보력’과 ‘자본’인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파트너와 협력하고 기관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AfDB와 수출입은행은 협조융자(co-financ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데시나 총재는 10월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5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KOAFEC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지만 민·관 협력 포럼이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아데시나는 지난해 9월 제8대 AfDB 총재로 취임했다.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 민간 부문 개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그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데시나 총재와의 인터뷰도 20분 남짓 짤막하게 진행됐다. 이후에도 인터뷰 스케줄이 빼곡하게 잡혀 있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터뷰 도중 답변하는 총재의 얼굴엔 결연한 의지도 보였다. 한국의 협력과 투자를 촉구한다는 발언을 할 때였다. 그에게 아프리카 경제 개발 계획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AfDB의 5대 중점 목표를 발표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AfDB는 기존 10개년 개발 전략(2013~2022년)을 확장해 5개의 새로운 발전 목표를 세웠습니다. ‘아프리카 전력 공급, 아프리카 식량 보급, 아프리카 산업화, 아프리카 역내 통합, 아프리카인의 삶의 질 향상’입니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대륙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12억 아프리카인 대다수는 여전히 실업 상태입니다. 총인구의 42%가 하루 1.25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인구 네명 중 한명이 영양 부족 상태입니다. AfDB는 경제적 기회의 범위를 더 확대하고, 아프리카에 생산성 높은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정부가 집중적으로 키우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첫째는 ‘농업’입니다. 전 세계를 놓고 봤을 때 경작 가능한 토지의 65%가 아프리카에 있습니다. 농업은 아프리카 전역의 일자리 60% 이상을 책임질 만큼 아프리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농업이 2010년 313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조 단위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낮고 민간 부문 인프라가 취약한 탓에 농업이 아프리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가 채 안 됩니다. 농업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죠. 아프리카 현지에서 생산 가능한 농산물이 여전히 큰 규모로 수입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프리카 내 농산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내에서 농산물을 공급하고 수요를 충족시키는 영농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아프리카 정부와 AfDB는 농업 산업 개발과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과도 활발한 협력을 기대합니다.
또 다른 핵심 분야는 에너지 산업입니다. AfDB는 향후 5년간 아프리카 대륙의 에너지 공급에 120억달러를 투자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한국 정부와 아프리카 국가의 에너지, 수자원 등 인프라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논의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광산업과 서비스 분야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국가는.
“많은 국가를 들 수 있습니다.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눈에 띄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죠.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6~8%를 기록했습니다. 아프리카 소비시장은 2050년쯤이면 인도와 중국만큼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아프리카 소비지출 규모는 2조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은.
“아프리카 시장의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여러 가지 기회들을 잘 활용해 아프리카에 적극 투자했으면 합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AfDB 아시아 사무소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 진출을 위한 정보들을 얻길 바랍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 파이낸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AfDB는 수출입은행, 기획재정부와 함께 여러 가지 무역 금융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분신용보증(partial credit guarantee)은 민간 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때의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 아킨우미 아데시나 (Akinwumi A. Adesina)
미국 퍼듀대 농업경제학 박사, 록펠러재단 남아프리카 대표, 나이지리아 농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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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개발은행(AfDB) 국제금융기구 중 하나.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 아프리카인의 생활 수준 향상, 아프리카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다. 회원국은 총 80개국으로 54개 역내 회원국과 26개 비역내 회원국으로 구성된다.
부분신용보증(partial credit guarantee) 지급보증의 두 가지 형태(비상위험보증, 부분신용보증) 중 하나로, 협조대출 참가자의 신용 및 비상 위험을 모두 담보하기 위해 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