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많은 우여곡절 끝에 ‘교토의정서’가 2월16일 발효됐다. 1997년 12월 채택된 이래,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의 탈퇴로 표류하던 초대형 국제환경·경제협약이 러시아의 참여로 7년 만에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으로 등장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등 지구적인 재앙을 막아보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의 결과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과연 온난화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신호가 모두 비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의 제약, 즉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제어하여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성공하더라도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자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증가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구의 시계는 빙하기의 반대인 간빙기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신호 또한 만만치 않다. 2050년경에는 지구상에 90억 이상의 인구가 존재할 것이고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증가된 인구는 선진국과 유사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결국 에너지 수요는 50년 후 현재보다 2~3배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 1세기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280ppm에서 370ppm으로 상승하였고, 지구 평균 기온도 1도 상승하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최고 권위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에서도 21세기 말 700~1000ppm을 전망하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지금부터 치열하게 전개해도 기후 시스템의 특성상 기온, 해수면은 수백 년이 지나도 서서히 상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데서 정부 정책이든 산업계의 대응 전략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온난화는 막을 수 없지만, 지구 환경을 빌미로 한 경제전쟁은 시작되었다.



 교토의정서와 관련된 잘못된 신화 

 최근 발효에 즈음하여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면 예전의 기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또 정부가 감축 목표 협상을 잘만 하면 우리 경제는 구김살을 피할 수도 있다는 환상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동안 잘못 인식돼 온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은 최대한 늦게 받을수록 국가 경제, 산업 경쟁력에 유리하다. ⇒ OECD 회원국의 위상, 국제 정치·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 부족

▶ 현재 국가의 의무 부담이 없고 빨라야 2015년경 감축 의무를 지기 때문에 선진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은 10년 늦게 준비해도 상관없다. ⇒ 국가 입장과 기업 입장을 동일선상으로 이해

▶ 시장에서 경쟁하더라도 국가 의무 부담이 없기 때문에 선진 시장이 요구하는 인증, 온실가스·에너지·자원 효율 관련 기술적 진입 장벽은 우리 기업에는 요구하지 않으므로 문제될 것도 없다. ⇒ 수출 시장, 기술적 무역 장벽에 대한 이해 부족

▶ 아직도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지 온실가스 관련 기술 개발과 혁신에 따른 시장 개척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선진국과 선진 기업의 호들갑은 교토의정서의 그물 속에 들어간 그들만의 생존논리다. ⇒ 시장 구조 및 경쟁력의 본질적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 기후변화협약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 이야기이지, 우리 회사는 전기나 가스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후변화협약과는 관계없다. 더구나 공급업체의 온실가스 문제는 그들의 문제일 뿐이다. ⇒ 온실가스 회계, 국제적 표준에 대한 무지

▶ 그동안 에너지 절약은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할 만큼 했다. 올해도 고유가 대비 에너지 담당 부서는 비용 10% 절약 목표를 수립 시행하고 있다. ⇒ 국제 기준과는 동떨어진 비과학적 정책의 추진



 우리의 현실 

 그동안 정부는 3차에 걸친 나름대로의 대책을 수립해 교토의정서에 대응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기업을 포함한 관련 주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대처해 나가면 되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다. 즉 교토의정서의 국제적 진전 상황과 국민 경제나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개괄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을 뿐 ‘How To’에 대한 명료한 지침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업 차원에서 맞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와 같다.



▶ 일부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자발적 협약’(Voluntary Agreement)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경제적 효율을 중시한 전략적 접근이나 세부 방법론에는 상당 부분 문제가 존재하는 현실이다.

▶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온실가스 발생 총량을 발표하고 있으나 발표의 내용과 증빙은 온실가스 시장 참여나 본격적인 대외 보고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원시적 대응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시간에 따른 성과의 측정과 관련된 회계 방법론의 정비, 설비별·배출원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감축 잠재력과 저감비용의 분석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용 효율적인 온실가스 저감 대책은 나올 수 없는 현실이다.

▶ 대부분 기업은 비용 분석을 통한 절감 잠재력에 대한 분석이 결여된 채 단순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 선진 기업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다.

▶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관리는 배출원별 Bottom-Up 방식의 접근이 기본이고 책임도 결국은 기업이 질 수밖에 없는 문제임에도 국가기관에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선진 기업의 대응 

 석유업체인 BP나 Shell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관련 금융시장의 맹주를 노리고 시장의 표준을 앞장서 만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자동차의 CO2 배출 연비 기준에 이어 주요 배출 설비나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을 계속 강화해 나가는 추세이고, 가전제품의 효율 등급도 전력과 온실가스의 연계에 따라 갈수록 강화되고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관련 수출 제품의 기술적인 무역 장벽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업종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노력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Swiss Re 같은 보험사는 종업원의 해외 출장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까지 관리함으로써 온실가스의 감축은 물론 내부 경영 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렌터카 업체인 AVIS는 차 렌트 시 나무 한 그루를 식목한다는 ‘탄소 배출 상쇄 렌터카 시스템’을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기후변화협약이 마케팅, 규제, 무역 장벽, 프로젝트 투자 등 거의 전 경제 활동에 지배적인 경영 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최근 한 회의에서 “도요타는 자동차 생산을 넘어서는 에너지·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경 변화가 초래할 지구적 재앙에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기업도 사회도 존속할 수 없음을 예견하고 기업 경영의 근본 방향에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 선진국 기업들의 자세는 의무에 대한 반발이나 지원의 요구 차원을 넘어 온실가스를 축으로 내부 체제의 정비와 경쟁력에의 활용에 주안점을 둔 이른바 ‘탄소 경영(炭素經營)의 시대(時代)’를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제 우리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관리를 경영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선진형 온실가스 감축 경영’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업 차원의 실무적 접근으로, 기업이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방향으로는 다음의 8가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경영의 주요 관리 지표로서의 온실가스 관리

국내외 다양한 온실가스 프로그램에의 참여를 통한 학습

배출권 등 온실가스 시장 파악 및 정부 규제 논의에의 참여

소유권 등 사업 구조와 범위에 따른 온실가스의 책임 한계 규명

연료, 전기, 외주 가공 등 온실가스 배출 형태의 차별 관리

온실가스 감축의 통계 및 회계 방법 정립

규제에 대비해 감축의 기준 연도와 기준 배출 자료의 설정

대외 보고 형식의 정비 



 이상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피해갈 수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인 교토의정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온실가스 절약형 생산 방식 도입, 환경 친화 제품 공급을 통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유망한 신사업 분야 

 정부는 올 2월 2005~2007년까지 3년간 21.5조 원을 투자해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3개 분야 90개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3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객관자적 위치에서의 국제 동향 파악과 개괄적인 문제점 지적으로는 기업 내부의 온실가스 관리 능력이 개발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내부적인 관리상의 문제점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회계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축의 기준 연도를 설정하고 기업의 소유·지배 구조, 사업의 합병과 분할, 신·증설에 따른 온실가스의 정확한 관리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기준이 설정되고 나서 성과를 기간별로 자료화하고 감축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를 외부에 공표하고 또 외부 감사를 통해 공인받는 일은 고통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선진 기업이 먼저 이 길을 가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과정은 온실가스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앞으로의 규제나 대외 보고에 맞추기 위해, 그리고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온실가스의 관리가 앞으로는 일종의 21세기 ‘기업 경영의 면허증’(License to Operate)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온실가스를 축으로 하는 기업 경영 전략, '탄소경영'(炭素競泳)은 바야흐로 21세기 경영의 초대 화두로 부상되고 있다. 교토의 정서는 이제 더 이상 지구적인 의제가 아닌 기업의 현안으로, 국가적 의무 부담의 무제에서 기업의 경쟁력 문제로 그 무게 중심이 바뀌었다. 교토의 정서의 발효는 향후 일세기 각국과 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제2차 산업혁명 21세기 경제전쟁의 서막인 셈이다. 기업은 이 세기의 대전에 나서야 한다.

황진택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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