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글로벌 인재 양성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싱크탱크로서도 역할을 해 ‘서울대 다음은 부산대’였던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글로벌 인재 양성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싱크탱크로서도 역할을 해 ‘서울대 다음은 부산대’였던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1946년 5월 15일 개교한 부산대학교는 ‘대한민국 1호 국립대학’이다. 서울대보다 3개월 먼저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71년 동안 배출한 동문 수만 21만명이다. 웬만한 시(市) 인구 규모와 맞먹는다. 그만큼 동문 파워도 막강하다. 올해 현대자동차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가 부산대다. 11%(32명)를 차지해 임원 10명 중 1명 이상이 부산대 출신이다. 포스코 임원도 10%(7명)로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해 냈다.

지난해 5월 제20대 총장으로 취임한 전호환 총장의 모교 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는 총장으로 취임하고 관용차 번호를 ‘33더 1515’로 바꿨다. ‘33더’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 대표 33인의 정신을 ‘더’ 기리겠다는 뜻이다. ‘1515’는 5월 15일 국내 최초로 설립된 종합 국립대라는 의미다. ‘넘버 1’ 대학이 되겠다는 각오도 담겨 있다. 전 총장은 “부산대 71년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화·민주화와 동행(同行)의 역사”라고 말했다.

부산대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으로 2016년 국·공립대 유일의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된 그를 6월 28일 오후 부산시 금정구에 있는 부산대 본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309억원 교육부 재정 확보해 지난해 ‘전국 4위’

“‘서울대 다음은 부산대’였던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종합 국립대로서 글로벌 인재 양성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싱크탱크로서 역할도 하겠습니다.”

그의 인터뷰 일성이다. 전 총장은 ‘솔선수범 리더십’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다. 취임 전 첨단조선공학연구센터와 조선해양플랜트 글로벌핵심연구센터 소장을 맡아 200여편의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을 발표한 그는 올해 5월에는 일본조선해양공학회가 선정한 ‘2016년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총장 스스로가 우수한 연구 성과로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대는 지난해 교육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에서 총 309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전국 4위의 성적표로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창업 선도 대학 육성 사업 등에 선정된 결과다. 올해는 학령(學齡) 인구(6~21세) 감소 등 교육환경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사회의 중심체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도 따냈다. 아울러 부산대는 올해 초 정부의 노벨과학상 프로젝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유치에도 성공했다. IBS 연구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핵심 사업이다.

그가 지난 1년간 거둔 성과는 더 있다. 부산대는 영국 고등교육 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시행한 2017년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국내 국립대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38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17 QS 세계대학평가 학문분야’에서는 화학공학, 기계·항공공학, 건축, 토목·구조공학, 약학, 재료과학 등 6개 분야가 세계 100위권에 올랐다.


혁혁한 성과를 내는 비결이 궁금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통의 리더십’ 덕분이다. 동료들과 잘 소통하며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정진하면 ‘시스템’이 구축돼 더 좋은 연구 성과가 더 빨리 나는 것처럼, 대학 경영도 같은 방식으로 하니 예상보다 좋은 성과가 났다.”

그의 집무실에는 ‘영선반보(領先半步)’라고 직접 쓴 휘호(揮毫)가 걸려 있었다. 성공하려면 ‘반 걸음’만 앞서 가라는 뜻이다. 조직 전체와 목표를 공유하고 리더가 솔선수범하겠다는 그의 각오다.

국·공립대 유일의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돼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
“2015년 11월 직선으로 당선됐고 6개월 후인 2016년 5월 12일 총장으로 임명됐다. 부산대 구성원들의 단결된 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덕분이었다. 지난 1년은 부산대의 가능성과 더 큰 희망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과거 위상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 큰 보람이다.”

총장이 생각하는 부산대의 비전은 무엇인가.
“취임 초부터 ‘학생의 미래가 있는 대학,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구체적 결정체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이다. 이를 통해 ‘서울대 다음은 부산대’였던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최초의 종합 국립대로서 책무를 다하고 싶다. 급변하는 21세기에 ‘국가 싱크탱크’로서 부산대가 연구 중심 대학의 기능과 책무를 다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가 변해도 대학의 존재 이유는 지식의 축적과 전수다. 특히 대학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은 공익(公益)이다. AI 기술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대학 교육이 맡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 개발은 물론 먼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대학의 핵심 역할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초학문 연구와 인문학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책 읽는 대학’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책 읽는 대학 분위기 조성과 인문학에 기초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명저(名著) 50선(選) 저자 되기’ 등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선정해 저자 특강을 하고, 교수와 학생이 토론을 펼치는 장(場)을 마련했다. 인문학은 대학 구성원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오른쪽 세 번째)이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식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부산대>
전호환 부산대 총장(오른쪽 세 번째)이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식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부산대>

‘책 읽는 대학’ 프로젝트는 미국 명문대학인 시카고대의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시카고대는 단일 대학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학교 안팎에서 그 비결이 바로 이 고전을 읽는 인문학 교육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장 중시하는 ‘리더십’ 요소는.
“토론과 소통이다. 이를 위해 먼저 총장의 권위부터 완전히 내려놓았다. 대학본부, 교수회, 직원, 학생, 동문을 각각 동수로 하는 대학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주요 현안은 토론해 결정한다. 교수회와 대학평의회, 학생회와도 중요한 정책들을 협의해왔다. ‘합의가 행동의 기초가 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적 절차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지난 1년간 대표 성과를 꼽는다면.
“글로벌 연구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교육 환경 변화와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올라타려면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부산대가 변모해야 한다. 부산대를 기초학문 연구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들을 지속적으로 초빙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국 국립대 중 최초로 정부 노벨과학상 프로젝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을 유치했다.”

교육부 대학 지원금 확보 규모가 전국 4위다. 비결이 뭔가.
“지난해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창업 선도 대학 육성 사업 등에 선정됐다. 올해는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도 따냈다. 부산대 구성원 전체가 똘똘 뭉쳐 힘을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주효했다. 부산대는 화학공학, 기계·항공공학, 토목·구조공학, 재료과학 등 공대가 특히 강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강점을 더 살리고 부각시키는 전략이 효과를 냈다.”

연구 중심 대학을 강조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의 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기초과목 강화 및 박사학위 수여), 교양 중심 대학(학사 혹은 전문 석사학위 수여) 그리고 2년제인 산업 중심 대학(커뮤니티 칼리지)으로 구분된다. 2016년 QS 세계 대학 평가 상위 30위권에 포함된 미국 대학 15개는 모두 연구 중심 대학이다. 미국에는 3600여개 대학이 있는데 국가 핵심 자산으로 운영되는 연구 중심 대학은 60여개뿐이다.”

연구 중심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구 중심 대학은 미국의 혁신을 이끈 원천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제품, 혁신 공정들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발전과 안보에 기여하고 높은 생활 수준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혁신은 지식인들이 창출한 신기술에 의해 주도돼 왔다. 국가 위기 극복은 물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선제적 구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부 정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우리에게도 국가 혁신을 이끄는 연구 중심 대학이 필요한가.
“그렇다. 해방 이후 한국은 대학, 정부, 지방자치단체, 연구지원재단, 기업 등이 전략적 파트너십 구성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국립대조차 그렇다. 이제 한국의 대학은 연구와 교양 중심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육성을 해야 한다. 이런 장기적 대학 정책이 수립돼야만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 등을 맞아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연구 중심 대학 육성으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역할을 부산대가 해낼 수 있나.
“부산대의 교육과 연구 능력은 서울의 대학들보다 저평가돼 있다. 저평가된 우량주라 할 만하다. 부산대는 1970~80년대만 해도 서울대 다음으로 좋은 대학이었다. 부산은 4개의 국립대학(부산대·한국해양대·부경대·부산교육대)이 있는 유일한 도시다. 4개 대학이 연합체제를 구성해 각 대학이 특성화 전략을 펼친다면 예산과 규모는 서울대에 버금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립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부산대 졸업생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수치로 증명된다. 올해 현대자동차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 바로 부산대다. 포스코 임원을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학교도 부산대다. 부산대 졸업생들이 최고 기업들의 임원으로 많이 뽑히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부산대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다. 교육 인프라도 우수하다. 부산대의 산학협력 규모는 연간 2500억원으로 전국 대학 최상위 수준이다.”

앞으로 중점 추진할 과제는.
“부산대가 의학·약학·생명과학 연구 중심 대학으로 도약할 토대를 쌓고 싶다. 110만m²(약 33만평)에 달하는 양산캠퍼스가 도약의 터전이다. 양산캠퍼스는 병원단지, 대학단지, 실버단지, 첨단산학단지로 구성됐다. 여기에 의학·치의학·한의학·간호학·약학·생명과학 등 관련 학과를 집적해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시킬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또 양산캠퍼스에 거점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부산대에만 없는 수의과대학을 유치할 것이다.”

부산대는 울산에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생명과학 관련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충남대와 카이스트(KAIST)가 힘을 합쳐 세종시에 충남대학병원을 열고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는 것처럼, 두 학교가 힘을 합쳐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양산캠퍼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연구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 전호환
1958년생, 경남 진주고,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학사·석사) 영국 글래스고대 대학원 조선해양공학 박사(1988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1996년), 부산대 대외협력부총장(2013~2015년), 부산대 총장(2016년~현재)

Plus Point

‘조회수 1억건’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 동영상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가 지난 3월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부산대>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가 지난 3월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부산대>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로버트 켈리 교수의 부산대 홍보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 3월 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로버트 켈리 교수가 BBC와 대통령 탄핵 관련 생방송 인터뷰를 하던 중 그의 어린 자녀 두 명이 방으로 ‘난입’하는 방송 사고가 있었다. 이 영상은 그대로 전 세계로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당시 BBC 페이스북에서만 1억 건 넘게 조회됐다. 다양한 패러디까지 낳았다.

전 총장은 “방송 사고가 만들어 낸 엄청난 반향은 예기치 못한 작은 해프닝에서 시작됐다”며 “켈리 교수가 영국 국영 방송인 BBC와 인터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부산대의 축적된 자산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 총장은 “수많은 실패와 시도를 통해 얻은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2008년 임용된 켈리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와 이에 따른 국제 사회의 영향에 대한 학문적 의견을 꾸준히 개진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대에는 현재 61명의 외국인 교수와 1259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다. 외국어 강의는 538개다. 연간 해외로 나가는 학생은 1148명이다.

Plus Point

선배 한 명이 후배 1~6명씩 맡아 ‘취업 밀착 멘토링’

부산대 학생들이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부산대>
부산대 학생들이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부산대>

부산대는 개교 71년 동안 21만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그만큼 폭넓은 동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부산대 선배들은 ‘취업 전쟁’을 겪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부산대는 이미 취업한 선배와 재학생 후배들을 연계해 취업을 돕는 ‘선배와 잡(job)다(多)한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재학생들이 가고 싶은 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이 효율적인 취업 준비 방법과 기업·직무 정보 등 노하우를 3개월간 전수해주는 매력 덕분이다. 올해는 선배 49명, 후배 161명 등 총 49개 멘토링팀으로 구성돼 운영된다. 선배 한 명이 후배 한 명을 맡아 밀착 멘토링해주기도 한다. 많아도 선배 한 명당 후배 여섯 명이 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배들이 대기업 48%, 공기업 41%, 공공기관 5%, 강소기업 3%, 외국계 기업 2%, 전문직 1%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재학생들은 원하는 직군에 맞춰 취업에 도움이 되는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부산대는 최신 취업 경향을 전수해주기 위해 가장 최근에 입사한 선배들로 멘토를 선정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올해 부산대는 포스코의 1차 서류전형을 가장 많이 통과한 학교가 됐다.

윤부현 부산대 홍보실장은 “졸업생들이 부산에 새로 둥지를 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 취업 기회도 살릴 수 있게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할당 제도로 공기업 취업 기회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훨씬 유리해진 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