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샴파인 위워크 한국 대표가 위워크 서울 을지로점에서 아시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매슈 샴파인 위워크 한국 대표가 위워크 서울 을지로점에서 아시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WeWork)의 최대 화두는 ‘아시아 시장’이다. 위워크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44억달러(약 4조8400억원)를 투자받으면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이후다. 손 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워크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위해 최신 기술과 독점적인 데이터 체계를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테크크런치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위워크는 44억달러 중 14억달러를 아시아 시장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한국도 위워크가 눈여겨보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 거점이다. 위워크는 2016년 한국 공유사무실 시장에 뛰어든 이후 강남역점·을지로점·역삼역점·삼성역점 등을 오픈하며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내년 1월에는 광화문에 다섯 번째 지점을 열 계획이다. 지난 10월 위워크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매슈 샴파인(Matthew Shampine) 한국 대표(General Manager)를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내년 1월에 한국에서 다섯 번째 지점이 문을 연다.
“한국에 위워크만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점 수를 늘려 전국 각지의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소프트뱅크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덕에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5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서울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나중에는 한국 전역에 지점을 열고 싶다. 머지않아 추가적으로 개점할 곳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위워크에 입주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위워크 회원이 되면 유럽·미국·호주·아시아 등 전 세계에 있는 위워크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 18개국에 170여개 지점이 이미 운영 중이다. 한국은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위워크를 이용하면 글로벌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에 있는 위워크 지점을 옮겨 다니면서 자신만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례가 있었나.
“한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인 다크매터가 그렇다. 다크매터는 한국뿐 아니라 뉴욕과 상하이에도 사무실이 있다. 위워크와 같은 공유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위워크가 생기기 전에는 갑자기 다른 도시나 국가에 사무실을 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일본 시장 확대를 주문했다. 위워크는 아직 일본에 지점이 없는데 내년에 3개 지점을 열 계획이다. 위워크 한국 회원들도 일본 시장 진출을 계속 요청했다. 위워크 지점이 많아질수록 회원들 간에 더 많은 파트너십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외에 중국의 투자회사인 호니캐피털도 위워크에 투자했다. 이런 투자자들 덕분에 위워크가 중국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중국 정부도 위워크의 중국 사업에 협조적이다. 싱가포르나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

삼성전자의 미주 법인 삼성전자 아메리카는 위워크와 손잡고 디트로이트, 뉴욕 등 4개 지역에 고객센터를 연다. 음료와 휴게공간을 제공하는 고객센터인데 애플의 ‘지니어스 바’와 유사하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경쟁하기 위한 카드로 위워크를 선택한 것이다.

샴파인 대표는 “위워크 한국 회원을 보면 스타트업의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로펌이나 회계법인, 마케팅 회사도 많고, 대기업 비율도 20%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워크 을지로점에는 아모레퍼시픽과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가 입주해 있다.

위워크 을지로점의 커뮤니티바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 위워크>
위워크 을지로점의 커뮤니티바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 위워크>

사옥까지 있는 대기업이 위워크에 입주하는 이유가 뭔가.
“우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새로운 시장에 무턱대고 진출할 수는 없다. 만약 한국 대기업이 미국에 처음 진출한다고 하면, 현지에서 직원을 얼마나 고용해야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일단 소규모로 위워크 사무실을 빌리고 나중에 유연하게 규모를 늘려나가면 된다. 위워크에 입주하면 청소나 인테리어, 인터넷 설치 같은 별도의 관리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위워크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이뤄지기도 하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펩시,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쟁쟁한 글로벌 대기업이 위워크에 입주해 있다. 펩시는 위워크에 입주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위워크 회원들과 개발도상국에 우물을 만드는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국에 있는 위워크 지점에도 HSBC은행이나 알리바바가 입주해 있다. 두 회사 모두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런 대기업이 위워크에 입주하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식의 협업이 이뤄지나.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원티드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협업한 일이 있다. 원티드와 페이스북 그리고 위워크 등 여러 IT 기업이 함께 취업박람회를 열었는데 축제를 하듯이 프로그램을 짰다.”


Plus Point

입양아 출신 매슈 샴파인 대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키울 것”

매슈 샴파인 위워크 한국 대표는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국에 애착이 많다. 샴파인 대표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샴파인 대표가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사업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정말로 위워크 한국 대표로 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샴파인 대표는 위워크 설립 초창기 멤버다. 벤츠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그는 지루함을 느끼고 회사를 나와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5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의기투합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샴파인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코딩할 시간에 화장실 청소, 비품 구매 같은 잡무를 처리해야 하는 게 싫었다고 이야기했다. 2010년 미국 뉴욕에 위워크의 첫 지점이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입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처음에는 회원으로 위워크에 들어갔지만, 오래지 않아 위워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애덤 노이만(Adam Neumann)과 의기투합해 위워크에 아예 합류하게 됐다.

샴파인 대표는 위워크 초창기부터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애덤 노이만 CEO에게 5년 동안 한국 지점을 열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한국 대표로 부임한 이후에 샴파인 대표는 매주 세 차례씩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다음에는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어 공부에 적극적이다. 샴파인 대표는 “한국도 뉴욕처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며 “위워크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