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본격화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블룸버그

4월 9일(현지시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극보수 진영으로 꾸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볼턴이 취임한 지 닷새 만에 미국이 영국·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도 치솟고 있다.

시리아는 주요 산유국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강경파의 움직임을 통해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관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마침 5월 12일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예할 것인지 여부(이란 핵협정 갱신)를 결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핵협정에 따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해 90일마다 협정을 갱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정 ‘개정’ 내지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제재를 받을 경우 원유 수출 길이 막히게 된다. 이 경우 이란산 원유 공급은 하루 최대 50만배럴 정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5월 2일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 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7.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1년 전 47.8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42%가량이 오른 것이다. 같은 날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 가격 역시 73달러로 오름세를 지속했다. 최근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지정학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올해까지 감산 정책을 펴는 것이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다. 산유국들은 감산량을 약간 줄여서라도 이 정책을 내년까지 연장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유 공급량이 줄면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원유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 감소 규모가 107만1000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62만5000배럴)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재고가 많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재고도 덩달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는 매우 이례적으로 재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과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유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상승세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나온다. 에산 코만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연구·전략 책임자는 “이란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WTI는 7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美 국채 금리, 심리적 지지선 ‘3%’대 돌파

미 국채 금리가 최근 3%대에서 횡보하는 것도 국제 유가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 4월 25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를 넘어섰고, 5월 2일에도 2.97%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국채 가격 하락).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렸던 3%를 돌파하면서 그간 지속돼 온 ‘채권 강세장(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이 끝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증시 등 위험자산에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실제로 이날 미국 증시를 포함한 서구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는 강세를, 원화는 약세(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를 보이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류 비용과 원료 값이 늘어나 미국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인상을 저지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앞서 3월 2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1.75%로 한국(연 1.5%)보다 높은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3~4회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미 시카고에 있는 자문사 비안코리서치의 짐 비안코 대표는 미국 CNBC 방송에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향후 2년간 최소 6번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한국도 물가 인상으로 골머리 전년 대비 감자 77%, 쌀 30%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 조선일보 DB

국제 유가 상승세에 국내 물가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직전달보다 0.1%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물가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감자 가격이 전년보다 77% 가까이 급등했고, 쌀값도 30% 넘게 올랐다. 특히 외식비의 경우 석유류·식재료 가격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속도 조절’과 ‘가계부채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금융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 비용이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 부채가 금융 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넘는 한계 가구의 경우 803만원에서 1135만원으로 332만원 급증하게 된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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