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완공한 샌프란시스코 셰일즈포스 타워의 공사 중 모습. 사진 블룸버그
얼마 전 완공한 샌프란시스코 셰일즈포스 타워의 공사 중 모습. 사진 블룸버그

경기 회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건설업계가 숙련된 노동력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투하가 본격화될 경우 수입 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경기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국 건설업계는 올해 1분기 동안 월평균 22만5000명의 현장직 일자리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설업체의 91%가 현장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의 고급 주택건설업체인 톨브러더스는 관련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와 아이다호를 포함하는 전 지역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과거 6개월이면 충분했던 공사를 7~8개월 걸려도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항만과 공항, 교량 등 미국 주요 인프라의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1조달러(약 1110조원)를 도로·항만 등 인프라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들어 감세정책 실행과 국방비 증액 등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린 느낌이 있지만, 워낙 노후화 정도가 심각해 공약과 무관하게 신규 건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대공황과 제2차세계대전 뒤인 1950~60년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고속도로와 교량 대부분은 전후에 완성됐다. 7만개에 이르는 교량 중 30%는 설계수명 50년을 넘겼다.

4년에 한 번 미국의 인프라 상황을 점검해 등급을 매기는 미국 토목공학협회(ASCE)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평가에서 미국 인프라 시설에 평점 ‘D’를 줬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중교통은 ‘D-’ 공항과 도로는 ‘D’, 교량과 항만은 ‘C+’였다.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분야는 ‘B’ 등급을 받은 철도였다. 2013년 조사에서는 미국의 교량 9개 중 하나는 대대적인 개보수나 재건축이 필요할 정도의 구조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인프라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항공기 연착륙과 취소로 인한 경제 손실은 매년 300억~400억달러에 이른다. 고속도로 정체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의 경제 가치가 연 1010억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민 관련 규제 강화로 이주 노동자 수가 줄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 건설업계 전체 고용에서 이주 노동자는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경우 이 비율이 40%에 달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에 대한 규제 고삐를 죄면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건설 공사 중에는 중국 기업이 핵심 역할을 맡은 경우가 많았다. 2013년 마무리된 캘리포니아주 베이 브리지 보수공사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총 72억달러를 투입해 내진설계를 보강한 이 공사는 상하이전화(振華)중공업이라는 중국 업체가 주도했다. 이 회사는 공사에 사용되는 철강재를 중국에서 가공한 뒤 공사 현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젊은층의 건설업 기피 현상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대형 프로젝트는 자국 기업에 우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규모가 큰 공사를 미국 기업에만 맡길 경우 용접공 등 숙련된 현장 인력 부족으로 공사 기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캐나다산 목재와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설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건설자재로 미국이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산 소프트우드 목재에 20% 상계관세를 매길 방침이어서 모처럼 찾아온 호황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캐나다산 목재 가격은 2017년 1월 이후 지금까지 62% 상승했다.

젊은층의 건설업 기피 현상도 노동력 부족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건설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사이에 약 23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회복으로 채워야 할 일자리는 늘었지만 젊은층의 건설업 기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미국 건설업계에서 25세 이하 직원의 비율은 9.4%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으로 메이저 프로젝트의 건설 현장 감독직 연봉이 16만달러(약 1억8000만원)에 달할 만큼 급여 수준이 올랐지만, 젊은층의 발걸음을 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Plus Point

건설업 구인난으로 외국인 고용 늘리는 일본

일본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 사진 트위터 캡처
일본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 사진 트위터 캡처

저출산·고령화로 구인난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건설업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에서 유효구인배율이 높은 업종은 골조공사(10.85배), 가정생활 지원서비스(8.43배), 보안·경비(8.14배), 토목측량기술(5.76배), 의사와 약제사(5.54배) 등이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한다. 숫자가 클수록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건설 분야 인력이 부족한 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건설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등을 거치며 내진보강 공사나 임시주택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건설업계는 자격증 소유자를 의무화하고 있는 곳이 많아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후생노동성은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오는 2040년 올해 대비 약 15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노동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인력수용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건설과 농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외국인 취업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무 경험과 일본어 구사 능력 등에 자격 제한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외국인 고용이 약 5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