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자원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자원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월 1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차 대중 무역 관세 대상 6031개 품목에는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프라세오디뮴이 포함돼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부터 군사장비에 이르기까지 첨단 산업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희토류 수입 대부분을 중국(78%)에 의존하는 미국이 10% 추가 관세를 예고한 것은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됐다. 미국 첨단 산업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승리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희토류를 겨냥한 것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와 코발트, 리튬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필수 광물 35개 대외 의존도를 떨어뜨리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나온 내무부의 지침에는 수입 대신 새로운 광원을 탐사·채굴하거나 재활용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주요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미·중 자원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를 무기 삼아 보복과 맞보복으로 맞서 왔지만 지난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가 1300억달러에 불과한 중국으로서는 역부족이다. 과거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던 경험을 토대로 미국에도 희토류 제한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희토류 관세 부과가 중국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탓에 산업계는 비싼 관세를 물고서라도 희토류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산 희토류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리서치 회사 애덤스 인텔리전트에 따르면 희토류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제련 공장을 운영 중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과 말레이시아뿐이다. 말레이시아와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12%, 88%를 나누고 있는 실정이다. 테크놀러지 메탈스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인들이 중국산 희토류가 얼마나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들어 있었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미국의 도발이 자충수가 됐다고 평가한다. 호주 희토류 전문 컨설턴트 더들리 킹스노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 제조업체가 희토류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되고 희토류 설비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예고는 상황을 주도할 기회를 중국에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광산 개발이나 대체재 탐사 등에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려 당장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각국은 중국의 희토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2010년의 악몽을 경험한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은 당시 동중국해 댜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때도 희토류 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일본은 호주, 러시아 등지로 희토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대체 기술 개발과 희토류 탐사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희토류 없이 첨단제품 만드는 기술 개발

최근 도요타는 동경대학 연구팀과 함께 일본 심해에 묻힌 희토류를 채굴·가공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4월 일본 정부는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주변 해저에서 1600만t 규모의 희토류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채굴에만 성공하면 일본인들이 최단 930년(디스프로슘)에서 최장 4900년(이트리움)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묻혀있다. 

희토류 없이 첨단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 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도요타는 올 초 희토류 없이 영구 자석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인 영구 자석의 주원료는 희토류 중 하나인 네오디뮴이다. 2025년쯤 이 원소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본 도요타는 기술 개발을 통해 네오디뮴 사용을 최대 50%까지 줄였다. 도요타는 2025년 말까지 모든 전기차에 신형 자석을 탑재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새로 만든 자석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고성능 모터, 전동기기, 로봇, 가전 기구 등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희토류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희토류 대체재를 많은 기기에 적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대체재를 찾는 대신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모멘텀 테크놀로지는 하드드라이브나 스마트폰에서 희토류 97%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애플도 스마트폰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를 새로 채굴한 원소를 사용하는 대신 재활용한 희토류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plus point

대두 전쟁에 브라질·유럽 반사 이익

미국과 중국의 대두 전쟁에 브라질산 대두값이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대두 전쟁에 브라질산 대두값이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주변국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대두 수입업자들이 국내 가격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 대두를 찾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브라질산 대두가 ‘귀한 몸’이 되면서 값이 계속 올랐고, 브라질 대두 생산업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이익을 더 챙길 수 있게 됐다.

7월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수출된 대두 가격은 톤당 396.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산 대두 가격보다 톤당 66.1달러 높은 수준으로 두 나라산 대두 간 수출 가격 차이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로 수입처를 다변화한 영향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식량비축관리그룹공사는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4월 이후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던 총 83만t의 대두 주문이 취소됐다.

한편 수요 감소로 미국산 대두 가격이 내려가자 유럽 대두 수입업자들은 반대로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수입처를 옮기고 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3월 이후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한 미국산 대두 수출 규모는 1년 전과 비교해 50% 증가했다. FT는 “미국산이 브라질산보다 20% 이상 저렴하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으로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두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팜벨트’에서 주로 생산되는 데다,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물품 가운데 보잉 여객기에 이어 두 번째로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미국산 대두 139억5000만달러어치 수입했다.

Keyword

희토류(稀土類)
흙 속에서 추출하는 희귀 금속 17종을 통칭하는 말이다. 네오디뮴·이트리움·디스프로슘 등이 있다. TV·헤어드라이어 등 일상 가전용품, 스마트폰과 같은 IT 제품, 전기차 배터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필수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산업계의 비타민’으로도 불린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탓에 중국의 주요 공격 무기로 활용된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