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미래일까. 지난해 10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겨두는 모바일 앱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네이버의 미래일까. 지난해 10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겨두는 모바일 앱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공익을 위해 제보하는 것이다. 즐겁게 제보하고 유쾌하게 영상을 찍고 싶었다.”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1월 2일 기자회견에서 유튜브를 폭로 채널로 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플랫폼 전쟁’의 저자인 곰앤컴퍼니 김조한 이사는 “유튜브가 정치까지 장악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네이버의 위기는 이제 어느 누구도 네이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시대’를 맞아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네이버는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부상으로 광고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지난 3분기(2018년 7~9월)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이익 2217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증권 업계가 예상한 평균 영업이익(2500억원)에 못 미친 것이었다. 이런 성장 둔화세는 단기간에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네이버의 미래 먹을거리가 없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지난 1년 사이 34% 정도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7% 넘게 하락한 것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하락 폭이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실적·주가가 모두 부진한 것은 그만큼 네이버를 찾는 사람과 네이버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전국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8년 11월 한 달간 모든 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총이용 시간은 317억 분에 달했다. 10대가 86억 분으로 가장 길었고, 50대(79억 분)가 그 뒤를 이었다.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고, 5060세대 중에서도 유명 유튜버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1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튜브가 전 세대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기간 네이버 총사용 시간은 126억 분으로 유튜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이 네이버를 떠나는 이유로 양질의 콘텐츠 대신 상업화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유튜브 채널로 갈아탄 유튜버 A씨(구독자 4만 명)는 ‘네이버 블로그 때려치우고 유튜브 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최근 올리고 “블로그에 시간을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올려 봐야 방문객 수만 올라갈 뿐 네이버로부터 들어오는 월수입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제품·서비스 협찬을 받고 협찬받은 기업에 유리한 리뷰만 수십 개씩 올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안 하는 것이 제작자들로 하여금 상업적 콘텐츠를 쏟아내게 하고, 그런 가짜 정보가 쌓이다 보니 검색의 질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가짜 정보에 염증을 느낀 사용자들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지급해 양질의 콘텐츠 양산을 유도하는) 구글이나 유튜브 등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인·블로그·카페 등 채널을 통해 네이버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채널의 경우 이제 95%는 상업화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플랫폼 내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줄 사람이 다 떠나가고 있는 만큼 네이버의 미래가 밝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을 폭로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을 폭로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네이버의 반전 노림수는 쇼핑?

위기감을 느낀 네이버는 대표 서비스인 블로그를 ‘비디오로그’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우투(how to·~하는 법)’ 검색뿐 아니라 뉴스 소비도 동영상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블로거들이 편리하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편집도구를 제공하는 등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또 최근 앱의 첫 화면에서 뉴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삭제하고 구글처럼 검색창만 남긴 모바일 앱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 행사에서 메인화면에서 뉴스를 보려면 오른쪽으로, 쇼핑을 하려면 왼쪽으로 각각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좌우로 이동시키는 스와이프(swipe)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에서 습관처럼 뉴스와 실검을 확인해 온 이용자의 앱 사용 형태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긴 것이지만, 쇼핑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공고한 검색 지배력을 기반으로 최대한 많은 판매자를 입점시켜 다양한 상품군을 확보해 상품·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네이버 이용자의 방문 목적은 60%가 검색, 콘텐츠 소비 25%, 쇼핑 15%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검색어의 3분의 1 이상은 쇼핑 관련 키워드라는 게 증권 업계 예상이다.

김조한 이사는 “이번 모바일 앱 개편은 네이버가 쇼핑을 미래 먹을거리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생산·소비하기 위해 몰리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광고주들이 따라붙는 유튜브 모델과는 오히려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쇼핑이 매우 중요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소상공인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입점료를 늘리려는 목적인 것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앱 개편으로 쇼핑 매출이 증가하겠지만,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증가에 따른 네이버의 전통적 광고 매출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잠재력 있는 대형 스타트업(초기 단계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식의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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