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오너리스크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오너리스크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오너 리스크와 재무 구조 문제가 생겼다. 한 사람은 직위에서 해제된 지 12일 만에 세상을 떴다. 다른 한 사람은 경영상 악재로 평가되면서 제 발로 물러나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회사 모두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계 제로 상황에서 대형 항공사 두 곳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 위험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이미 한국의 기간 해운사 한진해운이 파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국내 글로벌 물류의 인적·물적 자원의 큰 축이 소실됐다. 현대해상이 여전히 버티고 있지만 해운 산업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면서 건전한 경쟁 체제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수십 년간 축적해온 한 대기업의 물류망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항공사도 해운사와 마찬가지로 여객뿐만 아니라 물류를 담당하는 글로벌 유통망이다. 수출입 물류를 외국 항공사에 맡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비용 부담을 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 회사가 무너지면 그간 쌓아 왔던 인적·물적 토대도 사라진다. 항공 산업과 연관된 소재 부품이나 기계 장비 등 후방 산업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대한항공도 재무구조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은 3월 27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직을 상실했고, 이어 4월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전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취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조 사장이 연루된 현재 진행형 사건들도 있다. 조 사장의 인하대학교 부정편입 논란과 면세품 위탁 업체 ‘싸이버스카이’와 콜센터 운영 위탁 업체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일도 현재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외 2000년 경찰관 뺑소니 사건, 2005년 할머니 폭행 사건 등 과거 전력도 조씨 일가의 고질병인 갑질 논란을 잠재우는 데 리스크로 작용한다.

조 사장이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다. 항공사들은 대당 수천억원에 이르는 항공기를 많게는 수십대씩 차입금으로 구입하거나 임대한다. 이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항공의 차입금 수준은 항공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NH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18년 순차입금 예상액은 132억2200만달러(약 15조717억원)로 ANA 홀딩스(41억5000만달러), 루프트한자항공(47억6500만달러)보다 많다. 2016년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1178%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높은 이자비용과 함께 환손실까지 이어지면서 적자구조가 심화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5년간 2017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그렇다고 항공기를 줄일 수는 없다. 항공기를 줄이면 운항 편수를 줄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당장 돈을 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이며 행동주의펀드인 KCGI는 부대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등이 주 대상이다.


아시아나도 오너리스크에 매각 가능성까지

아시아나항공은 3월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사퇴했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그룹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을 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그룹 확장에 돈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나항공마저 재정이 악화됐다. 당장 올 한 해에만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 1조3013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3조4400억원이다.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정상화 자구 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채권단에 손을 벌렸지만, 퇴짜를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에 3년의 시간과 5000억원의 추가 지원금을 요청했다. 채권단은 “시간 벌이용 지원금은 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시아나항공에 남은 카드는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알짜 회사를 팔아 사재 출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1일 종가 기준으로 에어부산 주식 1378억원, 아시아나IDT 132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자산 등을 모두 팔더라도 1조원이 넘는 단기 차입금을 갚기에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돌았던 SK와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 2017년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신세계가 인수 후보에 오르고 있다. CJ대한통운을 통해 물류 사업을 확장하는 CJ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도 거론된다.

선뜻 인수에 나설 회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은 부채가 많고 금리·유가·환율에 따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규 산업에 뛰어들기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근본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문제는 장기화할 수 있다.


plus point

적자 구조 탈피 못 하면…사고 ‘시한폭탄’ 될 수도

9일 착륙 과정에서 앞바퀴가 파손된 아시아나 여객기가 광주공항 활주로에 멈춰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9일 착륙 과정에서 앞바퀴가 파손된 아시아나 여객기가 광주공항 활주로에 멈춰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월 12일 국토교통부가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항공안전 회의’를 열었다. 최근 국적 항공사들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항공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안전관리를 당부한 것이다. 지난 9일 광주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앞바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무원과 승객 117명이 타고 있었는데, 다친 사람은 없었다. 2017년 인천에서 출발해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는 이륙 직후 왼쪽 엔진에 이상이 생겨 다시 인천으로 회항했다. 같은 해 제주공항에서 여수공항으로 출발한 항공기 부품(엔진 소음을 줄이는 장치 덮개)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도 있었다. 최근 대형 항공사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고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안전 관리는 비용과 직결돼 있다. 부품 정비와 안전 관리에 충분한 인력과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항공사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만큼 자칫하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비정상 운항이 증가한 엔진 고장 등 취약 분야 개선을 통해 항공 안전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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