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5월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다. 사진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5월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다. 사진 연합뉴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BTS와 인연을 맺은 기업들이 잇달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BTS의 마법’이라 부를 만하다. 적자를 냈음에도 BTS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가 하면, BTS 멤버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BTS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브랜드로, 추종자들이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팬들은 BTS와 관련 있는 제품을 소비하면서 BTS의 정체성을 자신의 자아에 투영하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BTS의 인기가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지난해 말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내고 “BTS와 관련해 약 4조14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42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해 총 5조56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집계한 2016년 중견기업의 평균 매출액(1591억7000만원)과 비교해 보면 이 수치의 거대함을 알 수 있다. BTS의 경제 효과는 중견기업 평균 매출액의 35배에 달하는 것이다. BTS의 경제 효과는 그들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급성장으로도 증명된다. 빅히트의 매출은 BTS의 글로벌 활동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2015년 12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142억원으로 4년 만에 16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641억원으로 4000% 이상 늘었다.

BTS의 경제 효과는 BTS가 5월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 2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미국의 음악 주간지 ‘빌보드’에서 주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시상식이다. BTS는 ‘톱 소셜 아티스트’ ‘톱 듀오·그룹’ 2개 부문을 받았다. 톱 소셜 아티스트로는 3년 연속 선정됐고, 톱 듀오·그룹으로는 미국의 인기 밴드 ‘마룬파이브’를 제치고 상을 거머쥐었다.

이런 BTS의 경제 효과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세 가지 수혜 분야를 짚어봤다.


1│증시: 적자 상장사마저 급등

부진한 실적을 낸 상장사들이 BTS와 연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증시에서는 ‘BTS 관련주’로 불린다.

연예 기획사 키이스트는 4월 15일에 전일 대비 29.96% 오른 4425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BTS가 유튜브에서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공개한 직후였다. 키이스트는 지분 51%를 보유한 일본 자회사 SMC가 BTS의 일본 활동에 대한 전속 계약권을 갖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BTS 관련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BTS와 연관성이 적어진 상황에다,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MC의 BTS 일본 매니지먼트 계약이 2017년 말 종료됐기 때문이다. 키이스트는 현재 SMC를 통해 BTS의 일본 내 팬클럽 운영만 담당한다.

이 때문에 키이스트의 해외 엔터테인먼트 용역 부문 매출은 지난해 495억원으로 전년(725억원) 대비 31.7% 줄었다. 키이스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24억1355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BTS와의 계약 종료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키이스트가 1억원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이스트의 5월 9일 종가는 3425원으로 3주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실질적인 BTS 관련주로 꼽히는 넷마블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도 주가는 상승세다. 넷마블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5.2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1~3월) 넷마블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대치(600억원대)를 밑도는 4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75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0% 가까이 주저앉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넷마블은 영업이익(2417억원)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었다. 그럼에도 올해 2분기(4~6월) 중 출시 예정인 BTS의 영상과 화보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BTS월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


5월 4일 오후 BTS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로즈볼 스타디움의 BTS 공식상품 판매점 앞 인파. 사진 연합뉴스
5월 4일 오후 BTS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로즈볼 스타디움의 BTS 공식상품 판매점 앞 인파. 사진 연합뉴스

2│“정국이 이 제품 쓴대” 하면 품절 대란

BTS가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제품은 시장에서 동이 났다. 1월 20일 BTS 멤버 정국이 팬들과 채팅 중에 “어떤 섬유유연제를 쓰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다우니 어도러블”이라고 대답하면서 이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다음 날인 1월 21일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다우니 어도러블은 품절됐다. 다우니 어도러블은 이틀간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꾸준히 올랐다.

당시 다우니 어도러블을 샀던 박형미(29)씨는 “정국이 쓰는 향을 나도 쓴다고 생각하니 그와 내가 공유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느낌이 들어 얼른 샀다”고 말했다. 정국은 BTS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미(팬클럽 이름)들, 저 섬유유연제 거의 다 써서 사야 되는데 다 품절”이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지난 2월 ‘호호바오일’이라는 피부 관리용 천연 제품도 마찬가지로 정국이 피부 관리에 사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다. 정국은 한 달 전 섬유유연제를 품절시켰던 것을 의식한 듯 호호바오일의 상표를 밝히지 않고 “네 글자 브랜드”라고만 단서를 줬다. 그러자 BTS의 팬들이 네 글자 이름을 가진 호호바오일 제품 명단을 만들어 이를 공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3│BTS가 개발 참여한 캐릭터도 대박

BTS와 협업한 제품들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메신저에서 사용하는 스티커 캐릭터 ‘BT21’을 만들며 글로벌 시장에서 캐릭터 사업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BTS 멤버들은 BT21의 초기 디자인과 각 캐릭터가 가진 성격, 그들이 속한 세계관을 설정하며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지난 2017년 9월 말 라인에서 공개된 BT21은 다운로드 수 2800만 건을 돌파했다.

BT21의 흥행에 힘입어 라인의 캐릭터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라인프렌즈의 매출은 지난해 1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BT21이 공개된 시점이 2017년 중후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BT21 효과가 그다음 해인 지난해 매출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던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일본 하라주쿠 등 전 세계 매장에서 BT21 캐릭터 제품을 처음으로 입점시킬 때마다 현지 팬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