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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 추오 주오라 창업자가 6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서브스크라이브드 2019’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티엔 추오

“저는 말이죠, 신발에서 미래를 봅니다. 바로 인터넷과 연결된 이 언더아머 신발(connected shoes)에서 말이죠.”

6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유분방한 이 혁신 도시 곳곳에는 무지개색 깃발이 휘날렸다. 곧 다가올 성 소수자 축제 홍보물과 수년 사이에 급격히 올라온 신축 고층 빌딩, 전국에서 몰려든 홈리스 등이 캘리포니아 특유의 쨍한 햇살과 뒤엉켜 있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서브스크라이브드(Subscribed) 2019’의 기조 강연 무대에 티엔 추오 주오라(Zuora) 창업자 겸 CEO가 올랐다. 그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용어의 창시자이자 전도사. 주오라가 주최하는 서브스크라이브드는 구독 경제의 최신 흐름을 공유하는 유료 콘퍼런스로 올해 이틀간 행사에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 신청을 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추오 CEO는 청중에게 인사말을 건넨 후 바로 무대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언더아머 신발에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 신발과 연결된 앱은 그가 얼마나 걷는지, 또 빠른지 느린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기조연설 도중 529㎉를 소비했다는 것도!

“이 신발처럼 모든 제품은 인터넷과 연결돼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고 고객과 상호 작용을 유도해 수많은 구독 경제 서비스를 탄생시킬 것입니다.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제품이요? ‘곤도 마리에(Kondo Marie·近藤麻理恵)’죠.”

그는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일종의 짐(burden)으로 생각한다며 ‘정리의 여왕’ 곤도를 언급했다. 곤도는 “안아 보고 만져 봤을 때 설레지 않는 물건은 가차없이 버리라”고 조언해, 물건 더미에서 허우적거리는 미국인 사이에 정리 열풍을 일으켰다. 그녀의 이름이 ‘정리한다’는 뜻의 동사를 의미할 정도다.

“그렇습니다. 최근 12개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해리스 폴(Harris Poll) 조사에 따르면, 성인 57%가 물건을 덜 구매할 것이고, 74%가 앞으로는 더 많은 서비스를 구독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소유(ownership)의 시대가 가고 사용(usership)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추오 CEO는 대만 출생으로 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클라우드 기반의 CRM(고객 관계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11번째 사원으로 1999년 입사해 최고전략임원, 최고마케팅임원에 올랐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에 눈을 뜬 그는 2007년 구독 경제에 필요한 결제(billing)와 매출 분석 솔루션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주오라를 설립했다. 주오라는 2018년 4월 뉴욕 증시 입성에도 성공했다. ‘엄청난 마진을 남기는 히트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낡은 비즈니스 모델’이며 ‘구독자를 모아 반복적 매출을 만들라’는 게 그의 금언이다. 서브스크라이브드 2019 현장에서 추오 CEO를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 직전에 터진 애플발 뉴스부터 그에게 질문했다.


‘서브스크라이브드 2019’ 콘퍼런스 현장. 사진 주오라
‘서브스크라이브드 2019’ 콘퍼런스 현장. 사진 주오라

애플이 6월 3일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18년간 유지해왔던 콘텐츠 판매 애플리케이션인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팟캐스트’ 등 구독형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2018년 당신이 쓴 책(서브스크라이브드)에서 예상한 대로다.
“애플은 아주 분명하게 구독 모델의 길로 가고 있다. 개인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애플 ID를 발표하고 아이튠즈에서 개별 곡을 판매할 때부터 구독 모델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개별 제품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애플 ID 기반의 수익화 전략에 더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이다. 애플은 ID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저장 공간부터 영화와 음악, 뉴스를 팔 것이다.”

당신은 ‘소유의 시대가 가고 사용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했다. 유저십(usership)이란 무엇인가.
“유저십이란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시간에 소유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나 권한을 뜻한다. 구독의 개념을 가장 먼저 실천했던 기업은 전기 시설과 통신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전기와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나. 이제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에서도 구독하는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CD와 서버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원하는 곡을 필요할 때 찾아 듣거나 필요한 컴퓨터 용량만큼 돈을 지불하고 쓴다. 나아가 우리는 새 차를 사는 대신 리프트(Lyft)를 사용한다. 구매하지 않고 사용만 한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usership)은 구독 경제의 중추이자 성장 동력이다. 지난 7년간 구독 모델을 선보인 기업은 평균 300% 이상 성장했다. 미국 S&P 500 일반 기업보다 구독 모델 기업이 5배 빠르게 컸다.”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디지털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디지털이 미디어나 소프트웨어 정도라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기조 강연에서 물질의 디지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신발, 휴대전화, 노트북 등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을 곧바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공유하고 편집하는 서비스가 나온다. 이 책상과 의자에 QR코드를 넣는다고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가구 회사는 당신이 누군지 알 것이고 공간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산업용 인쇄기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세탁기도 휴대전화로 작동할 수 있다. 초인종·오븐·창문·신발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사물은 이제 살아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1년까지 250억 개 장치가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연결돼 있으면 모두 서비스화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B2B(기업 간 거래) 구독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요즘 기업들은 프린팅 서비스, 오피스 공간, 소프트웨어와 보험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독한다. 구매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넣거나 뺄 수 있는(dial in–dial out) 유연성을 원한다.”

디지털화로 구독 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구독 경제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독형 비즈니스로 잘 전환한 기업의 특성과 비결은 무엇인가.
“새 회사들이 나와 기존 회사들을 와해(disrupted)시킬 것이다. 승차 공유 기업인 우버(Uber)가 나타나 GM과 크라이슬러를 위협한다. 케이블TV 회사들은 넷플릭스와 경쟁한다. 이건 전쟁과 같은 상황이다. 이 변화를 시행하지 않는 회사들은 곧 망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변화에 성공한 기업의 두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첫째, CEO의 리더십이다. 좋은 리더십은 사일로(silo·부서 간 칸막이)를 없앤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가 고객 충성 프로그램을 출시할 때 엔지니어팀과 영업팀이 협업한다. 둘째, 고객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많은 회사가 고객은 생각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만 적용하려 한다. 고객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고객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가 펜더(Fender)다. 이 회사는 70년 넘게 전기 기타를 만들어 왔다. 최근 10년 사이 판매량이 급감하자 ‘펜더 플레이’라는 구독 기반의 온라인 기타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팬더 매출의 절반은 신출내기 기타리스트에서 나오는데 그들 중 90%는 1년 안에 기타 연주를 그만둔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펜더는 기타를 파는 회사에서 곡을 연주하는 것을 도와주는 회사로 변모했다.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뜨면서 구독 모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신규 구독자 수는 어느 순간 정체를 맞이할 것 아닌가. 넷플릭스는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도 구독을 유지하기 위해 차별화한 콘텐츠를 구매하고 만드는 데 막대한 돈을 써야 한다.
“넷플릭스의 구독자는 1억4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1년 평균 100달러의 구독료를 낸다고 가정해 보자. 넷플릭스는 140억달러의 현금 흐름을 가진 회사인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데 쓰는 비용은 15~20% 정도이기 때문에 이익이 상당하다. 물론 넷플릭스는 이익의 어느 정도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등 신규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를 사는 데 쓸 것이다. 하지만 전부 다 쓰지는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 내부적으로는 구독자 대비 투자할 수 있는 콘텐츠 비용을 계산하는 수학 공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월 9.95달러를 내면 매일 영화관에서 영화 1편을 볼 수 있는 무비패스(MoviePass)는 구독료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해 이용자 데이터를 팔아 돈을 만들고 있다.
“데이터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생활 침해와 보안에 관한 우려에 대해 듣고 있다. 기업이 고객의 데이터를 팔지 않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지 않을 때 고객은 해당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할 것이다(넷플릭스는 엄청난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광고로는 돈을 벌지 않는다).”

구글·페이스북·애플·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이 사실상 디지털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구독 경제 모델이 이런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몇몇 기술 회사들이 너무 커지고(too big) 너무 강력(too powerful)해졌다. 하지만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위에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 모든 기기가 당신이 누구인지 인식해 굳이 스마트폰에 의존해 비즈니스할 필요가 없어진다. 향후 15년 내에 약 80조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GDP의 대부분이 구독 경제 모델에서 나올 것이다. 고객과 관계를 쌓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의 고객을 훔쳐 갈 것이다.”

구독 경제, 공유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있다. 새 경제 생태계는 임시직, 일용직 등을 탄생시키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음악 구독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 덕분에 뮤지션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뮤지션들은 스포티파이를 통해 팬층(fan base)을 확보하게 됐으며 CD 판매 시절과 달리 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자신의 음악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작은 규모의 밴드와 독립 아티스트들도 주목받을 수 있다. 지역 환경에 맞춰진(specialized) 많은 지역 서비스들이 존재할 수 있다. 꼭 독점적이지 않아도 된다. 소도시에는 우버와 리프트의 지역 버전이 있고,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의 자산으로 돈을 번다. 다만 큰 폭의 고용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게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주오라는 구독 경제 시대에 어떤 사업 기회를 봤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주오라의 데이터에 따르면, 고객과 상호 작용이 일어날 때마다 평균 15개의 작업을 물밑에서 처리해줘야 한다. 가입자 간 상호 작용을 조율하는 것도 복잡하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보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복잡하다. 주오라는 구독 서비스에 필요한 결제 솔루션, 매출 분석 솔루션을 제공해왔고, 오늘(6월 4일) 여러 가지 솔루션을 통합한 ‘주오라 센트럴(Zuora Central)’을 새롭게 내놓았다. 가격을 책정하고 서비스를 패키지하고 가입자를 확보·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통합한 일종의 플랫폼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가입자의 구독 여정을 한눈에 보고 구독 서비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가격은 연간 최소 3만~5만달러에서 시작한다.”

주오라의 모델이 당신이 일했던 세일즈포스의 모델과 유사하다.
“나는 세일즈포스의 초기 멤버로 입사해 회사가 조 단위 매출을 일으킬 때까지 일했다. 주오라도 수조원 매출의 회사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와 주오라 모두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인데 세일즈포스는 CRM, 주오라는 결제에 특화돼 있다.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 도요타를 포함해 7개 회사가 주오라 솔루션을 쓴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만약에 진출한다면, 첫 타깃 분야는 어디인가.
“K팝(K-pop) 분야에 관심이 많다(웃음). 농담이다. 우리는 두산의 자회사가 된 미국의 중장비 업체 밥캣(bobcat)과 일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할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는 있다. 한국 제조 회사, 미디어 회사 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고 싶다. 도쿄에는 진출해 있다. 우선 도쿄 지사를 통해 한국 회사와 일할 기회를 얻기 바란다.”

한국에는 대다수 사람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한국에서 뉴욕타임스와 같은 뉴스 구독 서비스 사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뉴스가 공짜라면 뉴스의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이 콘텐츠와 뉴스에 가치를 두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출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오라는 일본 최대 뉴스 회사와 12개월간 같이 일해 왔는데, 일본 독자도 양질의 콘텐츠에 돈을 내는 추세더라. 나는 한국 소비자도 좋은 뉴스 콘텐츠를 위해 돈을 낼 것이라 자신한다.”

또 책을 쓸 계획이 있나.
“가격 결정(pricing)에 대해 쓰고 싶다. 구독 서비스에 필요한 중대한 의사 결정 사항 중 하나다. 또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것이다. 다만 너무 바빠 책을 쓸 시간을 못 내고 있다.”

류현정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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