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옹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 경영학, 스킬셰어 창업, 500스타트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말콤 옹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 경영학, 스킬셰어 창업, 500스타트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언론의 위기’ ‘저널리즘은 죽었다’.

미디어 산업 위기를 표현하는 데 자주 쓰이는 문구다. 기술 발달과 소셜미디어(SNS) 등 새로운 플랫폼 발달, 독자층 변화 등으로 정통 미디어가 힘을 잃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위기를 기술 혁신으로 뚫는 곳이 있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다.

SCMP는 세계 전통 미디어 회사 중 가장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단적인 예가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게리 리우 연구·개발 총괄을 2017년 1월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구글, AOL, 스포티파이 등에서 일했던 IT 전문가를 111년 된(당시 기준) 언론사 CEO 자리에 앉힌 것은 SCMP가 얼마나 변화에 목말라 있었는지, 그 변화가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같은 해 여름 말콤 옹도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에서 SCMP 제품 총괄(product head)로 옮겨왔다. 옹 총괄 역시 리우 CEO 못지않은 IT 전문가다. 2010년 뉴욕에서 에듀테크 스타트업 스킬셰어를 공동 창업한 이후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500스타트업’의 임원으로 지내다가 리프트에서 상품 개발을 담당했다.

화려한 이력의 IT 전문가 옹 총괄이 SCMP에서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무엇일까.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말콤 옹 SCMP 제품 총괄을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그가 참가한 50분 남짓의 ‘밀레니얼 세대와 뉴스’ 세션에는 옹 총괄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언론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IT 전문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제품 총괄’이라는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독자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 내 일이다. 독자가 다양한 SCMP 포맷을 활용해서 우리 콘텐츠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경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경험을 분석한다. 데이터 중심의 실험적이면서 민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알리바바가 2015년 말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는 공격적으로 디지털 전환 작업을 펼쳤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알리바바에 인수된 이후 SCMP는 로고부터 시작해서 미션, 비전을 모두 바꿨다. 예컨대 미션은 ‘생각을 고양하라(Elevate Thought)’, 비전은 ‘세계의 중국 관련 소통을 주도하라(Lead the Global Conversation about China)’로 바꿨다. 홍콩 중심 사고를 글로벌 차원으로 바꿔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 문화부터 바꿨다. 알리바바는 인수 직후 구성원에게 시간을 주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동시에 제품, 기술 관련 실험을 해보도록 장려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부 반발은 없었나.
“글쎄, 전체적으로는 반기는 분위기였다. 구성원들은 당시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였다. 모두 성공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있었다.”

실제로 알리바바에 인수되기 전까지 SCMP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를 제때 준비하지 못한 탓에 2012~2015년 수익이 매년 15~20% 감소했다. 알리바바가 SCMP를 인수한 시점은 이때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했나.
“독자 데이터 분석, 신기술 콘텐츠 실험 등 매우 다양하다. 이를 위해 기술 부문에 투자를 많이 했다. 내가 담당하는 제품 팀의 경우 매니저,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이 있는데 20명 규모에서 65명 정도로 커졌다. 데이터 과학자 등 기술 관련 인력은 60명에서 130명 정도로, 편집국 인원도 260명 정도에서 350명까지 늘렸다. 정확한 숫자를 모두 공개하기 어렵지만, 관련 인프라 투자도 확대했다.”

그런 투자와 실험을 통해 나온 ‘제품’은.
“지난해 ‘아바쿠스’ ‘잉크스톤’ ‘골드스레드’라는 세 가지 뉴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먼저 아바쿠스는 중국 기술 기업 이야기를 다루는 IT 전문 뉴스 서비스다. 새로 뜨는 기술 기업, ‘핫’한 기기들, 중국의 기술 혁명 등에 초점을 맞춘다. 잉크스톤은 중국 내 소식을 브리핑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별로 6~7개 짧은 중국 관련 뉴스가 정리돼 있다. 팟캐스트 기능도 있다. 골드스레드는 중국의 음식, 여행, 문화에 초점을 맞춘 영상 뉴스 플랫폼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SCMP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2000만 명, 월간 페이지 뷰는 7500만 뷰다.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 지금 트래픽 유입의 30%는 미국에서 들어온다. 2위가 홍콩(15%), 3위가 그 외 아시아 지역(20%)이다.”

팟캐스트나 영상 뉴스는 밀레니얼 독자를 타깃으로 한 것인가.
“그렇다. 골드스레드는 영상 비중이 크다. 틱톡, 스냅챗 같은 짧은 영상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긴 영상도 찍는다. 2017년 이후 SCMP는 특히 영상 팀을 강화했다. 규모로만 따지면 20~30배 정도 커졌다.”

무작정 돈만 투자한다고 당장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자본력 외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컨대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것이다.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기사 유통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의 제품을 내놓을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까’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동시에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기술은 편집국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기자들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자동 번역 기술,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하는 미래 뉴스 기술이 있다면.
“AI, 로봇 저널리즘이다. 지금도 많은 언론사가 AI 기술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모아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AP통신은 기업 실적 처리, 워싱턴포스트(WP)는 스포츠 경기 결과 처리 등에 관련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초 단계라 갈 길이 멀다. 데이터를 잘 쓰기 위해서는 정교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SCMP에는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랩’이 따로 있다. 지난해 구글과 함께 VR(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을 해봤다. 드론으로 홍콩 이곳저곳을 촬영하고, 사용자가 VR 기기를 쓰고 도시 곳곳을 날아다니며 과거와 현재의 홍콩을 경험하는 콘텐츠였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탓에 갈 길은 멀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SCMP가 언론사라기보다는 기술 기업인 것처럼 들리는데.
“저널리즘이라는 학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이 먼저가 될 수는 없다. 뉴스 원문,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최신 기술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술과 저널리즘 콘텐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다루는 모든 것이 데이터와 연결돼 있다. 전통적인 형식의 기사는 독자에게 똑같은 경험만을 제공할 뿐이다. 다양한 채널과 기술을 활용한 이야기 전달법을 고려해야 한다.”

SCMP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
“독자가 가는 곳이 우리 방향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 뉴스 플랫폼이 지면→웹→모바일→소셜미디어로 변화했다. 지금 독자는 짧은 영상 뉴스, 팟캐스트 뉴스 등을 선호한다. 다음에는 음성·VR·AR(증강현실) 뉴스로 이동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독자가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어떤 제품을 내놔야 할지 뿐만 아니라 어떤 기술을 접목하고,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등도 복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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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의 영어 일간지다. 홍콩중문대학교가 2010년 진행한 홍콩 내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중국어 일간지 밍파오와 함께 1위를 차지했다. 영어 신문은 SCMP와 더스탠더드가 유명하고, 중국어 신문은 두조일보, 동방일보, 빈과일보 등이 있다. 1903년 설립돼 역사가 130년 가까운 SCMP는 공산당에 비판적인 논조로 유명했으나, 2015년 알리바바에 인수된 이후 친중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당시 알리바바는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과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고 인수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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