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후(오른쪽) 대표가 커피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장.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강순후(오른쪽) 대표가 커피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장.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9월 16일 오후 2시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강순후커피농장. 가을에 접어든 대둔산 자락에 위치한 농장은 고즈넉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 좋은 곳이 월요일이어서 한적하기까지 하니 세파에 찌든 마음이 편안해졌다.

제주도와 강원도 등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 커피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커피콩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곳은 봤지만 관광객이 많지 않은 전북의 산자락에 커피체험농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강순후(62)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커피농장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가 처음부터 커피나무를 재배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버섯을 키웠다. 1999년부터다. 벌이가 쏠쏠했다. 여유가 생기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여러 번 출마도 했다. 하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설상가상으로 버섯 재배에 뛰어든 농가들이 급격히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결국 빚도 꽤 졌다. 빚도 갚고 노후에 먹고살 것을 마련해야 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 꼼꼼히 공부했다. 그리고 커피나무 재배를 선택했다.

그는 이제 커피나무를 키워 묘목으로 팔거나 직접 열매를 수확해 팔면 노후 준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3년 뒤부터 커피체험농장을 통해 연간 1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강순후커피농장의 커피 재배 면적은 264㎡이며 품종은 아라비카로, 육묘장(660㎡)과 체험장(100㎡)에서 커피나무 묘목 심기 및 커피 제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료는 1만2000~1만5000원이다.


커피나무에 핀 커피 꽃.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커피나무에 핀 커피 꽃.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커피를 생산해 제조한 와인.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커피를 생산해 제조한 와인. 사진 강순후커피농장

커피체험농장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버섯 재배를 시작했을 때는 돈벌이가 괜찮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버섯 재배는 노동강도도 만만치 않다. 나이를 먹으면 노동이 힘들어질 텐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대안이 필요했다. 버섯과 달리 전국적으로 커피나무 재배 농가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커피나무는 과일 등 다른 농산물과 달리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버섯과 커피나무 재배는 전혀 다를 것 같은데.
“다를 것 같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사실 버섯 농사를 하며 익힌 경험과 지식이 커피 재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둘 다 온도와 습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고, 하우스 안을 자주 환기해야 한다. “

커피나무 재배 기술은 어떻게 익혔나.
“발품을 많이 팔았다. 당시 전북에는 커피 재배 농가가 없어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전남 고흥, 충북 음성, 강원도 강릉, 춘천의 농가는 물론 시험장을 운영 중인 강원대학교까지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버섯농장에 온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상용으로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열매를 수확해 커피를 내려주는데 맛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거다 싶어 본격적으로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 커피나무 5000그루 정도를 키운다. 묘목도 키워 판다. 홍보를 별도로 하지 않았는데 한 방송에 나간 뒤 전국에서 손님이 온다. 작년에 체험 고객 1000명이 우리 농원을 방문했고, 올해는 2000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커피콩 판매가 농원의 주 수입이라고 봐야 하나.
“아직은 버섯이 주 수입원이다. 커피와 관련해서는 묘목을 팔고 커피술, 커피와인, 체험학교 등으로 돈을 벌지만 아직 버섯보다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커피 재배 농가가 많지 않은 만큼 앞으로 농장의 주 수입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3년쯤 지나 커피나무 재배로 연간 1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우리 농장은 10~11년생 110그루, 7~8년생 100그루, 5~6년생이 300그루이며 1년생과 묘목을 합해 커피나무 총 5000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를 한국에서 키우기 쉽지 않을 텐데.
“커피는 아열대식물이다.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노지에서 재배할 수 없다. 영하로 떨어지면 나무가 얼어죽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키운다. 처음에는 그런 지식조차 없어 실패한 농가가 많았다. 실제 전북 완주군에서만 11명이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우리 농장만 남았다. 커피콩은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비싸서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체험농장을 생각해 냈다. 나무에서 커피콩을 직접 수확하고, 커피콩을 볶아 내려볼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주로 아이들이 커피콩을 볶고 갈아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같이 온 보호자에게 주는 방식인데 반응이 아주 좋다.”

자녀가 있으면 농장 규모를 키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물 맑고 공기 좋은 고향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운영하면 벌이도 괜찮을 것 같다. 내심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큰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녀석이 사회생활을 좀 더 경험한 뒤에는 시골에 내려와 농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터를 닦아두면 아이들이 자리 잡기 훨씬 좋을 테니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커피나무 재배에 관심을 가진 이에게 조언한다면.
“우리 농장에는 커피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이 전국에서 온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제주도 사람이 많다. 조심스러운 것은 커피농장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들여 농장을 시작했지만 공급이 많아지면 손실 볼 수 있어 염려된다. 처음부터 시설 등에 크게 투자하려 하지 말고 적정 수준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 겨울 실내 온도가 영상 14도를 유지하면 3월에 꽃이 피고. 영상 10도를 유지하면 5월에 꽃이 핀다. 꽃 피는 시기, 경비 등을 비교하면 겨울철에 굳이 난방 온도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박지환 조선비즈 농업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