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던킨이 ‘토이 스토리 4’ 개봉에 맞춰 내놓은 ‘버즈’ 팝콘 통, SPC삼립의 겨울 한정판 ‘호빵 가습기’ ‘겨울왕국’ 주인공이 입은 엘사 드레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던킨이 ‘토이 스토리 4’ 개봉에 맞춰 내놓은 ‘버즈’ 팝콘 통, SPC삼립의 겨울 한정판 ‘호빵 가습기’ ‘겨울왕국’ 주인공이 입은 엘사 드레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회사원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김모(35)씨는 한정품에 관심이 많다. 판매 수량이 제한된 만큼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면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제품을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6월 한정품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아파트 인근에 있는 던킨 세 곳에 들렀다. 결국 김씨는 ‘토이 스토리 4’에 등장하는 캐릭터 ‘버즈’ 모양을 한 팝콘 통을 구했고, 두 아이로부터 “아빠 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광화문 인근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강모(여·39)씨는 요즘 점심, 저녁마다 스타벅스에 간다. 지난해에 구하지 못했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올해는 기필코 갖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12월까지 스타벅스 적립 스티커 17개를 모아야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는데 지금 10개를 모았다”며 “일주일만 더 가면 되겠다”고 말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굿즈(goods·상품)’에 열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씨처럼 자녀를 위한 한정판 굿즈를 구하려고 여러 점포를 돌거나 강씨같이 매일 특정 매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굿즈란 본래 상품 또는 제품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액세서리 등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로 쓰인다.

굿즈는 특정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출시되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팬심 건드리는 어린이용 굿즈

5세 여자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안모(여·33)씨는 요즘 틈만 나면 ‘엘사 드레스’를 검색한다. 딸이 ‘겨울왕국 2’를 본 이후 “엘사처럼 입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도 엘사 헤어핀, 엘사 컵 등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

안씨는 “한동안 매일 입을 텐데 소재와 디자인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인기가 많은 제품은 배송이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굿즈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영화관 체인점 CGV를 비롯해 대형마트 홈플러스 등은 ‘겨울왕국 2’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GV는 겨울왕국 등장인물인 ‘올라프’ 모형이 붙어있는 가습기와 스노볼을 내놓았다. 롯데시네마는 겨울왕국 팝콘 통, 겨울왕국에 나온 성(城) 모양 컵 등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홈플러스는 올라프 모양의 교정용 젓가락, 수저 케이스를 만들어 겨울왕국 팬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을 겨냥한 굿즈는 팬심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겨울왕국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 본인이 캐릭터가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옷을 판매하는 식이다.

김씨가 구하는 데 성공했던 버즈 모양의 팝콘 통 역시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던킨이 준비한 수량 5만 개가 3일 만에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먼치킨(작은 크기의 도넛) 10개와 함께 1만3900원에 사야 하지만, 사람들은 한정품이 갖는 희소성에 투자했다.


스타벅스의 2020년도 다이어리.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스타벅스의 2020년도 다이어리.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구매 욕구 자극하는 어른용 굿즈

굿즈는 아이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종류에 따라 어른들도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다. 올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음료 17잔을 마셔야 한다. 스타벅스 음료의 최저가가 3600원(에스프레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6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다이어리 가격보다 비싼 셈이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2003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다이어리 증정 행사는 인기를 끌었고,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스타벅스 외의 커피전문점도 일정 수량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다이어리를 주는 이벤트를 연말마다 하는 추세다.

일시적으로 내놓는 한정판 굿즈가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SPC삼립은 겨울을 맞아 호빵 찜기 모양의 ‘삼립호빵 미니 가습기’와 호빵 12개가 포함된 삼립호빵 스페셜 에디션(1만8900원)을 지난 11월 한정 판매했다. 편의점 앞에 놓여 있는 호빵 찜기를 형상화한 소형 가습기를 갖겠다는 사람이 몰리면서, 1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 3만 개가 동났다. 구매에 성공했다는 이들은 “호빵 12개가 1만2000원대니까 가습기는 6900원이나 다름없다” “가습기를 샀더니 호빵이 따라서 왔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어른을 겨냥한 굿즈는 자사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는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핀란드계 일러스트레이터 얀 이보넨과 협업한 2020년도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해당 다이어리를 사려면 4가지 맛을 골라 담을 수 있는 쿼터(1만5500원) 사이즈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 롯데백화점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손잡고 내놓은 한정판 에코백은 나이키 제품을 15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제공됐다.


Plus Point

‘펭수’, 없어서 못 사는 굿즈 업계 ‘태풍의 눈’

EBS 캐릭터 ‘펭수’를 전면에 내건 에세이 겸 2020년 다이어리. 사진 예스24 캡처
EBS 캐릭터 ‘펭수’를 전면에 내건 에세이 겸 2020년 다이어리. 사진 예스24 캡처

10년 차 회사원인 이유진(여·36)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EBS 캐릭터 ‘펭수’ 스티커를 선물했다. 이씨가 나눠준 펭수 스티커는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이씨가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다. 펭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캡처한 뒤 사진 인화 프로그램에서 서비스하는 스티커 만들기 기능을 활용했다.

이씨는 “펭수 굿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굿즈가 대량으로 풀릴 때까지 만들어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펭수가 ‘직통령(직장인들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면서 굿즈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EBS가 내놓은 펭수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 겸 2020년도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11월 28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200부가 판매됐다. 이후 10분 동안에는 1000부가 팔렸다. 예스24에서는 펭수 다이어리가 3시간 동안 1만 부 넘게 팔렸다.

EBS는 12월 중으로 펭수 관련 굿즈를 더 내놓을 예정이다.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 ‘스파오’는 12월 중순부터 펭수 의류를 출시한다. 내년 1월에는 휴대전화 케이스, 에어팟 케이스, 귀마개, 무릎담요 등 잡화류가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