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저물가에 시달렸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코노미조선’은 기해년(己亥年) 한 해 동안 국내외를 휩쓴 경제·산업 5대 뉴스를 꼽았다.


경제 견인차인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제 견인차인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거시경제 경제성장률 2%의 악몽

저성장의 공포가 짓누른 한 해였다. 올해 한국 경제의 주요 담론은 경제성장률 2%를 사수할 것이냐, 1%대로 떨어지느냐가 지배했다. 어떤 경우라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올해 초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던 한국은행도 세 차례 전망치를 내려 잡은 끝에 11월 말 2.0%로 전망했다. 한은은 더딘 반도체 경기 회복과 민간소비, 건설·설비 투자, 수출 등 지표가 예상보다 나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부진의 신호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14.3% 감소하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가고 있다. 2015~2016년 기록(19개월)을 경신할 가능성도 나온다. 또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저물가 우려도 크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0.4%로 점쳐진다. 역대 최저다.

특히 최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저물가의 원인으로 경기 부진을 지목했다. 그동안 정부가 저물가 원인을 유가 하락, 농산물 가격 등 공급 측면으로 돌리던 것에서 경기 둔화도 하나의 원인으로 추가했다는 점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들어 한은은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 현재 기준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다.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사진 연합뉴스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사진 연합뉴스

2│고용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올해도 고용 시장에는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온갖 잡음을 내며 한국 고용 시장을 어둡게 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 급감에 따른 기저 효과와 단기 공공 일자리 등의 영향으로 월별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 고용 시장이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보면 증가한 일자리 대부분이 노인·비정규직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나며 양과 질의 괴리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는 8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취업 시간별, 연령대별, 산업별 자료를 보면 고용 회복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주일에 1~17시간만 일하는 사람이 증가한 반면 36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감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령대별로도 60대 이상 노인 취업자는 대폭 증가했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일자리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정부의 18번째 고강도 부동산 대책. 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18번째 고강도 부동산 대책. 사진 연합뉴스

3│투자 부동산은 치솟고 증시는 부진

정부는 12월 16일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를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내용의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규제 지역에서 다주택자 대출을 금지했던 것과 비교해 1주택자·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도 대출을 받아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없게 됐다. ‘12·16 종합부동산 대책’으로 이름 붙은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등장한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지난해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등을 골자로 한 9·13 대책, 지난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에 이은 고강도 정책이다. 앞선 17번의 대책에도 집값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치솟아 강남에서는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아파트가 여럿 등장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 공급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증시에서도 서민들의 돈은 갈 곳을 잃었다. 세계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연중 최고치를 찍는 것과 비교해 코스피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를 이끄는 주요 업종인 화학·철강·자동차·조선 경쟁력이 중국 등에 뒤처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12월 17일 기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주가지수가 21% 이상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8% 오르는 데 그쳤다.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4│산업 일본 수출 규제와 일제 불매운동

7월 1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무역 보복의 포문을 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는 내용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책을 발표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타깃으로 한 것이다. 이후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4개월 넘게 보복과 맞보복으로 맞서던 양국은 12월 들어 국장급 정책 대화를 여는 등 해결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유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만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해 12월 24일 한·중·일 정상회담 전에 완전한 철회가 나오긴 어려워졌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는 국민의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 하반기 대규모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식음료, 패션·뷰티, 생활용품, 여행업 등 B2C(기업·개인 간 거래) 소비재 업체에 집중됐는데 대표적으로 아사히, 유니클로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진 조선일보DB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진 조선일보DB

5│경영 재계·경영계 큰 별 잇따라 지다

올해는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많은 인물이 세상을 떠난 한 해였다. 하반기 유독 많은 재계의 별이 졌다. 12월 14일 별세한 구자경(94) LG그룹 명예회장은 1950~80년대 산업 불모지인 한국에 전자·화학 산업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닷새 앞서 세상을 떠난 김우중(83) 전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 경영’으로 1970~80년대 한국 경제 고속 성장을 이끈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8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민화(66)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1호’ 벤처기업 메디슨 창업자로 코스닥시장 설립을 주도하고 창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 개척자였다. 상반기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plus point

홍콩 시위부터 G2 무역 전쟁 세계를 움직인 글로벌 이슈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도 세계 경제를 움직였다. 12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빅딜(big deal)이 거의 눈앞에 와 있다”며 양측의 협상이 임박했음을 예고했고, 다음 날 중국 정부는 성명에서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 문건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트럼프가 중국산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21개월간 이어진 G2의 무역전쟁이 고비를 넘긴 셈이다. 양국 협상단은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상 줄다리기를 벌였다. 지난 10월 ‘미니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뒤에도 서로 입장을 번복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했다. 이런 영향으로 합의안 세부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콩 시위 사태도 국제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3월 홍콩 당국이 대만, 마카오, 중국 본토를 포함하는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법안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홍콩 시민 13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인 송환법에서 시작한 시위는 홍콩 내 반중(反中) 정서를 폭발시켰고,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의 충돌도 격화하는 가운데 11월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범(汎)민주파가 의석의 86%를 차지하며 친중계 정당을 누르고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로 홍콩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2%로 예측했다.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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