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 뉴욕에 제2 본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뉴욕은 오히려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정보기술(IT) 중심 도시로 관심받고 있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은 앞다퉈 뉴욕에 마련한 거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들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구글, 페이스북)와 시애틀(아마존)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뉴욕에서 6만5000㎡ 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에도 직원 6000~1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14만㎡ 규모의 사무실을 위해 건물 세 곳을 임대했다. 현재 뉴욕에서 근무하는 페이스북 직원은 2900명으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까지 합치면 페이스북이 임대하는 사무실은 총 28만㎡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직원(63만 명 이상) 중 2000명은 뉴욕에서 일한다. 이들은 주로 마케팅, 컴퓨팅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한다. 여기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맨해튼에 3만1000㎡ 규모의 업무 공간을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곳에서 1500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IT 기업 중 뉴욕에 첫발을 내디딘 기업은 구글이다. 지난 2000년 뉴욕에 진출한 구글 직원들은 사무실도 없이 맨해튼 스타벅스를 전전하며 일했다. 그렇게 19년이 흐른 지금 구글은 뉴욕에서 네 채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직원 규모는 7000명 이상이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2년까지 맨해튼에 15만8000㎡ 규모의 ‘구글 허드슨 스퀘어’를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뉴욕에서만 앞으로 10년 동안 1만2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IBM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부서 관련 핵심 인력을 뉴욕에 두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뉴욕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2016년 기준 뉴욕에 위치한 IT 기업은 7600개로 2010년보다 23% 증가했다.

실리콘밸리에 몰려있던 IT 기업이 뉴욕에 거점을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뉴욕에 거주하는 기술직 근로자 수도 급증했다. 취업 전문 업체 글라스도어에 따르면 2009년 7만9400명이었던 뉴욕 거주 기술직은 10년 만에 80% 늘어 2019년에 14만2600명을 기록했다. 이는 뉴욕시 전체 일자리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높다. IT 기업이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를 살펴봤다.


매력 1│경제·금융·문화 중심지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가진 매력은 IT 기업이 뉴욕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뉴욕은 세계 경제, 금융의 중심지이자 음악, 패션, 출판 등 문화적으로도 우수한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다. 그만큼 자본이 몰리는 것은 물론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IT 기업에 특화됐다는 것 이외에 뉴욕에 버금갈 만큼의 문화 공간도, 대중교통도 부족하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를 반영하듯 페이스북은 뉴욕 사무실 임대 계획을 밝히면서 “예술, 문화, 미디어, 상업 시설에 접근 가능한지 여부가 사무실 위치에 큰 영향을 준다”며 “뉴욕 허드슨 야드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켰기에 사무실을 확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만 이뤄져 있던 곳에서 탈출하고 싶어 했던 기술직 근로자들에게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력 2│인재 확보 유리

유능하고 숙련된 인재를 확보하기 유리한 것도 뉴욕의 강점이다. 명문대로 꼽히는 코넬대는 뉴욕 맨해튼에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을 설립했다. 코넬텍 설립 이후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뉴욕대, 컬럼비아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공학도 배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외에도 미국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예일대 등이 인근에 있다.

뉴욕이 가진 매력을 찾아 미국 서부 명문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이들이 뉴욕에 머무는 경우도 상당하다. 스탠퍼드대 졸업생의 43%만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자리 잡고 졸업생 60% 이상은 뉴욕, 워싱턴 주변에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 인근 120개 대학이 매년 4500명 이상의 컴퓨터 과학 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다”며 “뉴욕은 훌륭한 인재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통계가 보여준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희비

실리콘밸리가 그동안 누리고 있었던 ‘정보기술(IT) 중심지’라는 명성을 앞으로 10년 안에 뉴욕에 뺏길 수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영국계 회계법인인 KPMG LLP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는 실리콘밸리가 2023년 내로 기술 중심지의 역할을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미국 뉴욕이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2018년 12월부터 두 달 동안 전 세계 12개국 740명의 IT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뉴욕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기술집약도 평가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3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기술집약도 조사에서 뉴욕이 1위를 차지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순위가 항상 뉴욕보다 앞섰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뉴욕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벤처캐피털이 해당 도시에 투자한 금액, 사업 기회 등의 측면에서 뉴욕이 다른 도시를 앞섰다”며 “뉴욕은 지속적으로 재능 있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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