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 시장 규모 1조원 돌파(2019년 기준 업계 추정치). 초등학생 장래 희망 11위 웹툰 작가(교육부). 네이버웹툰 전 작가 평균 연간 수익 1억원(네이버웹툰 발표).
웹툰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웹툰은 2000년대 초 포털의 트래픽 확보용 공짜 콘텐츠로 초라하게 등장했지만, 이제는 영화·드라마·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억대 고소득 스타 웹툰 작가가 쏟아져 나오면서 ‘만화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웹툰은 모바일 스크롤(화면을 상하 또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에 최적화된 50~60컷 만화다. 두툼한 종이 만화책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느꼈던 긴장감을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존 만화보다 짧고 굵은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 10~30대 젊은층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최근에는 사운드와 동영상까지 곁들이며 오감을 충족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과자를 먹듯 5~15분의 짧은 시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대표 주자다.
웹툰은 음악, 영화, 드라마에 이어 한류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웹툰을 포함한 만화 산업 상반기 수출액은 2267만달러(264억원)로 2018년 상반기보다 12.8% 증가했다. 앱애니 등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100개 국가 구글플레이 앱마켓에서 만화 분야 수익 기준 1위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6000만 명에 달한다. 월간 페이지뷰는 105억 뷰다.
‘누가 웹툰을 돈을 내고 보냐’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14년부터 네이버웹툰,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첫 회 무료, 이후는 유료 등의 방식으로 부분 유료화를 단행했고 이때부터 광고 수익 의존도가 줄고 유료 결제가 늘었다. 일례로 네이버웹툰의 ARPU(유료 이용자 1인당 평균 결제액)는 3000원으로 음원(8000원)과 동영상(1만2000원)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은 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잘 만든 웹툰 하나가 10가지 창작물로 재탄생하며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고 있기 때문. 웹툰은 스토리의 완결성, 대중적 인기 등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활용하기 쉽다.
네이버, 카카오 등 웹툰 플랫폼 기업들은 IP를 영상 제작자에게 팔거나 빌려주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작품 발굴부터 제작, 유통까지 수직 계열화해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리지널 IP스튜디오, 웹툰 플랫폼,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IP스튜디오의 작품을 네이버웹툰에서 제공하는 한편,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한 영상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스튜디오N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이다.
카카오는 2018년 3월 출범한 카카오M을 통해 연예기획사, 콘텐츠제작사, 영화사, 공연기획사 등을 인수해 종합엔터테인먼트가 됐다. 다음웹툰 컴퍼니, 카카오페이지가 IP를 보유한 웹툰을 메가몬스터, 크리스피스튜디오, 월광, 쇼노트 등 카카오M 산하 제작사를 통해 자체 제작하고 있다. 카카오는 강풀 작가의 웹툰 ‘아파트’를 영화화했고 이후 tvN 드라마 ‘미생’,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흥행작을 배출했다. 네이버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시리즈를 영화화해 1000만 관객 기록을 썼다. 네이버웹툰은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웹툰 ‘스위트홈’을 스튜디오N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제작하는 형태로 넷플릭스에 배급할 예정인데, 이 작품은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비의 다섯 배가 넘는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방영 전부터 화제다.
영화 ‘시동’으로 포문을 연 다음웹툰컴퍼니의 IP도 올해 다양한 형태로 유통된다. 훈 작가의 ‘해치지 않아’가 영화로 개봉했고 ‘이태원 클라쓰’가 방영을 시작했다. ‘쌍갑포차’ ‘메모리스트’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웹툰 ‘스위트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넷플릭스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웹툰 선정 기준”
넷플릭스가 네이버웹툰의 스릴러 웹툰 ‘스위트홈’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인다. ‘이코노미조선’은 넷플릭스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과 넷플릭스가 바라보는 한국 웹툰의 가능성에 대해 넷플릭스코리아 측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등이 늘어나는 이유는.
“훌륭한 이야기에는 소재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울림을 주는 힘이 있다. 게임(‘위쳐’), 소설(‘빨간 머리 앤’), 기존 드라마(‘엘카미노’) 등 원작의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배가시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언제나 좋은 작품과 각본, 아이디어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
한국 웹툰의 경쟁력은.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창작자 커뮤니티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큰 인기를 끌어온 웹툰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 웹툰은 작품성과 대중성 측면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탄탄한 마니아층 역시 두루 갖췄다.”
기존의 제작 방식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우리는 창작자가 원하는 형태와 길이, 장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창작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서 그의 스토리텔링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때, 시청자가 더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적용된다.”
영상화할 웹툰을 선정하는 기준은.
“국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작품이 선사하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흥행이라는 기준보다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와 제작 결정 과정에서 항상 모든 사람이 좋아할 콘텐츠를 찾고자 하는 직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은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