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철학·정치학·경제학), 퀀텀펀드 설립, 컬럼비아대 객원교수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네브래스카대 링컨캠퍼스 학사,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뎀스터 밀 주식회사 회장, 버크셔 해서웨이 설립, 샐러먼 브러더스 이사, 코카콜라 이사, 워싱턴 포스트 이사,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무학, 시카고대 경영대학원(회계·마케팅) MBA, 시티코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부사장, TCW그룹 채권 투자 총괄 책임자, 오크트리캐피털 설립 / 사진 조선일보 DB
(왼쪽부터)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철학·정치학·경제학), 퀀텀펀드 설립,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네브래스카대 링컨캠퍼스 학사,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뎀스터 밀 주식회사 회장, 버크셔 해서웨이 설립, 샐러먼 브러더스 이사, 코카콜라 이사, 워싱턴 포스트 이사,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무학, 시카고대 경영대학원(회계·마케팅) MBA, 시티코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부사장, TCW그룹 채권 투자 총괄 책임자, 오크트리캐피털 설립 / 사진 조선일보 DB

올해 초 순항하던 글로벌 증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곤두박질쳤다. 최근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마무리되지 않아 경기 침체 가능성, 기업 신용등급 강등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올해 초 226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3월 중순 1450선까지 내려앉은 후 5월 4일 기준 1895.37로 회복됐다. 연초 이후 3380선까지 올랐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3월 중순 2237선까지 밀린 후 2842.74로 반등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과거 위기 때마다 ‘주가 폭락 뒤엔 기회가 온다’는 학습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3월 증시 폭락이 본격화했을 때 일각에서는 저가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낙폭을 절반 이상 만회한 지금은 어떨까. 투자자들은 반등장이 이어질지, 혹은 추가 하락이 이어질지 고민한다.

세계적인 투자 고수로 손꼽히며 북한 투자 대박론으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부실채권 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의견을 살펴봤다. 로저스 회장은 “주가 반등이 당분간 이어져도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미래에 대한 판단 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버핏 회장은 “빚내서 하는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짐 로저스 “반등 이어져도 조정 끝나지 않았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5월 2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당선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어 미 증시가 당분간 더 오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친 타격이 큰 만큼 주가 조정이 끝나지 않은 점을 유념하라”고 경고했다. 로저스 회장은 4월 1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기업 부채가 급속히 늘고 있어 증시가 또다시 급락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내 생애 최악의 하락장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증시가 최근 반등한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어마어마한 유동성 긴급 지원책 때문이라고 봤다. 로저스 회장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각국 정부 부채가 지나치게 많았지만, 미국의 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많아 현 상황은 더 안 좋다”고 우려했다.

로저스 회장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금과 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지금은 금보다 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 은을 선호한다”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설탕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때보다 70~80% 떨어진 점도 주목했다.

로저스 회장은 향후 10~20년간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나라로는 한국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이 있다”며 “휴전선이 붕괴되면 관광객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 “장기 투자한다면 美 증시 ETF 추천”

미·중 무역 갈등 상황에서도 이익을 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코로나19 악재는 피하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5월 2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1분기 497억달러(약 60조907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항공 산업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70억~80억달러를 투자한 델타·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주식을 손절매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투자는 실수였다”고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신 현금 비중을 지난해 4분기 1280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1373억달러로 사상 최대로 확대했다. 버핏 회장이 현재를 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으로 보기보다 투자하기 위험한 때라고 본 것이다. 그는 “아직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전염병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코로나19보다 더 힘든 문제도 겪었지만 언제나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이 승리했다”며 “미국의 힘을 믿고 수십 년간의 장기 투자를 생각하면 미 증시 자체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한다”고 했다.


하워드 막스 “증시 반등 현실 반영 못 해”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4월 20일 CNBC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주식시장과 현실 세계의 괴리감이 크다”며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2월 고점보다 고작 15% 떨어졌지만, 현실 세계는 그 이상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물 경제 회복과 주식 반등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따로 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4월 14일 고객과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투자 메모에서 “연준이 투기 등급의 채권을 사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와 같다’는 말처럼 시장은 참여자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적절히 인식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며 “두려움을 제거하는 역할을 연준이나 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연준의 전례 없는 돈 풀기 혜택이 자금이 꼭 필요한 기업 외 좀비기업에까지 돌아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한 판단 없이 무작정 투자하는 점도 경계했다. 막스 회장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사상 최고 기록의 10배를 넘겼다”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하며 사상 최악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투자자들은 백신 개발에 환호하고 연준이 고통을 줄여주며 ‘V 자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막스 회장의 이번 메모는 기존 “시장이 몇 번 더 출렁일 수 있지만 좋은 가치를 발견할 때는 점진적으로 매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과 상반된다. 그의 메모는 워런 버핏 회장도 챙겨 읽는 투자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이 담긴 편지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