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6월 17일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 대책의 핵심은 규제의 틈새를 촘촘히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를 우회해 집을 사들이며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됐던 투기 세력을 차단하고,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불어난 투기 수요의 주택 시장 유입을 선제로 막겠다는 의지가 대책에 반영됐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시장 열기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경기도 일부 지역과 인천, 대전, 충북 청주 등 비규제지역에선 매매가와 전세금 차익을 이용한 갭(gap) 투자와 세제·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법인 투자가 늘면서 국지적인 과열로 이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규제지역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파주와 연천·포천 등 접경지를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 지역과 인천·대전·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경기·인천·대전 등 17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보다 한 단계 규제 강도가 높은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지정했다. 대출과 세제 규제 등을 강화한 것으로, 한마디로 집 사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규제지역 효력은 6월 19일부터 발생한다.

갭·법인 투자 규제로 정책 ‘사각지대’도 좁혔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새로 산 경우 전세대출이 불가능하도록 한 건 갭 투자를 막으려는 조치다. 만약 전세대출을 받고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은 즉시 회수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안산도 3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56.02%에 불과하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시장 과열 요인으로 꼽힌 법인 사업자의 주택 투자도 막혔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업 법인은 2017년 2만3000개에서 지난해 말 3만3000개까지 증가했다. 법인 아파트 매수 비중은 2017년 1%에서 2020년 1~5월 5.2%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비규제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개인·법인 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법인이 주택을 양도할 땐 추가 세율이 10%에서 20%로 인상된다. 법인이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임대 등록하는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합산 과세하는 규제도 시행된다.

서울 잠실·삼성·청담·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시장 과열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송파·강남구 일대에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조성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주택 매수 심리가 자극되고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잠실·삼성·청담·대치동에 있는 아파트만 6만1987가구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지역에선 18㎡, 상업지역에선 20㎡가 넘는 토지를 취득할 때 사전에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주택 거래가 어려워졌다고 보면 된다.


수요 억제 한계, 틈새 막아도 ‘풍선효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6·17 부동산 대책이 그동안 나왔던 대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집을 매매하고, 보유하기 위한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정책이란 얘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취임 당시부터 말했던 “직접 거주할 사람만 집을 사라”는 얘기와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 대책이 그동안 주택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규제지역 지정은 정부가 공인한 집값 상승 지역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대책이 발표되면 몇 달간 소강상태가 이어지다 일정 시점이 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급증하는 현상이 항상 반복됐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서울이나 수도권 핵심 지역의 번듯한 아파트를 원하지만, 공급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이 없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이번 대책으로 경기도 전 지역과 충청권까지 규제지역이 됐지만, 매수 수요는 또 다른 틈새시장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계속 나타날 것이란 의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벌써 “이번에 규제지역 지정을 벗어난 김포나 파주 같은 지역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서울과 경기도가 비슷한 강도의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서울 주택 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시장의 기대감이 꺾이지 않는 이상 투자 수요는 또 다른 틈새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투기과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 9억원 이하 아파트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에 대한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 주체를 바꾸는 수법은 차단됐지만,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부산이나 광주 같은 곳에 대한 개인 투자는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건축 사업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투자 매력이 더 떨어지게 됐다.

국토부는 하반기부터 재건축 부담금을 본격 징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 5개 단지의 평균은 4억4000만~5억2000만원에 이른다. 최고 7억1300만원에 이르는 단지도 있다. 강북에서 부담금이 최고 높은 단지는 2340만~4350만원 수준이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 신청을 허용하는 것도 재건축 아파트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몸 테크’를 2년 이상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해 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후 최초 조합 설립인가 신청 사업부터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980년대 준공된 서울 목·상계·중계·하계동 재건축 사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4만4506가구에 이른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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