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둘러싼 논란을 끝맺으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주택을 공급하라”고 밝힌 만큼 국공립 시설과 도심 유휴지 등 주거시설이 들어설 만한 후보지가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정부와 서울시가 몇 차례나 관련 계획을 밝히며 후보지를 내놓은 터라 대규모 주거 시설이 들어설 만한 땅을 서울에서 새로 찾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공립 시설을 고려해도 공급량을 따져보면 이전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7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불거졌던 당·정·청의 논란을 직접 정리한 것이다. 대신 정부는 서울 태릉골프장(82만5000㎡) 등 국공립 시설을 발굴해 주거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업계는 태릉골프장과 인접한 육군사관학교 용지와 태릉선수촌까지 합하면 부지 면적이 250만㎡까지 넓어져 이곳에만 2만~3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대치동 세텍(SETEC)과 삼성동 서울의료원, 개포동 구룡마을 등도 유력 개발 후보지로 거론된다.

애초 정부가 ‘공급 정책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내든 건 그만큼 주택 공급 대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2년 전인 2018년 9월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었을 때도 그랬다.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9월 한 달 만에 4% 가까이 오르며 2006년 11월 이후 12년 만에 월간 단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승률로만 보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은 어찌 보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된다. 정부가 역대 가장 강력한 세제·대출 규제를 퍼붓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시장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는 2018년 12월 차고지와 주차장, 공공부지, 도로 위 등 도심 유휴 부지와 도심·역세권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2022년까지 8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북부간선도로 상부와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마른 수건에서 마지막 물 한 방울까지 다 짜낸 공급 계획”이란 평가를 했다. 정부도 2018년 9월 수도권 3기 신도시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수도권 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 용산 정비창에 8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해 서울에 추가로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 공급 정책의 경우 서울 알짜배기 입지에 공급되는 물량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와 서울시 계획대로 공급안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던 데다 수요자가 선호하는 민간 분양 아파트 대신 임대주택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 용산역 정비창의 경우 물량의 30%(2400가구)가 임대 물량이다. 역세권이나 생활·편의 인프라가 좋은 서울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자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책이었다.

문 대통령이 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을 발굴하라고 지시했지만, 서울에서 나올 만한 후보지는 다 나온 게 현실이다. 대치동 세텍, 삼성동 서울의료원 등 현재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은 이미 과거에도 모두 언급됐던 지역이다. 쓸 만한 땅은 다 나온 데다 투자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재건축을 억누르고 있어 주거 공급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7·10 대책 당시 정부가 언급했던 방안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도심 고밀도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 부지, 도시 내 국가 시설 부지 등 신규 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식 사업 때 도시 규제 완화 △도심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의 대안을 내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 대책이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터라 공급에 영향을 미칠 만한 추가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7·10 대책 당시 밝힌 공급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지금까지의 주택 공급 방식으론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용적률을 상향하는 대신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는 현재 방식은 민간 사업자의 동력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게 민간 사업자의 본능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대부분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 용적률 상향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같은 공급안이 있지만, 정부가 (정책 방향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답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주택 수급의 고리가 너무 망가져 일반적인 상식으론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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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 사진 연합뉴스
7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 사진 연합뉴스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 有”

재건축 규제 완화는 정부와 서울시가 그동안 유지했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이지만,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다만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정부의 포지션은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취득세 등 세제 강화에서도 나타나듯 개발이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공공 재개발, 공공 재건축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정부가 이익의 수준을 제어하겠다는 말인데, 조합으로선 이를 따를 경우 이득이 될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부대, 골프장 등 국공립 시설도 단번에 공급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2005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위례신도시의 경우 육군 특수전사령부 이전 지연으로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애초 2017년이면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위례신사선 같은 핵심 인프라는 아직도 들어서지 않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한 번에 모든 걸 풀려는 마법의 정책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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