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8월 15일 서울 강서구 강서보건소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8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모습. 시민들이 검사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8월 15일 서울 강서구 강서보건소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8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모습. 시민들이 검사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 3분기 ‘V 자’ 반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한 점도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가 방역 심리를 느슨하게 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야기했다는 이야기다.

2분기 국내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3.3%를 기록했지만, 민간 소비 부문만큼은 1.4% 플러스 전환하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긴급재난지원금, 개별소비세 인하 등 부양책 힘이 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기 반등 기대감은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정반대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3분기에도 소비 할인 쿠폰 지급,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내수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모두 없던 일이 됐다.

8월 11일 OECD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0.8%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로 전망했다. 지난 5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2%로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경제 전망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길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올해 경제 성장률이 –1.8%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시민들은 물론 유통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8월 19일 0시부터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참석하는 결혼식, 장례식, 동창회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경기 외 인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강화하기로 했다. 8월 말 결혼을 앞둔 한 예비부부는 “정부가 외식·여행 할인 정책으로 야외활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며 “이제 와서 1년 전부터 준비한 내 결혼식을 사실상 취소 혹은 연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3월에 미룬 결혼식을 또 미뤄야 하는 상황인데 위약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부 지침도 없다”고 했다.


악수 된 정부 소비 캠페인

코로나19 재확산에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8월 14일부터 쓸 수 있는 1700억원 규모의 할인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한 점은 무리수였다. 해당 쿠폰은 외식, 농수산물 구매, 영화관, 박물관·미술관, 공연, 관광, 숙박, 체육 등 총 8개 분야에서 사용 가능했다. 앞서 정부는 내수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코로나19가 끝나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다.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은 8월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주말과 대체 휴일에 외부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서 시간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거리 두기를 주문하고 있는데 정부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엇박자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해당 할인 쿠폰 정책은 8월 14일 오후 4시 선착순 외식 할인 이벤트를 시작한 지 하루 반 만인 8월 16일 조기 중단됐다. 외식·공연·숙박·여행 할인 등은 중단 혹은 연기하고 농수산물 할인 혜택만 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이 8월 16일 0시부터 서울·경기 지역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19 재확산은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월 14일 0시 기준 20일 만에 다시 100명을 넘어선 후 빠르게 2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 교회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정부가 소비 장려 정책을 좀 더 신중히 펼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본도 지난 7월 22일부터 관광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을 벌였다. 여행 비용의 50% 상당을 일본 정부가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아사히신문은 8월 6일 “일본 정부의 ‘고 투 트래블’ 사업 이후 주간 단위 코로나19 확진자가 2.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이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546명이었다. 하지만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일주일간 일본 전역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1305명으로 크게 늘었다.


내수 패닉…폐점 공포까지

애초 임시 공휴일과 정부의 할인 쿠폰 정책을 기대하던 커피 전문점, 편의점, 백화점, 마트, 호텔도 긴장이다. 유통 업계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따른 휴점 위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2분기를 보낸 유통 업계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순간에 물거품 됐다.

업계는 초긴장 모드다. 스타벅스는 서울·경기 지역 매장 좌석 수를 30% 줄이기로 했다. 매장 한쪽으로 의자를 빼놨다. 8월 8일 확진자가 방문한 스타벅스 파주야당점 관련 확진자는 8월 19일 오전 기준 54명이다. 계속 늘고 있다. 다른 지점도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따른 임시 폐쇄와 재개장을 반복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음식 섭취 전후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고객 건강 지킴이 수칙’ 캠페인을 실시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매장 테이블에 부착했다. 8월 초 서울 강남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관련 확진자는 8월 5일 기준 5명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스라엘과 일본의 코로나19 재확산 사례를 보고도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소비 캠페인을 펼친 것 아닌가 싶다”며 “사회적 긴장감이 풀리는 데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매출이 좀 회복되려나 싶었는데,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따른 휴점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