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던 한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신음하고 있다. 일상 복귀를 준비하던 국민은 다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답답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확산과 격리가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불안감은 안 그래도 지친 마음을 더 주저앉게 한다. 답답하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인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생계를 직접 위협한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프리랜서가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코노미조선’은 2019년 겨울에 시작돼 2020년 가을까지 넘어온 코로나19 사태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프리랜서 3인과 전화·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화에는 17년 차 마임이스트 윤푸빗씨와 캣츠·지킬앤하이드 등 유명 뮤지컬 공연에서 건반을 맡은 키보드 연주자 이새하씨, 영어 강사 김지아(가명)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수천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본 상태이며,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 증빙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지금까지 경제적인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윤푸빗 “2019년 연극과 마임 공연, 거리극, 아동 국악 공연 등을 통한 수입이 2500만원 정도 발생했는데 올해는 이들 공연을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한 극장과는 1년 동안 수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가 무기한 연기됐다. 도서관·갤러리 등과 협의한 예술 프로그램도 다 취소됐다. 이쪽 피해액이 약 1500만원이다. 8월 들어 공연이 조금씩 들어와 긴 터널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9월 24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던 과천거리극축제 취소 통보를 며칠 전에 받았다. 개인적으로 타격이 가장 큰 건 해외 투어가 좌절된 부분이다. 핀란드의 서커스 전문가 겸 저글러인 깔레 레쏘와 2018년부터 해외 공연을 준비해왔다. 2년간 준비한 무대를 올해 3월 핀란드 브라보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이틀 전 핀란드 정부의 행사 금지 조치로 무산됐다. 이 공연을 발판 삼아 유수의 해외 페스티벌에 진출하고 싶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대 세팅과 소품 준비가 끝난 뒤 취소돼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크다.”

이새하 “가수 콘서트와 음악 방송, 페스티벌 등이 시작도 하기 전에 취소됐고, 순항 중이던 뮤지컬 공연은 조기 종연됐다. 다 합치면 10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 나는 그나마 운 좋게도 뮤지컬 하나가 살아남아 수입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가을에 새로 시작하는 공연은 아직 공지가 내려오진 않았지만, 요즘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로 볼 때 연기될 것 같다. 최근 느끼는 불안감은 페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최 측이 공연을 강행하더라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뮤지션에게 주는 페이를 줄이고 있다.”

김지아 “학원이 문을 닫으니 정규 수업은 당연히 줄어들었고, 특강도 단기 특강부터 3개월짜리 장기 특강까지 여러 개가 취소됐다.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영어 과외도 감염 예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피해액은 2000만원 이상 되는 듯하다.”


잡혀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많은 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확진자가 발생해 폐쇄 조치된 서울 노원구의 빛가온교회. 사진 연합뉴스
잡혀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많은 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확진자가 발생해 폐쇄 조치된 서울 노원구의 빛가온교회. 사진 연합뉴스

주변 동료들 상황은 어떤가.

이새하 “올해 2월 이후 지금까지 공연을 하나도 못 잡아 수입이 반년 넘게 제로(0)인 동료가 있다. 차비 없다고 모임에도 나오지 않더라.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어렵게 잡은 작업실을 빼거나 타던 차를 파는 사람도 있다. 언제 어떤 공연이 들어올지 모르는 직업이다 보니 아예 관두지 않는 이상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쿠팡 새벽배송이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동료가 많다. 모이면 대화 주제가 항상 ‘그 공연도 취소됐다더라’ 아니면 ‘너 요즘 무슨 알바해?’다.”

윤푸빗 “다들 지쳐 있다. 많은 배우와 연출자가 생계유지를 위해 편의점이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입이 사라져 결혼을 미룬 동료도 있다. 지난해 말 사업자 등록을 내고 오프라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한 연출가는 급히 다른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심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등으로 프리랜서를 돕고 있다. 도움 됐나.

윤푸빗 “물론 도움이 됐지만 애로 사항이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이 고용안정지원금 서류를 보완하는 것이었다. 내가 입은 경제적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예컨대 1~2월 수입과 3~4월 수입의 차이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공연 성격에 따라 계절적 성수기가 다르다. 거리극은 추운 1~2월이 비수기인 식으로 말이다. 고정 페이가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증빙 자체가 너무 힘들다.”

이새하 “어려울 때 받아 유용하게 썼다. 고마웠다. 다만 어려움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모든 국민이 힘든데 우리만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프리랜서가 그간 겪어온 다른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는 지역 가입자로 분류돼 있어 건강보험이나 연금 부담이 큰 편이다. 많은 동료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지아 “숨통이 조금 트이긴 했으나 서류 절차가 복잡하고 지급 일자도 느렸다. 임시방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일시적으로 돈을 주는 게 아닌,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정규직 복지 정책이 논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새하 밖에 더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윤푸빗 “한국에서는 공연 시작 전에 행사가 취소되면 공연비를 전혀 받지 못한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최소 수개월 전부터 대본을 짜고, 연습실을 빌리고, 소품을 만든다. 갑자기 공연이 사라지면 공연비 이상의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는 말이다. 정부 차원에서 모든 예술가에게 적용되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거나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 따른 공연 취소의 경우 일부 금액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새하 “정부의 좌석 거리 두기 명령은 그렇게라도 공연이 진행되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공연 주최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지니 공연을 그냥 취소하거나 스태프 페이를 줄줄이 낮춰버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칸씩 떨어져 앉는다고 감염 예방 효과가 얼마나 극대화할지 의문이다. 탁상행정 아닌가. 정부가 통제하더라도 파생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좀 더 세심하게 정책을 짜줬으면 한다. 결국 피해는 프리랜서의 몫이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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