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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뜨겁기로 유명한 한국 사회에서 온라인 학습 시장은 늘 차선책이었다. 부모도 학생도 누군가를 직접 만나서 배우는 대면 학습을 당위로 여겼다. 그 신념을 꺾은 존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격리 상황에서도 공부를 멈출 수 없는 이들은 자의로 타의로 온라인 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 매력적인 디지털 학습 플랫폼이 많다는 사실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것으로 평가받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두 곳을 ‘이코노미조선’이 만났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정받는다는 점, 교육 빈부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마을 어린이들이 에누마의 ‘킷킷스쿨’이 설치된 태블릿PC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 에누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마을 어린이들이 에누마의 ‘킷킷스쿨’이 설치된 태블릿PC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 에누마

에누마│아프리카 오지서 실력 입증… 아이 눈높이로 만든 ‘토도수학’

이수인 에누마 대표 서울대 미술대학, 전 엔씨소프트 기획조정실, 아쇼카 펠로 / 사진 조선일보 DB
이수인
에누마 대표 서울대 미술대학, 전 엔씨소프트 기획조정실, 아쇼카 펠로 / 사진 조선일보 DB

“예전에는 공부가 된다는 사실을 경험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안 믿는 분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니까, 그제서야 놀라더라. ‘(공부가) 진짜 되네’ 하면서.”

9월 15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회사가 개발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정말 공부할 수 있는 도구’로 소개했다. 보수적인 교육 시장의 관성에 8년 동안 맞서온 스타트업 창업자의 애환이 느껴졌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중국 매출이 확 늘더니 뒤를 이어 한국·일본·미국 매출이 늘었다”라며 “그 순서가 코로나19 확산세와 일치함을 깨달았다”라고 했다.

에누마는 엔씨소프트 출신인 이 대표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남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2012년 미국 버클리에서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3~9세 아동이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도 기본 문해(文解)와 수학, 영어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 부부는 게임 업체 근무 경험을 살려 아이가 놀이하듯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 디자인에 주력했다.

“아이는 혼자 할 수 있을 때 재미를 느낀다. 본인 의지대로 작동하는 콘텐츠를 만나면 흥미를 갖고 꾸준히 한다. 그런데 이걸 봐라. 4~5세 아이가 이런 걸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대표가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과거에 나온 아동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줬다. 디자인은 화려하나 문자가 많고 직관적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어른의 시선으로 만든 콘텐츠’다. 우리는 아동이 학습 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철저하게 아이의 시선에서 모든 방법론을 구축했다.”

그렇게 탄생한 앱이 2013년 6월 출시한 ‘토도수학’이다. 토도수학은 등장하자마자 전 세계 20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마케팅이나 홍보에 큰 힘을 쓰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했다. 현재 미국·호주 등 여러 국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수업 교재로 토도수학을 활용한다. 에누마는 토도수학과 종합 교육 솔루션 ‘킷킷스쿨’에 이어 올해 ‘토도영어’와 ‘도토리글방(한국어)’ 등의 콘텐츠를 잇달아 출시했다. 국내외 여러 투자 기관이 에누마에 약 220억원(누적)을 투자했다.

이 중 킷킷스쿨은 지난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대상(공동 우승)을 거머쥐며 기술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1500만달러(약 177억원)를 후원해 2014년부터 5년간 진행한 아동 교육 경진대회다. 40개 국가에서 700여 개 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2017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진행한 최종 테스트. 아프리카 탄자니아 300개 마을의 문맹(文盲) 아이들에게 교육 콘텐츠가 설치된 태블릿PC를 주고 15개월 동안 자가 학습 성과를 측정했다. 에누마는 쟁쟁한 경쟁사 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5개월 동안 킷킷스쿨을 쓴 탄자니아 오지 어린이가 1년가량 학교에 다닌 것과 같은 학습 성과를 보였다. 이 정도면 자부심 가질 만하지 않나?”


매스프레소가 개발한 수학 문제 풀이 앱 ‘콴다’가 스마트폰에서 작동하고 있다. 사진 매스프레소
매스프레소가 개발한 수학 문제 풀이 앱 ‘콴다’가 스마트폰에서 작동하고 있다. 사진 매스프레소

매스프레소│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콴다’로 과외 혜택

이종흔 매스프레소 공동대표 한양대 전기공학과 / 사진 매스프레소
이종흔
매스프레소 공동대표 한양대 전기공학과 / 사진 매스프레소

2015년 설립된 매스프레소도 에누마처럼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 업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콴다’는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수학 문제를 사진 찍어 올리면 앱이 빠르게 해당 문제의 풀이 과정과 관련 강의 영상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국내외 명문대생 수만 명이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콴다에 이미 답이 있는 문제는 인공지능(AI)이 5초 안에 풀이를 제시한다.

9월 15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종흔 공동대표는 콴다의 강점으로 ‘검색 기능’을 꼽았다. QR코드 촬영하듯 수학 문제를 찍으면 곧장 풀이가 뜬다. “교육은 생각보다 디지털화가 더딘 분야다. 특히 수학은 그래프나 수식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존 검색 엔진 창은 각종 수학 기호를 입력하기 힘들지 않나. 물론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건강 문제나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학원·과외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어떡하나?”

대학교 재학 시절 인천에서 과외 수업하다가 서울 강남의 한 학생을 맡게 된 이 대표는 본인 외에도 여러 명의 과외 강사가 붙어 있는 강남 학생을 보고 교육 빈부 격차의 현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인천과학고 동기인 이용재 현 공동대표와 고민을 나누던 이 대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콴다의 시작이었다. 가능성을 직감한 투자자들이 매스프레소에 총 650억원을 안겼다.

출시 초반 콴다는 문제의 해답만 보여줬다. 현재는 솔루션뿐 아니라 구체적인 해설과 함께 익혀 두면 좋은 연관 학습 콘텐츠까지 보여준다. 해외 시장은 2018년 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에 차례로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매일 50여 개국에서 70만 명의 학생이 콴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1400만 건에 이른다.

“매스프레소가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교육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는 지역과 부모 재력의 차이가 가져오는 교육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는 걸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혼돈의 비대면 사회가 어쩌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콴다의 글로벌 트래픽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월간 기준 120% 증가한 상태라고 했다. 월간 사용자 수는 2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학생 질문이 쌓이면 쌓일수록 콴다는 똑똑해진다. 질문 기록을 보고 학생의 취약점을 유추해 가장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추천한다. 유튜브가 추천 영상을 띄우는 식으로. 강남 학생의 과외 강사, 앞으로는 부러워할 필요 없을 거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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