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오프라인 매장은 한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모습. 사진 블룸버그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오프라인 매장은 한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모습.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를 ‘과거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10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주간지 ‘US 뉴스’의 기사 제목이다.

올해 전 세계 사회와 경제의 최대 화두인 코로나19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연말 쇼핑 대목 풍경에 변화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 1일), 중국 광군제(11월 11일)가 줄줄이 열린 데 이어 미국 블프도 11월 27일 시작된다. ‘이코노미조선’은 에스앤드피(S&P) 등 주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및 리서치 업체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바꾼 연말 쇼핑 대목 풍경을 정리했다.


美 “블프 예년 같지 않을 것”

우선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줄어드는 오프라인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e-commerce·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블프 이벤트 시점을 앞당기거나 이벤트 기간을 늘려 대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국 가정들은 블프를 시작으로 한 겨울 휴가 쇼핑 시즌에 평균 511달러(약 57만원)를 썼는데 올해는 이 금액이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매 전문가 말을 인용해 “올해 연말 쇼핑 시즌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세무 컨설팅 업체 RSM의 조셉 브루스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쇼핑 시즌에 소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조사 기관 포레스트리서치의 수차리타 코달리 소매 애널리스트는 “올해 온라인 쇼핑 규모는 20~25% 증가하겠지만 동시에 오프라인 매출은 급감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전체 쇼핑 매출액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할 전망”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어니스트리서치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미국인의 신용카드·현금 사용량은 공연 및 행사 분야에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고 교통 및 여행 비용은 46.4% 줄었다. 반면 주택 수리(39.6%), 홈엔터테인먼트(28.6%), 취미 및 장난감(10.9%) 분야 지출이 증가했다.

WSJ는 “올해 연말 소매 시장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며 “미국소매협회(NRF)가 사상 최초로 연말 쇼핑 매출 전망 집계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이는 미국인이 불확실성 때문에 돈이 생기면 쓰기보다는 저축하거나 빚을 갚아 재정적인 여유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미국 상업은행 내 예금 잔액은 올해 2월 말 13조3900억달러(약 1경4932조원)에서 9월 말 15조7200억달러(약 1경7966조원)로 1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통 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리서치 업체 에디슨트렌드에 따르면 아마존은 핼러윈데이(10월 31일) 직후 이미 할인 행사에 돌입했으며 최근 아마존의 미국 내 온라인 상거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에디슨트렌드는 “2020년의 마지막 3개월 동안 아마존은 할인 행사인 프라임데이 매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스토어, 구독 서비스 등 핵심 온라인 상거래 사업에서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강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업체 ‘메이시’는 핼러윈데이부터 블프 행사에 돌입했다. 대형 유통 체인 ‘타깃’도 할인 행사 시점을 앞당겼으며, 홈디포는 블프 할인 행사 기간을 예년보다 연장했다. 월마트도 할인 행사 일수를 전년보다 세 배 늘렸다. 스콧 맥콜 월마트 부사장은 “소비자의 거래를 분산시키고 온라인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에 대한 픽업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11월 11일 막을 올린 중국 광군제. 올해 약 8억 명이 쇼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블룸버그
11월 11일 막을 올린 중국 광군제. 올해 약 8억 명이 쇼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블룸버그

中 애국심 마케팅 강조

세계 최대 쇼핑 축제인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는 11월 11일 0시부터 할인 행사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11월 1일부터 11일 0시 30분까지 거래액이 3723억위안(약 63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오전 0시 행사 시작과 동시에 수억 명의 소비자가 한정 수량의 할인 상품 구매에 나섰다. 한때 초당 구매 상품량이 58만3000건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기록을 나타냈다. 다만 알리바바는 예년과 달리 11일 초반 실시간 거래액 추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하루 동안 알리바바 한 회사의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2684억위안(약 45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이날 공개한 3723억위안은 11월 1일부터 11일 0시 30분까지 거래액을 모두 합한 것으로 지난해 거래액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알리바바는 올해 축제 기간 자사의 판매 채널에서 약 8억 명이 쇼핑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중국 소비자의 광군제 키워드는 ‘애국심’이다. 알릭스파트너스의 1000명 대상 조사에서 66%는 “올해 연말 자국 제품을 사겠다”고 답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광군제를 통한 소비 증대는 중국이 코로나19 영향에서 사실상 벗어났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알릴 기회다. 중국 정부도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 애용 운동인 ‘궈차오(國潮)’ 열풍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광군제에 중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소비자가 늘고 있는 등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수를 위주로 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출 및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비중을 더 키우는 전략이다.

올해는 25만 개 브랜드 1400만여 개 상품이 할인 행사에 참여했으며 이 중 200만 개는 신규 상품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가 다수 참여하고, 아파트와 자동차도 판매한다. 크리스 텅 알리바바그룹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최근 열린 온라인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샤넬, 프라다, 몽블랑, 피아제, 발렌시아가 등 럭셔리 브랜드가 올해 처음으로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P는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혼란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세계 여행 규제를 지속하는 상황은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11월 1일 서울시청 외벽에 코리아세일페스타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11월 1일 서울시청 외벽에 코리아세일페스타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韓 코세페는 보복 소비 효과

11월 15일 끝난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의 경우 코로나19 보복 소비 효과를 누린 것으로 중간 집계 결과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1월 1~7일 코세페 실적을 중간 집계한 결과 이 기간 카드사 매출이 17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5개사가 참여하면서 11월 1~6일 일평균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23.3% 늘어난 7111대에 달했다. 패션의류 판매도 급증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8개 주요 온라인 쇼핑 업체의 11월 1~8일 매출은 1조7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 늘었지만, 주요 대형마트 3사는 11월 1~8일 오프라인 매출 기준 51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3% 느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