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미트가 판매하는 대체육 제품들.
비욘드미트가 판매하는 대체육 제품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식탁 위를 바꾸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부쩍 늘면서 미국에선 콩이나 버섯, 쌀 등으로 만든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고, 관련 업체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와 돼지, 닭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억압적인 축산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배양육 역시 최근 싱가포르에서 처음 시판에 들어갔다. 대체 식품의 수요가 언젠가는 급증할 것이라는 근거 없던 기대감이 코로나19로 단기간에 현실이 된 것이다.

미국 유통 업체인 크로거는 2021년을 선도할 7대 식품 트렌드로 ‘퓨처프루프(futureproof·미래를 보장)’와 ‘컴포트(comfort·편안함)’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면역력을 지켜주는 식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케토테리안(Ketotarian)’과 ‘친환경(For the Planet)’도 리스트에 올랐다. 케토테리안은 지방대사 부산물인 케톤(ketone)과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이 합쳐진 단어로, 식물성 고단백 식품을 먹는 사람을 말한다. 크로거는 건강과 친환경,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식품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음식의 소비가 늘 것이란 징조는 2020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장조사 업체 닐센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미국을 강타한 2020년 3월 초부터 5월 2일까지 9주간 식료품점의 대체육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육류 판매는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판매량의 99%는 여전히 전통적인 육류가 차지하고 있지만, 식물 기반 대체육 업체들의 최근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비욘드미트는 최근 코스트코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미국 전역에서 ‘비욘드 미트볼’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비욘드미트가 선보인 네 번째 식품이다. 맥도널드는 비욘드미트의 도움을 받아 ‘맥플랜트’라는 이름의 자체 식물 기반 버거를 만들어 2021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2020년 11월 발표하기도 했다. 임파서블푸드는 2020년 2월 디즈니와 계약을 맺고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스타벅스에 ‘임파서블 소시지 브렉퍼스트 샌드위치’를 공급했고, 2019년에는 버거킹을 통해 ‘임파서블 와퍼’를 내놓기도 했다.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임무는 2035년까지 동물의 식품 사용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타이슨과 네슬레, 켈로그 같은 업체들도 대체육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식물 기반 대체육보다 더욱 진보적인 대체 육류인 배양육도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배양육은 소와 돼지·닭 등의 세포를 배양해 제조한 고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는 2020년 12월 싱가포르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닭고기의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로써 싱가포르는 배양용 육류의 생산과 판매를 승인한 최초의 정부가 됐다. 다만 배양육의 경우 아직 식물성 육류보다 뒤처져 있다. 법과 규제, 기술적인 장벽, 고비용 등의 요인 탓이다. 세포 증식과 분화, 3D 스캐폴딩(scaffolding·비계) 등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도 어렵다.

다만 식물 기반 대체육처럼 언젠가는 수요가 급격하게 불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이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고 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멤피스 미트의 경우 소프트뱅크그룹과 싱가포르 테마섹 등으로부터 1억61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럭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0여 개의 세포 기반 육류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 분야의 벤처캐피털(VC) 자금은 2020년 3억1400만달러(약 3400억원)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마스트리흐트대 교수가 배양육을 처음 만든 2013년보다 100배 이상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리서치 업체 유로모니터의 자료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만 ‘육류’ 없는 산업의 가치가 119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녹두로 만들어진 저스트 에그. 사진 저스트 에그
녹두로 만들어진 저스트 에그. 사진 저스트 에그

우유·달걀도 식물성 제품

육류만 대체 식품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고단백과 채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유나 달걀도 식물성 재료 기반의 제품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스파이어에 최근 인수된 던킨은 HP후드가 소유한 플래닛 오트와 손을 잡고 오트밀 우유를 출시했다. HP후드는 1846년 설립된 유제품 업체다. 스타벅스는 스웨덴 비건 식품 브랜드인 오틀리(Oatly)와 협력하고 있다. 2020년 4월 중국 전역에서 식물성 기반 제품을 출시했고, 2021년에는 미국 매장 메뉴에 귀리 우유를 추가할 계획이다. 로즈 브로어(Roz Brewer) 스타벅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의 요구를 해결하면서 소비자 취향 변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귀리 음료 시장 규모는 2019년 3억7250만달러(약 4000억원)에서 2027년 말 6억9880만달러(약 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달걀의 경우 냉동 패티와 함께 액체 형태로 제공되는 식물 기반의 ‘저스트 에그’가 미국의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녹두로 만들어졌는데, 달걀과 비슷한 맛, 색상, 질감을 갖고 있다. 저스트 에그를 만드는 잇저스트는 아시아 시장 수요를 잡기 위해 싱가포르에 1억2000만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생산시설 투자에 나섰다. 완두콩 단백질 등을 이용해 가루 형태로 달걀 대체 식품을 만드는 캐나다 노블젠과 이스라엘의 제로에그도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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