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 ‘운동하지 않고 이대로 살아도 되나?’
살면서 한번쯤은 해봤을 생각이다. 이는 다름 아닌 습관의 문제다. 좋은 습관 형성을 도와주는 새로운 스타트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의식하지 못한 채 행하는 습관과는 달리 의미를 부여하는 리추얼을 돕는 서비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늘어난 MZ 세대(1981~2009년생) ‘집콕’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8월 창업한 스타트업 ‘밑미(meet me)’가 그 주인공. 이는 일종의 구독 경제 회사다. 평균 매달 7만원을 지불하면 다양한 일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리추얼 메이커들과 리추얼을 할 수 있다. 리추얼 메이커는 주부부터 직장인, 작가, 기업 임원까지 다양하다. 리추얼 프로그램은 자기 전 감정 일기 쓰기, 출근 전 30분 요가, 음악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비건 음식 공유, 달리기, 집 가꾸기, 명상 등 소소하면서도 다양하다.
광고비 없이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가입자가 500명에 육박했다. 창업 7개월간 누적 가입자는 2000여 명이다. 리추얼별로 6~20인의 참가자는 매일의 리추얼을 글로 기록하고, 단체 대화방이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다른 참가자와 각자의 활동을 공유한다.
밑미의 인기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트렌드도 한몫했다. 미라클 모닝이란 2016년 발간된 동명의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에 일어나 공부, 운동, 명상 등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괴된 일상에서 자신을 되찾으려는 심리·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코노미조선’은 3월 9일 서울 성수동 밑미 본사에서 손하빈(37) 대표를 만나 리추얼 비즈니스 모델과 잠재력에 대해 들었다.
손 대표는 “밑미는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4월 중 커뮤니티 확대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손 대표와 일문일답.
회사를 소개해 달라.
“밑미는 에어비앤비 출신 동료들과 지난해 8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심리 문제를 치유하고, 일상을 단단하게 살아가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일상 도구(제품)도 만든다. 아직은 누적 매출 1억원을 조금 넘는 작은 회사다. 개별적인 전문 심리 상담은 받는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인 허들과 금액적인 허들이 있다. 여러 사람이 연대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심하다 리추얼을 선택했다.”
리추얼은 정확히 무엇인가.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의식적인 활동이다. 일정한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습관과 비슷하지만, 성취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와 구별된다. 예를 들어 밑미에는 매일 하루 15분씩 집을 청소하는 리추얼 프로그램이 있다. 책상 서랍을 열어 물건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의미를 생각하고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리추얼 참가자들은 이런 경험을 공유한다. 비우면서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심리적인 안정감도 가지게 된다.”
사업을 따로 홍보하지 않았나.
“그렇다. 그런데도 꾸준히 사용자가 늘고 있다. 입소문 효과라고 본다. 아울러 리추얼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오자 발 빠르게 프로그램을 늘린 것도 주효했다. 처음에는 세 개 리추얼로 시작했는데 7개월이 지난 현재는 37개다. 이는 몸담았던 에어비앤비에서 배운 것이다. 툴은 쉴 새 없이 계속 바뀌는데 기본 가치만은 유지했다. 시도에 대해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비스 사용법도 궁금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와 다양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보고 골라서 가입하면 된다. 리추얼 메이커들이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가격은 하루 평균 3500원꼴이다. 어떤 고객은 6개의 리추얼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리추얼 메이커는 어떻게 뽑나.
“현재 37명이 있다. 영감을 줘야 한다. 꾸준히 매일의 삶을 채우고 단단해 보이는 분을 찾는다. 일례로 배달의민족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도 리추얼 메이커다. 매일 달리는 분이다. 보통 책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물색한다. 심리 상담 전문가도 있고, 인플루언서도 있다. 밑미로 지원자가 먼저 연락하기도 한다. 일종의 부업이다. 수익은 리추얼 메이커들과 공유한다.”
인기 있는 리추얼 프로그램은.
“심리 상담 전문가가 진행하는 ‘나를 껴안는 글쓰기’다. 상담사는 타로 카드의 그림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돌을 던지는 그림의 카드를 던져주고, 이 그림에 대해 각각이 쓴 글을 소재로 온라인상에서 일종의 집단 상담을 하는 식이다. 한 달에 20개 질문을 던지는데 ‘줌’으로 화상 상담을 하면 오열하는 분도 있다. 본인이 느낀 바를 글로 쓴다는 행위 자체에 객관화, 타자화의 효과가 있기도 하다.”
투자자 물색도 중요할 듯하다.
“그렇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바닥에 오래 있다 보니까 투자에 대해 여러 귀동냥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 투자자 중에서는 기업 핵심 가치를 흔들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기본을 흔들지 않는 투자자를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 신중하게 찾을 생각이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고민 상담소 코너가 있는데 밑미의 카운슬러들이 고민을 상담해 준다. 미국에 사는 한 분이 이 서비스를 통해 고민을 상담받고, 개인 상담까지 이어진 적이 있다. 그는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리추얼을 구독하고 ‘찐 팬’이 된 사용자들이 본인이 속한 브랜드와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뉴스레터 업체 스티비가 대표적이다.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앞으로 계획은.
“자체 앱을 만들어 달라는 사용자의 요청이 많아 그걸 기획하고 있다. 리추얼 재가입률은 60% 수준인데 약 400명 정도의 골수팬이 있다. 4월 중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해 커뮤니티를 키울 예정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나다운 개인이 모인 따뜻한 커뮤니티가 밑미의 목표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다 보니 생존도 중요하다.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서 회사를 키우는 게 당면 과제다. ‘나다운 생존’의 챕터 2로 넘어가는 과정에 서 있다.”
리추얼(ritual)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 패턴. 형태상 습관과 리추얼은 같은 현상이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있음. 습관에는 ‘의미 부여’ 과정이 생략되나 리추얼은 이를 중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