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표 클래시컴퍼니 대표 연세대 기계공학과, 전 두산중공업 전략혁신부문 / ‘간판의품격’을 서비스하는 클래시컴퍼니의 박근표 대표는 “대표 레몬마켓인 간판 시장에서 투명한 절차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진혁 기자
박근표
클래시컴퍼니 대표 연세대 기계공학과, 전 두산중공업 전략혁신부문 / ‘간판의품격’을 서비스하는 클래시컴퍼니의 박근표 대표는 “대표 레몬마켓인 간판 시장에서 투명한 절차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진혁 기자

한국은 자영업자와 간판의 나라다. 한적한 시골 동네 골목 구석까지 편의점과 치킨집이 자리를 잡고 있고, 길을 걷다 주변을 둘러봐도 벽면에 달라붙은 형형색색의 간판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나 할슈타트 같은 관광지에 한글 간판을 합성한 사진이 ‘한국 간판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상에 돌아다닐까.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자영업자 비중은 24.6%에 이른다. 취업자 4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란 얘기다. 2019년 전국에 허가·신고된 벽면 이용 간판은 자그마치 34만4183개에 달한다. 돌출간판과 옥상간판, 지주 이용간판 등까지 포함한 옥외광고물은 약 68만 개에 이른다. 그나마 입간판, 벽보, 전단, 현수막 등 유동광고물을 제외한 수치다.

박근표 클래시컴퍼니 대표는 자영업자와 이들이 주문하는 간판 수요에 주목했다. 다만, 수요가 많다고 무모하게 사업에 뛰어들 수만은 없었다.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라고 불리는 중고차 시장이나 인테리어 시장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했다.

공급과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공급자들끼리 경쟁을 통해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도 아닌 시장. 이런 혼돈의 간판 시장에서 박 대표는 투명한 절차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2019년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클래시컴퍼니는 ‘간판의품격’이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운영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을 넘겼지만, 유망 스타트업으로 관심을 받는 클래시컴퍼니의 박 대표를 만났다.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두산중공업 전략혁신부문에서 일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업무를 혁신하는 일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드론 측량, 3D 자동화 업무 등을 맡다 보니 아무래도 기술과 스타트업에 친숙해진 면이 있다. 사업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가 첫 번째 사업을 엑시트(exit·투자 회수)하고서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할 때 내가 엔젤투자자로 참여하면서다. 서비스의 성장과 침체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렵다기보다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2019년 말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클래시컴퍼니를 설립했다.”

간판 사업을 택한 이유는.
“지인이 음식점을 창업했다. 보통 간판은 인테리어를 끝내고 가게를 열기 직전에 설치한다. 시간상으로 쫓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동네를 돌아다녀 봐도 제대로 된 간판 가게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대형 업체의 키워드 광고를 제외하면 정보도 많지 않았다. 결국 이 지인은 주변 광고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간판을 맞췄는데, 비용과 품질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간판에 대한 흥미가 일었다. 시장 조사를 해봤는데, 유독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강했다. 자영업자가 많아도 간판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자영업자가 합리적인 계약을 하기 어려웠다.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간판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봤나.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간판은 가장 기본적인 광고판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가게를 방문하는 소비자도 많지만, 주변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가게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간판이 유일하다. 간판 수요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중개 서비스의 경우 기존 업계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 초반에 간판 업체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단가가 공개되면 시장에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우니 간판의품격 같은 서비스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란 얘기를 들었다. 반면 온라인 마케팅 역량이 없는 중소형 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서비스가 나오면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중소형 간판 업체는 대형 업체 온라인 광고에 밀려 경영이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소비자를 이들과 연결해준다면 나쁘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대형 간판 업체도 유입되고 있다.”

간판의품격만의 장점이 궁금하다.
“온라인 견적이 기존에 없었던 건 아니다. 대형 업체들이 포털 사이트 키워드 광고를 통해 온라인 견적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대부분은 텍스트 기반이었다. 간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으면 글자체와 재질, 크기 등 실제로 간판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강했다. 업체들의 주된 목적도 실제 가격을 알려준다기보다는, 대면 영업을 위해 소비자 연락처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텍스트 위주의 양식을 벗어나 간판 유형을 표준화하고, 예시 이미지를 설계했다. 쉽고 빠르게 답할 수 있는 17개의 질문을 통해 전화나 방문 상담 없이 자영업자가 원하는 간판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자영업자가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야 했다면, 우리는 5분 안에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보통 자영업자가 원하는 간판 유형을 등록하면 3~5개 사가 입찰하고, 자영업자는 원하는 업체와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간판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수익 구조인가.
“아니다. 간판 업체들과 인터뷰했을 때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만약 수수료를 받으면 플랫폼을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 리뷰와 간판 업체의 포트폴리오도 덜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월 구독제 방식을 선택했다. 간판 업체가 서울 북부 지역에 있는 자영업자의 의뢰 내용을 보고 싶으면 월 구독료를 내는 식이다. 간판 견적을 의뢰하는 자영업자는 따로 요금을 내진 않는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2019년 9월에 처음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때와 비교해 현재 월 거래 규모가 11배 커졌다. 2020년 4월에 유료 서비스로 전면 전환했는데, 이후 매출 규모는 5배 커졌다. 서비스를 더 고도화해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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